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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래의 삶

[ 양장 ] 끌림 시인선-002이동
배정태 | 끌림 | 2023년 07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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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350g | 140*210*15mm
ISBN13 9791198013941
ISBN10 11980139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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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리 무딘 날들 꿈 속을 헤맬 적에
급발신 전화마저 황망慌忙히 먹통 되면
벼랑 끝
허둥대다가
늦잠마저 놓친 새벽

그나마 젊은 날엔 잘해보자 다짐해도
언제나 푸념처럼 샛길서 머문 글들
연착륙
되풀이 하다
석양볕에 싣는다

한 번 더 이번만은 다짐들 하고 살지
실수와 수정 속에 한세월 다 가는데
미완을
아쉬워한들
되돌릴 수 없는 세월
---「서시조_세월」중에서

천성天性이 고와선가
곱게 감긴 삶의 타래
혹시나 엉길세라
노심초사勞心焦思 사는 일생
하루가
열리는 아침
합장合掌으로
다독인다

행여나 긴 타래가
엉클어 매듭질까
옭매지 말란 기도
어머님 정화수 공양
내 생애
백팔번뇌百八煩惱 씻어
천우신조天佑神助
빚은 타래
---「한 타래의 삶」중에서

위 작품은 이 시조집의 표제시로서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건강한 정신을 소유한 자연인의 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고운 심성으로 성실하게 일생의 매듭을 풀어온 시인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행여나 긴 타래가/ 엉클어 매듭질까” 노심초사하며 경건한 아침 기도로 하루를 여는 신실한 모습이 읽는 이조차 숙연하게 한다. 그러나 잘 가꾸어 온 타래가 본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고 거기에는 어머니의 정화수 공양이 바탕이었음을 밝히며 효심 넘치는 자식이었음을 가만히 드러내고 있다.
---「작품해설」중에서

핏빛에 물든 사월 진도의 남쪽 바다
한숨과 원성마저 맥없이 가라앉고
허무한 구조라는 말 천인공노 낯가림

원양의 바다도 아닌 부르면 들릴 듯한
지척에 생매장을 지켜보던 혈육들을
이제는 허울뿐인 대책 못 고치면 전멸이다

침수 전 두 시간 이십 분 생사의 갈림길에
어떤 조치 했다고 떠벌리고 오보 전송
아깝다, 바지선 크레인 결박만 했더라면

선조치 구조래야 모면하는 모든 재난
기름에 부르튼 손 달랜지 몇 해라고
일주일 눈뜨고 쏟던 기름 모든 조치 한다더니

대 이은 비상 대책 책임자들 무엇 했나
지키지 못할 자리 헛소리나 말아야지
악령이 덧씌운 방송에 태양마저 삼켰다
---「사월 바다가 탄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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