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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에서

[ 양장 ] 청색지시선-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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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18*184*20mm
ISBN13 9791189176907
ISBN10 1189176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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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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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이 지평선 가까이 내려와 앉았다
새벽이다
말을 깨워라

초원은 양팔 벌려 휘돌아도 눈이 안 닿는 삼백육십 도

다만
발끝은 저문 몸을 맡긴 진료실
석 달 만의 정기검진 결과를 보고 의사가 말한다, “잘 버티셨어요. 이렇게 삼십 년만 버티면 되죠, 뭐.”
모처럼 기분 좋게 웃는다
석 달 치 목숨을 담보 받아 나오는 길

말을 깨워라
새벽이다
지평선에 붙어 북두칠성과 함께 아득하자
---「고비에서」중에서

서소문 버스 정류장까지 슬슬 걸어와
생애의 가늠자를 한 클릭 반쯤 돌려놓고
옛집으로 가는 33번 버스를 기다리기로 한다

나는 지금 보험회사 직원을 더 이상 난처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생각하고 있다

접수 완료
더 이상 추가 서류를 보내서야 쓰겠는가

도화지 한 장만한 삶인 것이다
넓이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길 힘쓰면 그만이다

33번 버스는 오지 않고
실은
지난 번 시장이 노선을 개편해 버렸다 한다

시절은
한 사람의 생애는 그와 같은 것이다
---「고비에서」중에서

뜬금없이 나타난 너를 보고 어리둥절하다
눈을 뜨니 이불을 덮지 않고 있다
몸이 춥다
그래서 꿈마저 추웠을까

맞장구치다 가볍게 몸을 털고
구름 한 쪽이 흘러간 저쪽은 어디쯤인지

하루의 몫은 누구나 한결같아
저무는 해가 섬을 걱정하지 않듯
물방개 노는 여
꼭 거기 들일만 한 오막 한 채면 된다

약속하던 날보다 약속한 날이 더 가까운
그래서 설레다가 고개 젓는.
---「추운 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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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말하건대, 시인이 “지평선”과 “북두칠성”의 “360도”에서 몽환처럼 진정으로 만난 것은 “용궁에 잡혀 가”거나 “귀신의 여관 아궁이에 불”을 때는 소외와 불우의 현실이 다시 몰아닥쳐도 결코 “지지 않고 살아날 꽃”의 상상적 몽환, 아니 존재적·미학적 투기(投企)의 실천 원리였다.
- 최현식 (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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