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여자는 쉽게 연결이 되고 여자와 그림도 쉽게 연결이 되는데, 결혼한 여자와 그림은 생경하게 느껴지는 모순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그림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화가의 마음과 생각을 담아 그려집니다. 우리는 그림을 보면서 그가 어떤 느낌을 가졌을지 더듬어봅니다. 어두워지는 거리를 내다보면 유리창으로 바깥 풍경과 함께 자기 얼굴이 반사되어 보이듯, 그림을 통해 우리는 화가의 생각과 함께 나의 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 균형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는 눈과 외부 상황을 바라보는 눈 사이에 균형이 깨지면 고통이 찾아옵니다.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것까지 다 책임지려드는 일만큼 아픈 것도 없고, 자기 문제는 하나도 보지 않은 채 주변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 일만큼 답답한 것도 없으니까요.
이 책의 지은이는 쉽지 않은 이 균형을 잘 잡으면서, 그림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보면서, 문득 반사되어 보이는 내 얼굴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 안의 나 자신과 끊임없이 나누는 대화, 그러면서도 나를 둘러싼 환경과의 소통 역시 놓치지 않는 모습이 마치 오랫동안 못 만난 친구의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에 대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많이 알수록 많이 보인다고 하는 단순하고도 심오한 진리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경험함으로써, 잊고 있던 내 안의 나에게 그윽한 시선을 던지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문지현(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