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벌문제와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방안들은 대부분 재벌의 행위를 규제 내지 규율하는 것이고,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었다. 특히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동시에 기존 순환출자를 허용하는 모순적인 방안은 경제력 집중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태도를 잘 드러내는 예라 하겠다. ---p.48
한국에서 신자유주의가 확산되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추진된 것은 1994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이다. 그 뒤 20년 가까이 한국 사회에서 신자유주의와 노동시장 유연화는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김영삼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정권이 바뀌는 와중에도, 노동시장 유연화는 첫 번째 노동정책 과제로 변함없이 추진되어왔다. 하지만 2012년에는 여야의 총선과 대선 공약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용어 자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추진해온 노동시장 유연화가 노동시장 양극화로 이어지면서, 우리 국민이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수준까지 그 폐해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p.52
2012년 12월 19일 밤,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광화문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민생을 챙기겠다는 말 속에는, 물론 사회복지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p.74
한국 사회는 경제구조 변화와 사회양극화, 저성장 상황에서의 빈곤, 질병 등 구 사회위험 문제와 저출산·고령화, 가족해체, 근로빈곤 등 신 사회위험 문제가 중첩되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 복지의 확대를 비롯한 다양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버린 사회서비스 영역의 시장화는 복지시스템 개혁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p.99
실제로 경제성장이 지속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르헨티나 같은 개도국 사례가 한국에서 많이 회자---p.膾炙)되었지만, 근래에 많이 이루어지는 국가 간 계량 연구에서도 개도국의 지속적 성장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 연구에서 한국은 수십 년간 성장이 지속된 예외적 사례로 거론되고는 했다. 그러나 그런 한국조차도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p.109
재벌 혹은 수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감소하는 요인으로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해외투자와 생산의 증가로 국내노동효과가 감소했다. 둘째, 비교우위에 있는 수출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기술집약적으로 전환되어 노동수요가 감소했다. 셋째, 노동생산성의 향상으로 취업·고용 유발 효과가 산업 전반에 걸쳐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가 하락해 수출에 따른 국내경제 파급효과가 감소했다.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의 하락은 수출을 위한 수입의존도의 상승을 의미한다. 수출의 수입의존도 상승은 생산비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이 수출상품에 필요한 생산재의 수입을 늘렸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즉, 세계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네 가지 요인 모두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ICT 분야의 기술혁신과 자동화에 힘입은 빠른 생산성 증가, 한국 산업구조의 고도화, 그리고 세계화를 반영하는 기업의 이윤추구의 결과물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재벌의 성장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앞으로도 계속 약화되어갈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p.156
동아시아 지역이 지속적 성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금융불안을 극복하려면, 경제통합의 선행단계로서 금융통화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도적·경제적 기반시설의 확충뿐 아니라 동아시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 이 지역의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끔 만드는 정치적 연대의 과정도 필요하다. 동아시아 지역 내부의 무역통합을 금융통합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간의 유대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를 확실하게 밝혀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문화적·정치적·사회적 관점에서 심도 있고 다양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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