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결국 로맨스 빠빠를 못 봤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54
정가
16,000
판매가
14,4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00g | 125*200*20mm
ISBN13 9791192333892
ISBN10 119233389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늦은 저녁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데 잠시 멈추었던 확성기에서는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아하하아 잘 있거라아 부싼 하항구야. 미스 김도 잘 이써어요 미스 리이도 아안녕히’라는 간드러진 노래와 ‘기임 선생 이이 선생 친구 간에 웬말이요’라는 노래가 교대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 외다시피 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으로 시작하여 ‘로맨스으 빠아빠’를 반복하며 끝나는 선전이 줄기차게 되풀이되고 있었다. 마무리로 강하게 꺾여 끝맺는 ‘빠아빠’는 나를 부르는 마법의 나팔처럼 강력하게 메아리쳐 왔다.
---「로맨스 빠빠」중에서

한숨을 돌리느라 마지막으로 술잔이 돌았다. 그리고 이내 하관이 시작되었다. 관을 수평과 좌우를 맞춰 반듯하게 내려놓았다. 그 위에 명정을 덮었다. 횡대를 가로 걸친 뒤 영만 씨의 지시에 따라 상주와 지인들이 흙을 관 위에 뿌렸다. 상주들의 곡성이 터졌다. 이제 영영 그 흔적조차 볼 수 없다는 막막함 때문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사정없이 삽질과 가래질이 이어졌다. 관 위로 묵직하게 떨어지는 흙덩이로 관이 보이지 않게 되자 생과 사의 갈림길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평지가 되고 곧 달구질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허 딸랑」중에서

여자는 거의 언제나 틈새로 비껴드는 햇살처럼 어둠침침한 가게 마루에 앉아 있었다. 남자는 가끔신작로 아래 연못에서 낚시하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나는 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슬쩍슬쩍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알록달록한 사탕 항아리와 여자만이 장식품처럼 눈에 띄었다.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여자는 그림처럼 고요했다. 아무리 보아도 자라 피를 마시거나 뱀탕을 먹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외려 그런 걸 보면 기절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가게를 벗어나 죽은 아기를 대충 매장해 뒀다는 골탕을 혼자 지날 때면 여우로 둔갑한 여자의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별」중에서

최 서방 큰아들은 한동안 잘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래지 않았다. 소 파동에 휩쓸려 태산을 이고 휘청거리는 듯하더니 끝내 삶까지 내려놓고 말았다. 대통령 동생이라는 자가 외국의 값싼 소를 들여와 엄청난 이문을 봤다는 게 소 파동의 근원이었다. 그로 인해 백오십만 원에 사서 이 년 키운 소가 육십만 원도 안 됐다. 대출금 연체 이자는 늘어나지, 소값은 똥값이지, 최 서방 큰아들은 헤어날 길이 없었다. 예비군 교육이 끝난 어느 날 만취한 그는 축사 앞에서 농약을 마셨다. 춘자 씨가 그를 발견했을 때는 발뒤축이 까질 정도로 발버둥 치다가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이미 삶을 끝낸 뒤였다.
---「소들은 어디로」중에서

“지금은 농사짓기가 얼마나 편햐. 못자리도 남이 해 줘. 모내기도 기계로 허지. 농약 몇 번 뿌리는 거 빼고는 김을 매나 피사리를 하나, 마당질할 것도 없이 그냥 논에서 타작해 부대에 담아 딱 실어다 주니 얼마나 좋아. 존 시상여.”
아버지가 쌀농사 지을 때는 그 과정을 다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다. 쌀밥 한 그릇 먹기 위해 들여야 했던 정성과 일손은 안타까울 정도로 고단했다. 메말랐던 논에 물을 채우면 둑새풀이 돋아나고 개구리가 알을 낳았다. 봄이 오고 농사철이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아버지는 퇴비를 뿌리고 어머니는 소금물에 볍씨를 담가 쭉정이를 골라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논을 갈아엎고 논두렁을 손질하고 모판을 만들었다. 그 모판에 볍씨를 뿌리면 못자리 작업이 끝났다.
---「밥」중에서

가시철망과 지뢰로 묶인 섬에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다. 텔레비전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은 여자나 섬사람들과는 무관한 먼 남쪽 지방의 사태였다. 안개처럼 가시거리가 분명치 않은, 그냥 불길한 소문에 불과했다. 그러나 남자는 달랐다. 흥분하고 들뜬 남자의 얼굴은 복잡하게 변해 갔다. 여자는 남자의 표정에서 차마 삭이지 못하는 어떤 분노를 보았다.
---「안개 속으로」중에서

태만 씨 아내는 코로나로 요양병원 대면 면회가 금지되고 나서부터 시도 때도 없이 징징거렸고 분노를 터트렸다. 아내는 유리 벽을 통해 대면하는 면회가 안개 짙은 항구에서 배를 떠나보내는 심정이라고 했다. 그 같은 면회와 교도소 면회가 뭐가 다른가, 태만 씨 역시 그 비슷한 생각을 한 적 있었다. 어쨌거나 요양시설의 새로운 면회 풍경인 걸 어쩌랴.
“그렇게 활달하고 씩씩하던 분이 말을 잃었더라니까. 말을 안 해. 그냥 전화기만 붙들고 멍하니 나만 바라보고 있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나를 못 알아보는 것 같더라고, 기가 막혀서.”
---「이별의 뒤안길」중에서

나는 어렴풋이 나의 새로운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와 아내라는 밑변에 딸이라는 꼭짓점으로 구성된 삼각형이 형성되었다. 부부라는 선분 위에 생긴 꼭짓점으로 인해 세 개의 변으로 이루어진 삼각 구도가 자리를 잡아 가기 시작했다. 딸은 나와 아내를 잇는 점이 되어 위기에 몰렸던 부부 관계를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자식이라는 꼭짓점 때문에 서로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었다. 부부는 드디어 부모가 되어 자식과 가정을 이루고 그럭저럭 정삼각형 구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었다.
---「삼각관계」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서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요즘의 소설들 속에서 모처럼 반가운 목소리를 만난다. 구술적인 문장으로 직조한 이야기들을 따라 아련한 연대기로 흡입되는 즐거움은 크다. ‘라디오 딱 두 대뿐이던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안종수 작가의 소설집은,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잊고 지내던 기억들에 대한 호명이다. 수록된 소설들은 작가의 자전적 체험을 축으로 동시대의 삶들을 충실히 그러안고 있으며, 이는 소설이 지녀야 할 개인과 사회의 접점, 과거와 미래 사이의 이음이라는 과제를 능청스럽게 잘 수행하고 있다.

「로맨스 빠빠」에서 「삼각관계」에 이르기까지 낱낱으로 뵈는 이야기들이 일련의 목소리로 꿰어지고 있으니, 이는 작가의 삶이며 우리가 걸어온 길의 이야기라 하겠다. 그리하여 구슬을 꿰듯 이어진 이야기들이 개인적인 회고담을 넘어, 국가가 자행해 온 ‘조국 근대화’와 ‘사회 정화’의 폭력상을 ‘개갈나게’ 에두르고 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문학적인 화법으로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을 애먹게 하는 충청도민 가운데 일인으로서, 안종수 작가는 한미 FTA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방역 체제에 이르기까지 현재진행형으로다가 ‘남이 장에 간다니께 거름 지고 따라나서는 이 흐찔한’ 국가를 거시기하게 집어내고 있는 것이렷다. 그러고 보니, 참 이 나라는 백성들에게 ‘흐찔하게 헬레거리는’ 일들을 줄기차게 해 온 셈이다. 자고로 소설이란 재미있으면서도 한 시대를 봄날의 눈석임물처럼 녹여 흐르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 이시백 (소설가)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4,4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