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뒤늦게 선물로 주신 딸 하나를 얻게 되어 다섯 식구가 되고 보니 방얻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계약기간은 지나고 집은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되풀이 하다 결국 교회에서 사택으로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해 주어서 끄슬린 향님새 맡지 않고 얼마동안 잘 지낼 수 이었는데 다시 성전 건축할 때 팔아 넣고 보니 또 보따리를 싸게 된 것이다. 하늘의 별따기 같은 계약을 끝내면 한국처럼 전세방식이 없이 전부 사글세 방식으로 집을 빌려주는 일본이라 매달 없어지는 돈이 너무 아깝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이 삭막한 일본땅에서 2년에 한 번씩은 익숙해진 솜씨로 이삿짐을 싸온 셈.

이제 벌써 고3, 중1인 둘째 아들과 학교를 또 옮기는 것이 싫다며 울상이 된 막내딸을 보니 가슴이 아파온다. 학교를 옮겨 갈 때마다 겨우 시귄 일본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섭섭하지만 새롭게 주위 친구들을 사귀고 서로 이해하기까지 한국인으로서 너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기독교의 불모지인 일본 땅에서 선교사의 자녀로 하나님의 명예를 걸고 잘 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녀들을 하나님께서 늘 지켜주셨다는 감사가 앞서지만, 때로는 인간적인 아픔이 가슴을 때리기도 한다.

앞으로 우리가 못 다하는 일본선교를 자식 대에까지 다 하기 위하여 동경신학대학에서 공부하던 큰 아들을 사무엘이 오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선교를 위하여 영육간 좀더 구비된 종이 되기 위하여 먼 길을 떠나는 아들을 보내며 나도 모르는 사이 주르륵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나리타 공항을 갈 때마다 갖가지 사연을 담고 눈물짓는 수많은 사람을 보아왔지만 오늘은 내가 철철히 흘러내리는 눈물은 그저 그렇게 흘리고만 있는 것이다. 아아, 주님께 큰 아들의 일생을 맡겨드릴 수밖에.

20평 넘는 아파트 얻기가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본 땅에서 이젠 아들 하나가 줄어(?)든 탓에 조금은 마음의 부담이 덜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괴롭기만한 집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오늘도 바쁜 시간 쪼개어 이곳저곳 둘러보며 주님께 기도 드린다. 어딘가에 주님이 당신의 종들을 위하여 준비된 사람을 계획하셨으리라. 온갖 수모와 상처와 냉대를 다 받고 사는 한국인 선교사지만 그들이 밉디 않은 걸 어찌하랴. 평생 일만 하다 하나님을 모른채 죽어가는 그들이 가엾기만 한 걸 어쩌랴.

솔직히 말하면 일본 땅에서 선교하며 멸시천대를 받을 때마다 당장 보따리싸서 한국 산골에라도 가서 목회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 때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들을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것은 왼손하면 오른손을 들고, 오른손하면 왼손을 드는 영적으로 어린 아이 같은 이 일본인들을 구원하시기로 작정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이 땅에 보내셨고 지금도 함께 일본인 성도들이 자기들의 민족 구원을 위해 밤낮으로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있기 때문에 손에 손을 맞잡고 "그래도 일본을 사랑합니다.", "그래도 일본을 사랑합니다." 라고 눈물흘리며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