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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들

: 돌봄에 관한 9가지 정동적 시선

리뷰 총점9.4 리뷰 14건 | 판매지수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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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40*210*16mm
ISBN13 9791166291708
ISBN10 116629170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1부│사건, 제도, 관계에서의 돌봄

사건으로서의 돌봄─포기의 가치를 계산하기 ● 이준용
포기의 스펙트럼과 돌봄의 스케일
생존주의적 포기자 A
달관한 포기자 B
출가한 포기자 C
연구하는 포기자 D의 결론
제도로서의 돌봄─노동과 돌봄 사이에 던지는 질문들 ● 조기현
노동사회에서 초로기 치매 당사자의 경험
돌봄노동과 정동적 평등
일할 수 없는 몸과 일할 수 있는 몸
노동할 권리와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
참여소득과 일자리보장제
질병권과 아픈 몸 노동권
돌봄-노동에서 노동-돌봄으로
관계로서의 돌봄─자기돌봄과 서로돌봄의 관계 ● 신승철
돌봄모듈과 탈성장 전환사회
관계의 시공간 축으로 본 돌봄
관계의 배치로 본 돌봄
관계의 체계로 본 돌봄
정동적 평등을 위하여

2부│세대, 젠더, 가치에서의 돌봄

세대로서의 돌봄─영 케어러의 돌봄과 통계적 접근 ● 조명아
통계로 본 한국의 돌봄 상황
청년에서 돌봄자로
한국사회의 청년: 청년담론부터 청년돌봄까지
영 케어러의 돌봄
영 케어러, 청년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젠더로서의 돌봄─젠더 불평등과 교차성 돌봄에서의 쟁점들 ● 조명아
누가 돌봄을 수행하는가
돌봄의 여성화: 왜 돌봄은 여성이 하게 되었을까
돌봄의 교차성
돌봄 문제의 새로운 국면을 향하여
가치로서의 돌봄─자본주의 가치 법칙으로부터 돌봄 해방시키기 ● 김미정
오늘날 ‘돌봄’의 자리
우리의 내밀한 감각 속 돌봄×노동
돌봄이 노동이 되기까지

3부│지역과 가정, 커먼즈에서의 돌봄

지역과 돌봄─지역과 돌봄 생활 ● 이무열
근대 산업사회 돌봄과 지역 돌봄 생활의 차이
호혜적 돌봄의 장(場)이 되는 지역
위기 상황에 다시 주목받는 돌봄
돌봄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회복 방향
돌봄의 특징과 지역에서 돌봄이 작동하는 힘
지역 안에서의 관계 돌봄과 포괄적 돌봄
커먼즈와 돌봄─생태 위기와 돌봄의 조건 ● 권범철
일을 강제하는 사회
돌봄을 전유하는 사회
돌봄의 재구성
재난 행동주의를 위해
가정과 돌봄─아버지를 돌보는 청년의 기록 ● 전형민
예고된 가족돌봄청년, 한부모가족
아픈 가족을 돌본다는 것
돌봄과 노동의 커리어
돌봄과 노동의 위기1
돌봄과 노동의 위기2
돌봄과 애도 연습
위험과 절망 곁에서 서로를 책임지는 돌봄

저자 소개 (8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가정] 돌봄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돌봄이 여성적인 일이며 나약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이라는 관습적인 인식과 태도이다. 오래된 가부장제 관습에서 돌봄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의 집안일이 되어 여성의 성역할로 강요되었다. 여성의 역할이 된 돌봄은 사회활동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차적인 일이면서 공동체도 정부도 관여하지 말아야 할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치부된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한 지금까지도 아이를 키우고 식사를 준비하는 등 전통적으로 여성이 도맡아 온 생명살림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여성들은 중요한 살림을 외면할 수도 혼자서 감당할 수도 없는, 이중으로 구속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일이자 사적인 활동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돌봄을 이제는 성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돌봄의 사회적인 가치를 회복하고 상호역할로 작동되는 제대로 된 돌봄의 시작이다.
--- pp.222~223

[생태] 오늘날의 생태 위기는 주체성의 위기다. 무엇보다 그 위기를 다룰 수 있는 주체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 2021년 11월 막을 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우리가 확인한 건 각국 정부가 여전히 생태 위기를 외면하거나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뿐이다. (중략) 각 개인 모두가 기후 변화에 책임이 있으며 우리가 각자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에 아무도 책임이 없으며 그것이 바로 문제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생태 재앙의 원인은 어떤 비인격적인 구조다. 그 구조는 온갖 방식의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는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주체, 즉 집합적인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 pp.234~237

[생태] 노동 시간 단축은 그 자체로 생태 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가 생산에 시간을 덜 쓸수록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국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은 202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국이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2025년까지 연간 1억 270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영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1.3%에 해당하고, 스위스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이렇듯 기후 비상사태 상황에서 노동 시간 단축은 필수적이다.
--- p.259

[젠더] 우선 돌봄의 책임은 여전히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그와 관련하여 돌봄 수행의 여성 젠더 편향성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셋째, 돌봄의 외주화는 자연스러워졌다. 각종 도움 서비스는 이미 커다란 시장, 산업의 영역 속에 놓이게 되어 버렸다. 이때 돌봄은 저렴한 노동력 상품으로 통용되며 그 행위 자체가 폄하되는 악순환 속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돌봄을 수행하는 일은 여전히 기피되거나 폄하되는 일을 벗어나지 못한다. 넷째,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돌봄이 그것을 수행하는 측의 입장 위주로 사유되다 보니, 돌봄의 또 다른 주체인 돌봄 받는 측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돌봄이 관계적이며 정동적인 활동이라는 점도 망각된다.
--- p.187

[제도] 지난 20여 년 동안 노인돌봄에 대한 인식과 가족 내 주돌봄자의 역할이 상당히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돌봄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혀졌다는 점이다. 전통사회의 노인돌봄만 하더라도 여성, 주로 그 집안의 장남이나 아들의 배우자인 며느리가 맡아서 수행했으나, 친자녀 돌봄 규범이 확산되었다. 또 노인들이 돌봄을 가족에게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사회 서비스와 제도를 이용하고 있으며, 비혈연 관계자에게서도 돌봄을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로운 돌봄 형태의 등장, 돌봄 유형의 다양화를 의미한다.
--- pp.161~162

[제도] 돌봄자에 대한 대부분의 정책이나 제도는 진행형 위주다. 현재 돌봄 중인 이들이 돌봄을 ‘잘’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돌봄이 종료된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사회적 관심은 진행형보다 적다. 이 절에서 돌봄 종료 이후의 정책 부재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돌봄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의 근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즉, 이들이 돌봄을 ‘잘’하기 위한 지원보다 돌봄 제공자가 어떤 경우든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고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 pp.175~176

[지역] 지역의 돌봄은 제한적(부분적) 돌봄을 포함해서 생활 전체를 포괄하는 서로돌봄으로 주민은 돌봄당사자와 돌봄제공자 이중의 역할을 한다. 또 복지 및 셀프케어와 함께 호혜적 돌봄으로 구성된다. 역설적으로 돌봄의 범위는 포괄적인 돌봄을 위해 전국 단위가 아니라 관계의 강렬도와 밀도가 높은 지역 단위가 될 수밖에 없다. 지역은 이렇게 다양성에 기초해 개별적인 돌봄을 제공하면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연결되어 전일적인 삶이 가능한 포괄적 돌봄을 특징으로 한다.
--- p.211

[관계] 치매가 시작된 당사자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주변 사람들은 낯설어진 당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서서히 거리를 둔다. 갈 곳도 마땅치 않다. 돌봄 기관들은 대부분 신체가 노쇠한 노년의 치매 당사자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인지 기능이 저하됐을 뿐, 아직 팔다리에 힘이 넘치고 활동적으로 무언가 하고 싶은 초로기 치매 당사자에겐 맞지 않는다. 어떨 땐 어르신들이 ‘젊은데 왜 이런 곳에 오냐’며 타박하는 경우도 있으니, 초로기 치매 당사자는 몸도, 마음도 오갈 곳이 없다. 사회적 관계가 위축되고 고립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많은 초로기 치매 당사자들은 다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때 일은 곧 고립을 해소하고 사회적 관계의 회복되며 자존감을 찾을 수 있는 무엇이다.
--- pp.53~54

[관계] 자기돌봄 없이 사회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상대를 돌보는 일은 자신을 소진하고 어느 순간 스스로를 돌봄 생활에서 이탈하게 만든다. 일방적인 희생은 결코 아름답지도 숭고하지도 않다. 외부로 연결되어 상대를 돌보는 일이 횡적이라면 자기돌봄은 종적인 돌봄이다. 이 둘의 관계는 격자무늬처럼 짜여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 횡적인 상대돌봄 없이 종적인 자기돌봄이 깊어질 수 없다. 종적인 자기돌봄 없이 횡적인 상대돌봄이 계속될 수 없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자아’와 ‘취향’이란 이름으로 자신에게 감사하면서 자기를 돌보고 있다.
--- p.225

[관계] 그러니까 돌봄은 우리가 서로의 안녕을 보살피기 위해 형성하는 관계이자 활동이며 그 영역은 인간 자연뿐 아니라 비인간 자연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돌봄은 ‘우리’를 만드는 일이며, 따라서 커먼즈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는 우리에게 돌봄이 아니라 일을 강제하는 사회다. (중략) 한마디로 돌봄을 위해선 돌봄이 필요하다.
--- p.253

[가치] 자기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는 건강하게 상대를 돌볼 수는 없다. 자기 스스로를 돌본다는 것은 자기의 자질과 능력을 계발하고 타자와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이다. 때에 따라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적절한 휴식과 운동으로 몸을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내부적 자기돌봄이 있어야 상대를 기쁘게 돌볼 수 있다. 자기돌봄 없이 사회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상대를 돌보는 일은 자신을 소진하고 어느 순간 스스로를 돌봄 생활에서 이탈하게 만든다.
--- p.225

[세대] 이 시대의 청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N포세대’다. N포세대란 연애·결혼·출산·직업 경력 등을 넘어 생명까지 N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비관적이고 자조적인 표현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쟁 과열 상황은 무려 8할의 구직자 청년에게 포기를 강요했고, 경제적 가치 아래 기존 도덕적 가치 전반을 다시 계산하지 않을 수 없게 내몰았다. 그런 사회적 고통에도 적응해 버린 것인지 N포는 유행이 지난 대수롭지 않은 말이 되어 버렸지만, 그만큼 우리가 포기를 하나의 대처 전략으로 활용했던 이유와 양상을 더 명료하게 분석하고 ‘포기자’로서의 정체성을 재확립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p.22

[세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90년 1.57명, 1995년 1.63명, 2000년 1.47명, 2005년 1.08명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중략) 90년대생 영 케어러의 형제자매는 더 이상 전통사회와 같은 대가족 내에서 돌봄을 수행하지 않는다. 개인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더욱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베이비부머 세대만큼 형제자매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의 지원이 아니더라도 미래에 부모 돌봄을 수행하는 데 오롯이 혼자서 감당할 몫이 상당히 증가한 것이다. 둘째, 가족 내에서 돌봄을 수행하면 여전히 가족의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 잘 드러난다. 아픈 가족이 발생하는 가족 위기가 닥치면 제도 등 외부에 의존하기보다 우선적으로 다른 가족의 노동력에 의존하게 된다.
--- pp.149~151

[정동] 자기돌봄을 배제한 서로돌봄이 되지 않도록 시민성 과정을 개입시키는 것도 필요하며, 동시에 서로돌봄에서의 거리조절을 통한 시민성 과정이 개입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사물돌봄과 생명돌봄 등의 배치돌봄에서의 정동적 불평등 발생에 대한 위치조정과 배치의 재배치라는 미시정치에 정동적 개입이 요청된다. 정동적 불평등과 정동적 부정의가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정동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는 완성형은 없으며, 과정형이자 진행형이며, 끊임없이 배치를 재배치하고 거리조절을 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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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속에서 자라나서, 돌보며 살다가, 돌봄 속에 죽는다
누구나 돌봄의 주체이며, 누구나 돌봄의 대상


돌봄의 시대다. 어느 날 눈떠 보니,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다양한 돌봄 속에서, 돌봄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었다. 돌봄이 필요한 처지든 돌봄을 감당하는 경우든 우리 모두는 돌봄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다못해, 누구나 자기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최근 돌봄은 탈성장 전환사회의 마중물로 간주되거나, 거대한 기후위기에 대한 적응과 대응의 방법이거나, 정동을 순환시켜 커뮤니티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활동으로도 간주된다. 전통적으로 돌봄은 여성의 일로 간주되어 왔다. 가정 내에서든 노동시장에서든 여성들이 주로 돌봄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많은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돌봄의 헤게모니(hegemony of care), 즉 이상적인 돌봄자는 대개 중년의, 육아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고착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념은 유효하지 않고 자의든 타의든 많은 부분 이미 파괴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체할 돌봄의 철학, 사상, 양식, 제도가 자리 잡지 못한 데서 많은 현대사회의 비극이 발생한다.

자기돌봄에서 생명돌봄까지, ‘돌봄들’의 시대

사회학적으로 돌봄이 부각되는 시대 흐름은 돌봄이 사회화 되는 측면과 핵가족화 등으로 ‘개인’ 영역이 확장되면서, 개인에게 돌려지는 부담이 증가하는 측면의 양 측면이 공존한다. 돌봄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이제 본격적으로 개막된 포스트코로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을 경유하면서 우리가 깨달은 진실은 우리가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경유하여 우리가 도달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가정/사회/지구는 ‘돌봄의 세계’이다. 돌봄 속에 태어나, 돌봄 속에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이 인생의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 우리 세계는 생산과 성장 위주의 시대에서 돌봄 하기, 돌봄 받기의 시대로 이행하는 중이다. 거기에 값하는 윤리, 도덕, 철학, 사상, 상식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인 까닭이다. 이처럼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는 다층적이면서도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돌봄이 순환하고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돌봄 부자도 있고, 돌봄의 소외에 직면한 돌봄 약자나 시민도 있다. 그런가 하면 돌봄으로 말미암아 번아웃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도 있다. 이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돌봄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라 절대돌봄(유년기) - 자기돌봄(청년기) - 서로돌봄(커플기) - 배치돌봄(장년기) - 절대돌봄(노년기)으로 흐르는 돌봄의 이야기 구조는 우리 삶의 또 다른 궤적을 그려낸다.

독박 돌봄을 방지하고, 돌봄 소외를 소거한다

‘돌봄의 시대’에 돌봄은 사회 일각에서, 특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누구나 돌보거나 돌봄 받는 처지에 놓여 있는 일상적이며 보편적인 흐름이 되었다. 더 이상 시혜적이거나 예외적인 행위가 아니게 된 것이다. 정동(affect)이라는 활력과 생명력의 입장에서는 돌봄은 능동/수동이 아니라, 둘 다 강렬한 상호작용 속에 있게 된다. 돌봄의 생명력이 살아나는 것이다. 정동으로서의 돌봄을 발견하고 발휘하고 발전함으로써 우리는 돌봄을 받는 상황에서도 돌봄의 대상으로만 방치되지 않고 다시 타자를 사랑하고 돌보는 주체자로서, 타자와 연대할 수 있다. 돌봄에 종사하는 상황에서도 독박 돌봄에 갇히지 않고 사랑하고 돌보고 연대할 수 있다. 모두가 연쇄적인 돌봄의 관계망 속에 존재할 때 돌봄 관계를 일방향적인 관계로 규정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돌봄의 정의와 평등, 돌봄의 지속 가능성, 돌봄의 돌봄까지를 내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돌봄력’ 강화로 돌봄 지속가능성 사회로 간다

우리는 돌봄 없이 살 수 없다. 따라서 돌봄 없이 사회가 지속될 수 없다. 자기 스스로를 돌보고 서로 돌보는 관계를 회복시키지 못하는 위장 돌봄(Care Washing) 같은 복지 정책과 시장에서의 돌봄 상품을 내려놓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누구도 서로 돌봄 없이는 식의주(食衣住)와 같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생활을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또 공기, 물, 나무 등 자연의 돌봄 없이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은 돌봄에 대한 안이한 생각과 오해를 바로잡고 돌봄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 누구나 돌보아야 하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대를 여는 인문학적인 지혜를 담고 있다.

돌봄에 관한 9가지 정동적 시선

『돌봄의 시간들: 돌봄에 관한 9가지 정동적 시선』은 총 3부 9장으로 구성된다. 1부-1장은 사건으로서의 돌봄으로 ‘나’와 ‘나’ 사이에 일어나는 자기돌봄을 살펴본다. 1부-2장은 제도로서의 돌봄으로 한국사회의 제도가 돌봄을 어떻게 규정하고 제한을 두는지 살펴본다. 1부-3장은 관계로서의 돌봄으로 개인이 다양한 관계 내에서 주고받는 돌봄을 살펴본다. 2부-1장은 세대로서의 돌봄으로 최근 자주 언급되는 영 케어러에 대해 논의한다. 2부-2장은 젠더로서의 돌봄으로 돌봄의 젠더 불평등뿐만 아니라 교차성의 관점에서 젠더, 연령, 혼인 여부, 계층 등 확장된 돌봄자 스펙트럼을 소개한다. 2부-3장은 가치로서의 돌봄으로 사회구조의 기반에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갇혀 있는 돌봄의 불평등, 부정의(不正義)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3부-1장은 지역과 돌봄으로 말 그대로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돌봄이 지역에서 돌봄 공동체로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부-2장 공유지(Commons)와 돌봄에서는 생태 위기를 시작으로 오늘날 한국사회에 ‘우리’라는 존재 문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이를 저지하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한다. 3부-3장은 가정과 돌봄으로 필자가 영 케어러로서 20대부터 30대인 현재까지 아버지 돌봄을 수행해 온 경험을 자전적이고 회고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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