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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의 히로인’ 한경자 회고록

‘사립유치원의 히로인’ 한경자 회고록

: #71, 꽃길도 가시밭길도 아닌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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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28쪽 | 152*223*30mm
ISBN13 9791130318042
ISBN10 1130318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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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니 별것도 아닌데

어느 날 서울대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갔습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많은 환자들이 다른 사람의 부축에 의지하며 오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갑자기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무언가 뜨거운 것이 솟아올라 눈시울을 적시었습니다. 내가 이 나이에 저렇게 남의 도움 없이 혼자 다닐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가. 내게 이제 남은 것은 모두 다 고맙고 감사한 것 이외에는 없다는 것을.

마치 그것이 무엇이든 앞에 닥치기만 하면,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무조건 가시덤불도,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달려들어 모든 것이 내 것 인양 몸과 마음을 바쳐 시작했고 성공으로 끝을 보았습니다. 이제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니 어이없고 웃음만 지어집니다. 그래도 그런 나를 따라주고 도와주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그 많은 일들을 영광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으며, 또 건강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모든 것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달리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전국에 계신 유치원 원장님들과 사립유치원 교사 수만 명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집회 장소에 새벽같이 모여 하루 종일 우리들의 주장을 호소한 뒤, 다시 고단한 몸을 이끌고 밤새 집으로 돌아가 쉴 새도 없이 아침에는 직장에 충실했던 그 일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수백만 명의 학부모들의 이해와 응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교육부와 국회, 대학의 유아교육 교수님들, 법조계와 언론에 계신 그 많은 분들은 바른길로 길잡이가 되어 주셨고, 부족한 것을 채워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이 나라에 태어난 유아들이 유아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터전이 조성되었습니다. 또한 젊은 학부모들에게 교육비 지원으로 경제적 부담을 절감시켜 주시는 데 한마음이 되었던 것에 대해 평생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찰서에서, 충분히 마음껏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시며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도 고맙다는 인사 드립니다. 내가 하는 일을 묵묵히 바라보며 아낌없이 응원했던 남편과 자식 등 사랑하는 가족들은 둘도 없는 감사한 존재들입니다.

지나고 보니 별것도 아니었는데 많은 분들께 힘들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로 마무리합니다. 끝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가 벌려 놓은 일 모두 마무리 잘 할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2023년 7월 서울 삼성동에서
저자 한경자
---「저자 서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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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한경자 회장님의 회고록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가 회장님을 처음 뵈었을 때는 1992년 1월 강남경찰서에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날로 기억됩니다. 당시 한경자 회장님은 전투 경찰, 의무 경찰 어머니회 회장으로, 매주 전·의경들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직접 조리해서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계셨습니다. 그 날도 어김없이 환경이 열악한 전·의경 식당 취사장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직접 만들어 주면서 한명 한명에게 미소로 대하며 정다운 말씀을 건네는 등 친자식처럼 살뜰히 챙기시는 회장님의 모습은 감동적이었고, 아름다웠습니다. 어린 아이 같은 아들을 전·의경으로 보내고 밤새 잠 못 드시고 걱정하실 어머님들을 대신하여, 그들에게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과 정을 베풀어주며 그들이 보람찬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아주던 회장님의 참다운 사랑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회장님이 더욱 존경스러운 것은, 3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전·의경 어머니회뿐만 아니라 여러 봉사 단체를 이끌며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 주신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회장님의 한결같은 성실한 삶과 고매한 인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순간의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하여 긴 세월을 궂은 일, 허드렛일 가리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하는 봉사를 하셨기에, 해가 더할수록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품격이 어떤 것인지를 진심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원로 철학자께서 ‘참다운 사랑’의 조건으로 ‘이기적이지 않을 것’, ‘내 소유나 나 자신보다 더 귀한 뜻을 위하고자 시작할 것’, ‘희생적인 노력이 있을 것’ 세 가지를 말씀하셨는데, 돌이켜보면 한평생 우리 사회의 소외받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보여주신 회장님의 모습이 바로 조건 없는 ‘참다운 사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실한 헌신과 봉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감화시킨 회장님의 모습 하나하나는 다음 세대에게도 봉사와 희생의 미덕을 전하는 귀감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한경자 회장님의 회고록 발간을 마음 깊이 축하드리며, 오래오래 강건하시고 꽃길만 걸으시길 기원 드립니다.
- 어청수 (제14대 경찰청장)
오랫동안 봬온 한경자 회장님의 인품이 곳곳에 묻어나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낀다. 인생 선배의 소중한 글에 졸문(拙文)을 붙이는 것이 외람된 일이지만, 평소 단아한 모습에 대인(大仁)의 아량을 보여주셨던 풍모가 그대로시다. 유년과 학창 시절, 현대그룹 근무 시기, 유아교육에 투신한 이후의 역경과 보람, 그리고 가족사까지 솔직하고 담백하게 엮으신 구절마다 마치 면전에서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직접 듣는 듯하다. 사실 정주영 회장님을 모시던 시절부터 ‘한 회장님은 맡은 일을 해내는 열성과 노력이 대단하시다’라고 생각했다. 유치원 교육 현장의 실상을 알리고 제정하거나 법을 개정하는 데 가장 선두에 서서 힘든 역할을 하실 때도 그러하셨다.

주변에 배려하는 마음도 크셨다. 매년 저소득층 환자 돕기 바자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서울대병원에 기부해 오신 게 족히 20년은 넘었을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는 의무경찰들의 대모로 불리셨다. 어머니회 회장을 오랫동안 맡아 전·의경들을 친아들처럼 챙기셨으니 한 회장님의 생일상을 받지 못한 전·의경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경찰 인사들로부터 그 일에 대해 들은 상찬이 귀에 가득하다.

80년이 넘는 삶의 여정이면 꾸민다고 해도 곱게만 보이진 않을 터다. 곧은 데가 있으면 굽은 데가 있고, 이 흠을 덜어내면 저 흠이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삶에 대한 겸손과 용기가 없으면 글로 남기는 인생 회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난관은 난관대로, 고충은 고충대로 술회한 ‘훌륭한 여인’의 이야기에 존경과, 또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갖게 된다. 분야와 처지가 달라도 삶에 큰 울림을 줄 것이다.
- 이병규 (문화일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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