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서는 무지개 너머에 존재하고 있어서 우리의 눈이 인지하지 못하는 전자기파인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에 대해서 알아보고, 의학이나 생활에서 활용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우리는 어떤 사실을 귀로 듣기만 해서는 믿지 않고, 직접 눈으로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경향이 있다. 자연적인 법칙도 눈으로 확인해야 믿으려 한다. 그래서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는 영역의 현상도 가능하면 눈으로 볼 수 있는 광학적 이미지를 선호한다. 복잡하고 비싼 의료용 진단장치에서 환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 있어야 의사와 환자는 안심하게 된다. 이 점에서는 실험 결과에 의존하는 자연과학자도 비슷하다.”
---「‘들어가면서’」중에서
“우리가 맨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물체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작은 곤충의 크기가 1~10mm이다. 우리 머리카락의 굵기는 대략 0.05~0.1mm이다. 이렇게 작은 수준의 길이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밀리미터보다 마이크로미터(μm)로 표시하는 것이 편리하다. 1mm는 1,000μm이므로 머리카락의 굵기는 50~100μm라고 표시된다. 우리 머리카락은 길이가 수 cm 정도로 길어서 우리 눈으로 쉽게 식별되지만, 지름이 50μm인 둥근 먼지는 맨눈으로 식별이 어렵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 광학현미경이다. 현미경의 발명으로 우리는 마이크로미터의 세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생물 분야에서 경이로운 발견이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세포(cell)의 발견이다. 적혈구 세포의 크기가 100μm 정도이고, 박테리아의 크기는 1~10μm이다. 이것은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었다. 렌즈의 발명으로 먼 우주를 가깝게 볼 수 있게 됨과 동시에 미시세계도 확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 pp.22~23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니까 인력(人力)이 매우 중요하다. 관련되는 말로 노동력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 우리나라에 인력거라는 교통수단이 있었고, 인력거를 끄는 사람은 땀을 흘려가며 사람의 힘으로 손님을 이동시켜 주고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 요즘도 일부 국가의 관광지에서 비슷한 교통수단을 볼 수 있다. 한때는 짐을 옮겨주는 지게꾼이라는 직업도 있었다. 엔진에 의한 동력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직업들이 없어지고 대신 택시와 화물용 용달차가 등장하였다.”
--- pp.33~34
“그러나 입자의 크기가 작거나 파동의 파장이 아주 작은 세계에서는 물리적인 현상을 입자론과 파동론으로 그때그때 설명해야 하는 양면성(duality)을 갖고 있다. 파동의 입자성이니 입자의 파동성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이는 미세세계에서 물질이 이중성을 띠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법이 서로 달라서, 어떤 물리적인 현상은 파동론으로 설명해야 하고 다른 물리적 현상은 입자론으로 설명하여야 우리의 과학적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다. 옛날에는 빛이 파동인 줄로만 알았더니 빛을 입자론으로 설명해야 할 때가 있다. 19세기 말에 과학자들은 빛과 전기를 둘러싼 현상, 즉 광전효과(photoelectron effect)를 기존의 물리학적인 시각인 파동론으로 설명하기에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 p.60
“보른(Born)의 외손녀가 미성과 미모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가수 올리비아 뉴튼존(Olivia Newton-John, 1948~2022)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성장하고 세계적인 가수로 활동하다가 미국에서 죽은 그녀의 대표적인 노래 ‘Physical’이 생각난다. 1981년에 이 노래를 발표해서 빌보드 핫 100 역사상 두 번째로 10주 연속 1위를 했으며 이 노래 이후 10여 년 동안 10주 이상 1위를 한 노래가 없었다고 한다. 그녀의 외할아버지인 보른은 물리학(Physics) 분야에서 물체(body)의 미세한 영역인 입자(particle)에 관한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웠는데 그의 외손녀인 올리비아는 노래 ‘Physical’에서 당신의 몸(body)이 내는 이야기를 들어보자고(Let me hear your body talk, your body talk) 노래하였다.”
--- p.68
“치매(痴?, dementia) 환자를 데리고 종합병원의 신경과(neurology)에 찾아가면 문진 후 몇 가지 검사를 주문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영상의학과에 가서 실시하는 ‘광전자 단층 촬영’이라고 부르는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이다. PET에서는 적당한 양전자 방출 방사능 핵종, 예를 들면 산소 동위원소 15O를 환자의 몸에 주사를 놓거나 먹도록 하여 몸 안을 순환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양전자는 방출되자마자 몸의 조직을 이루는 원자 내의 전자를 만나게 되고 둘은 바로 없어진다. 이 소멸에 따라 발생하는 감마선들의 방향으로부터 소멸의 위치, 즉 양전자가 없어지는 조직 내의 원자핵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몇 mm의 정확도를 갖고 방사성 핵종의 농도에 관한 지도를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그 영상은 디지털화되어 파일로 저장되고 담당 의사는 여기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영상을 담당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해석하여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두뇌에서 신진대사 활동이 만드는 PET 영상은 뇌의 반쪽 모습에서 양쪽이 비슷한 모양을 보이나, 비정상적인 두뇌에서는 불규칙한 스캔 영상이 나온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PET 영상만으로 치매의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 pp.105~106
“요즘은 일반화되고 저렴하게 보급된 사진 관련 기술은 대략 200여 년 전에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었다. 원래 사진기는 회화의 스케치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며 19세기 들어 광학 기술과 화학의 발달로 획기적인 발전이 있게 되었다. 초기에는 사진 한 장을 찍는 데에 무려 6~8시간이 걸려서 이 방법으로는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풍경 사진만 찍었다고 한다. 그 뒤 1839년에 ‘은판 사진법’이 개발되면서 한 장을 찍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20분으로 줄여졌고, 이 때문에 인물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덕분에 1840~50년대에 살아있던 서양의 유명인들이 초상화가 아닌 사진으로 자신의 모습을 후대에 전할 수 있게 되었다.”
--- pp.135~136
“또 ‘봄볕에 김 밭맬 때는 예쁜 딸내미 내보내고, 가을볕에 고추 딸 때는 미운 며느리 내보낸다.’라는 속담을 옛날 어른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을 음미하며 우리 조상들의 과학적 관찰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것이 바로 태양으로부터 오는 적외선과 자외선의 성질을 설명하는 말이 아닌가? 농경사회에서는 일손이 귀하니까 여자든 남자든 직접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 오뉴월에는 밭에 곡식보다 잡초가 더 잘 자라는데, 이 잡초 제거작업을 ‘김 밭맨다’고 하였다. 무더위에 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호미로 김을 매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그것이 여자에게는 초가을에 고추밭에 서서 빨간 고추 따는 일보다는 쉬운 작업이라는 의미이다. 초가을에 온도는 그리 높지 않아도 햇빛이 강한데 이때 자외선이 많이 떨어져서 고추 따러 내보낸 며느리의 얼굴이 검게 그을린다는 말씀이다.”
--- p.146
“레이더는 횃불과도 같다. 어두운 밤중에 횃불이 주위를 밝게 비추지만, 상대도 저 멀리서 횃불을 들고 있는 우리를 볼 수 있다. 레이더에서 전파를 쏘는데 적이 이 전파를 탐지한다면 아군의 레이더가 작동 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꼴이다. 레이더라고 무조건 멀리 있는 물체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지구는 둥글어서 일반적인 레이더라면 지평선 너머에 있는 물체나 중간에 큰 물체가 있어 가려져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상 레이더 사이트들은 산이나 섬 위에 있으며, 배에도 가능하면 높은 곳에 레이더를 장착한다. 비행기 역시 높게 올라갈수록 더 멀리 있는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국토가 크고 군사력이 강한 국가는 OTH(Over The Horizon 초지평선 레이더)라고 불리는 전략무기 탐지용 초장거리 레이더가 있지만, 요즈음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바로 상공에서 레이더를 작동하고 있다.”
--- p.155
“누구나 제멋에 겨워 산다. 공자(孔子, BC 551~ BC 479)는 논어(論語) 위정(爲政) 편에서 ‘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하되 不踰矩(불유구)’라고 하였다. 자신의 경험으로 보면, ‘일흔 살에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라는 의미이다. 흔히들 사람의 나이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이라고 일컫는데, 다 같은 책의 공자 말씀에서 나왔다. 그 옛날 71세 조금 넘게 산 공자님의 경험담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자기애랄까 고집이 생겨서 자기 생각을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사람은 나이 들어 살아가면서 외로움을 느낀다.”
--- p.188
“강렬한 태양에 이끌리어 프로방스 지방에 정주하여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 고흐는 그곳의 밤의 풍경에도 매료되었나 보다. 고흐가 한밤중에 하늘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아마도 그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에너지를 느끼지 않았나 싶다. 폭발하는 별 아래에 있는 마을은 고요한 질서를 갖춘 장소다.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불꽃 같은 사이프러스는 전통적으로 묘지나 애도와 관련된 나무로 아마도 죽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고흐에게 죽음은 불길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어디엔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별을 보면 항상 꿈을 꾼다.’ 고흐가 세상을 떠나고 약 1세기 후에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매클린(Don McLean, 1945~ )은 고흐의 이 그림을 보고 고흐의 천재성을 뒤늦게 깨달은 우리에게 아래와 같이 노래하였다.”
--- pp.258~259
“우리의 국력이 옛날보다 훨씬 커졌고, 또한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여기저기서 개발하게 되면서 우리의 젊은 꿈나무들이 노벨 과학상을 탈 날도 멀리 있지 않다고 본다.”
---「‘나가면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