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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519쪽 | 153*225*35mm
ISBN13 9788949718422
ISBN10 894971842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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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상황을 부분적으로만 알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판단 착오를 하고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면서 실수를 저지르는지, 그런 즐거운 생각에 잠겨 발걸음을 옮겼지만, 한편으로는 형부가 자기를 상황 파악을 못해 충고가 필요한 무지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 p.122

그러나 해리엇은 끝없이 눈물을 흘렸고, 그 슬픔에는 아무런 꾸밈이 없어 에마가 보기에 어떤 품위 있는 행동도 이보다 더 고귀해 보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에마는 해리엇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성을 다해 위로하고 이해하려 애썼고, 그 순간만큼은 해리엇이 그녀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확신하면서, 해리엇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어떤 천재나 학식 있는 사람을 닮는 것보다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 p.151

에마는 3개월이나 되는 오랜 기간 동안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게 전혀 반갑지 않았다. 원하는 것보다 항상 더 하는데도 항상 부족하게 받아들여지는 그런 상황 말이다. 에마가 왜 제인 페어팩스를 좋아하지 않는지는 실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일전에 나이틀리 씨가 한 말에 따르면, 에마가 제인 페어팩스에게서 자신이 되고 싶은 훌륭한 젊은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당시엔 그 말에 강하게 반박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 지적에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일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에마는 제인 페어팩스와 결코 친해질 수 없었다. 에마는 제인 페어팩스에게서 결코 좁혀질 수 없는 차가운 거리감이 느껴졌다. 좋은지 싫은지 절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무심함, 게다가 그녀의 이모 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말이 많은지! 사실 제인 페어팩스에 대해 다들 수선을 피워대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고, 동갑이라는 이유만으로 둘이 서로 아끼는 절친한 사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에마가 제인 페어팩스를 싫어하는 이유의 전부였다.
--- p.171

인간의 본성은 흥미로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기우는 법인지라, 젊은 사람이 결혼을 하거나 죽게 될 경우 특별히 호의적으로 말하게 된다. 호킨스 양의 이름이 하이버리에서 처음 알려지고 나서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그녀가 품성으로나 지적인 면으로나 흠잡을 데 없고 아름답고 우아하며 상당한 신분에다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엘턴 씨가 행복한 승리감에 취한 모습으로 나타나 그녀의 여러 가지 장점을 퍼뜨리고자 했을 때쯤엔 이미 이야깃거리라곤 그녀의 세례명이나 그녀가 누구의 음악을 주로 연주하는지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 p.187

에마는 해리엇을 설득해 사랑에 빠져들게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랑에서 쉽게 빠져나오게 할 수는 없었다. 해리엇 마음의 커다란 빈 공간을 채웠던 사람의 매력을, 전혀 몰랐던 일처럼 없애버릴 수는 없다.
--- pp.189~190

웨스턴 부인은 웃으면서, 프랭크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지금까지 계속 큰 집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그 크기에 얼마나 많은 이점과 편의가 따르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고 작은 집이 주는 불편함을 제대로 평가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 p.211

그러다 거리 저만치에서 쟁반을 든 푸줏간 주인과 바구니에 뭔가를 가득 담고 가게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단정한 차림새의 할머니, 더러운 뼈다귀를 차지하려고 서로 으르렁거리는 두 마리의 개, 그리고 빵집의 작은 창문 앞에 하염없이 서서 생강 과자를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을 때, 에마는 자신에게 더 이상 불평할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고 평화로운 행복을 느끼며 문가에 조용히 서 있었다. 특별히 재미난 일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해도 활기 있고 편안한 마음을 가진 걸로 충분했고, 만족스럽지 않은 광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 p.240

전혀 춤을 추지 않고도 살아갈 수는 있다. 많은 젊은이들은 춤출 기회 없이 수개월을 지내면서도 마음으로나 신체적으로 아무런 탈 없이 지내왔다. 하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고 경쾌한 동작이 주는 기쁨을 조금이라도 맛보고 나면, 아주 둔한 사람이 아니라면 다시 추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게 되는 법이다.
--- p.255

“아! 그 무도회! 왜 저희가 바로 그때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까요? 눈앞에 온 즐거움을 왜 그 즉시 붙잡지 않았을까요? 어리석은 준비 때문에 크나큰 행복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당신은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 말했지요. (후략)”
--- p.269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에마는 그런 생각에 빠져 자신이 불행하게 지내거나, 첫날 아침 이후 평소보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바쁘고 쾌활하게 지냈으며, 프랭크 처칠이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에게도 단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일할 때 그를 생각하면서, 둘 사이에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흥미로운 가능성을 그려보고 재미있는 대화를 상상하거나 품위 넘치는 편지를 머릿속으로 써볼 때마다, 그의 고백에 대한 결론은 언제나 자신이 그를 거절하는 것이었으며, 이렇게 해서 둘 사이의 애정은 항상 우정으로 결말지어졌다. 부드럽고 매력적인 말들로 수놓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이별이었다. 에마는 이 점을 깨닫고 자기가 사랑에 깊이 빠진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결혼해서 아버지를 떠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예전부터 확고하게 결심했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강렬하게 이끌린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고민이 따르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 p.273

그는 의심스러워하며 좀 더 앉아 있었다. 온갖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참견, 소용없는 참견이었다. 에마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과 모두가 알고 있는 듯한 둘 사이의 친분으로 보아 그녀의 감정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는 말해야만 했다. 그녀의 안전을 해치기보다는 공연한 참견이라고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으며, 모르는 척했던 순간을 곱씹게 되느니 어떤 일이라도 부닥쳐 봐야만 했다.
--- p.362

이와 동시에 에마는 자신의 마음뿐 아니라 행동도 살펴보았다. 그녀는 예전에는 한 번도 갖지 못했던 명료한 시각으로 그것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해리엇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부적절하게 행동해 왔는지! 얼마나 경솔하고 무례하며 어리석고 무정하게 행동해왔는지! 그녀는 지금껏 너무나 무모하고 분별없이 행동해왔던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그녀는 그런 행동을 한 자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이라도 갖다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 p.422

대화를 통해 완전한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거기에는 어느 정도의 왜곡이나 오해가 덧입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처럼 행동에 대해서는 서로 오해가 있었더라도 감정은 그렇지 않은 경우, 그 간극은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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