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모두의 것으로 남아야 할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 공영미디어와 미디어스포츠는 끝까지 보루로 남아야 할 영역에 속한다. 공영미디어는 민주주의와 직결되고, 미디어스포츠는 공동체가 하나 되는 통로를 제공한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앞서 미디어의 공공성과 스포츠의 보편성을 강조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보편적시청권제도가 도입되었다. 스포츠상업화의 물결이 거세지고, 글로벌 자본 기반 OTT가 미디어스포츠 생태계를 장악하면서 보편적시청권제도는 이름만 남는 지경에 처했다. 올림픽과 월드컵과 같은 중요 스포츠 이벤트만큼은 지역에 상관없이, 소득에 상관없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때만큼이라도 온 국민이 하나 되어 혼연일체로 목청 높여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 방송의 공익이념 구현의 중요한 하위개념이 보편성이다. 누구도 소외됨 없이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고,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신이 깔려 있다. 방송 통신 융합 시대, 방송과 통신의 공통분모 또한 보편성이다. 스포츠 또한 모두의 것이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일 때 스포츠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미디어와 스포츠의 교집합 역시 ‘보편성’이다. 보편성을 실현함으로써 미디어와 스포츠의 만남은 시너지를 발휘해 왔다.
---「머리말」중에서
본서는 미디어 복지 향상 차원의 보편적시청권제도를 살펴볼 때, 기존의 공익, 보편성 실현, 통신의 보편적서비스 개념을 논의하는 데 있어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과 마사 누스바움의 역량 접근법 차원을 더해 논의하고자 한다. 센과 누스바움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또는 ‘개인 이익 총합의 극대화’ 중심의 공리주의에 반대하는 학자들이다. 분배를 뒤로 한 채, 개인의 이익만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효용이나 후생만을 따질 경우, 개인 간 비교가 어려울 뿐 아니라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53쪽 “1장 공익성, 보편성 그리고 보편적서비스”」중에서
중계권료 급등은 TV수신료를 비롯한 공적 재원에 의지하는 공영방송을 더 이상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을 확보하기 힘든 처지로 내몰았다. 방송법에서 보편적시청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무료 지상파방송사가 밀려나면서 주요 스포츠 이벤트의 보편적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방송과 미디어 관련 글로벌기업은 전문 스트리밍 OTT 기업을 설립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각국마다의 문화를 파악하면서 잠재시장을 개척해 나간다. 이미 다즌은 일본 프로축구 및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을 획득해 일본에서 독점 스트리밍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마블 마니아를 필두로 국내에 안착한 디즈니플러스 또한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을 소유해 다양한 종목의 중계권을 확보한 사업자이다. 거대 상업자본이 스포츠 중계권을 선점하면서 공영방송은 퇴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시대, 즉 지금처럼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방송에 접목된 환경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보편적 프로그램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공영방송이 담아내는 프로그램의 전송수단이 정교화되고 디지털화되어도 정책당국은 모든 사람이 지불 능력과 관계없이 공영방송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보장해야 한다.
---「197~198쪽 “6장 OTT와 스포츠 중계”」중에서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유럽 중계권자는 디스커버리(Discovery)였다. BBC는 주요 경기를 온전히 실시간 중계하지 못했고, BBC에서 볼 수 없는 주요 경기 생중계를 보기 위해서는 유료 채널인 디스커버리에 가입해야만 했다. 그동안 무료 지상파방송으로 올림픽경기를 시청해 왔던 영국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봉미선, 2021). 보편적시청권제도를 정착시킨 영국에서 2021년 7월에 일어난 실제 상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가 미국 기업 디스커버리에 2020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중계권을 독점 판매하면서 보편적시청권 정책이 무력화되었다. 디스커버리가 IOC에 지불한 금액은 약 1조 5000억 원(13억 유로)에 달했고, 유럽방송연맹(EBU)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BBC, 2021). 스포츠 이벤트의 ‘왕관의 보석’으로 불리는 올림픽마저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시청할 수 없게 되었다.
---「223쪽 “8장 해외 주요국의 보편적시청권”」중에서
공영방송은 공적인 소유구조 아래 놓여 있다. 주주 개인의 이익보다 공익을 앞세운다. 공영방송은 TV수신료, 방송통신발전기금,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영업에 따른 광고 수입 등으로 운영된다. 운영자금 조달 구조가 국가 권력이나 상업적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 우리나라 TV수신료 제도는 사실상 조세에 가깝다. 국가대표팀이 겨루는 스포츠 중계를 공영방송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비를 시청자들이 이미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업적인 플랫폼이나 OTT를 통해서만 중계방송을 볼 수 있다면 이는 시청자들에게 이중 부담을 요구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사 특히 지상파방송사는 수십 년간의 스포츠 중계 노하우를 갖고 있다. 최첨단 장비와 경험을 갖춘 제작진의 노하우가 합쳐져 경기 장면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스포츠 중계에서 공영방송이 소외된다면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 중계 등으로 다져진 스포츠 중계 노하우는 물거품이 되고 말 수 있다.
---「270쪽 “9장 무료 지상파방송의 중요성”」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