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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1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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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1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54g | 128*188*30mm
ISBN13 9791167373168
ISBN10 116737316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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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깊은 밤, 바다가 부풀어 올라 지표까지 뒤덮어버려 궁지에 내몰린 사멸 직전의 고래들이 그를 찾아와, 셸터 콘크리트 벽을 손바닥보다 부드럽게 젖은 무게감이 있는 것, 즉 지느러미로 계속 두드렸다. 반쯤 잠이 든 상태로 그는 자신이 그런 존재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느낀다. 그렇게 자기를 부르러 오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 현실 세계의 모든 관계를 포기하고 핵셸터로 옮겨 온 것이라고 꿈속에서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고래들이 셸터 벽을 부수고 침입하는 일은 없다. 이튿날 트랜지스터라디오에서 그는 습지대의 연습장에서 합숙 훈련을 하는 자위대 군악대원들이 불량소년들에게 습격을 받았고 그 가운데는 중상을 입은 자도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벽을 두드린 건 손바닥을 다쳐 힘을 줄 수 없는 자위대원이었을까? 아니면 셸터에 숨어 지내는 자마저 뒤이어 습격하려고 불량소년들이 간을 본 걸까?
---「1장 핵셸터」중에서

그는 아들과 나란히 버스 맨 뒤에 앉아 버스가 습지대 남쪽을 크게 우회하는 동안에 셸터 콘크리트 덩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셸터의 위치를 그와 같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될까? 그것은 세계의 마지막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폭발의 열과 충격파가 이 도시를 엄습하기 전에 냉정함과 끈기를 가지고 진과 함께 걸어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심한 열로 콘크리트의 외벽이 번쩍거린 다음에 이어질 충격파는 어린아이의 귀에도 울릴 것이다. 이사나는 그때 평온하게 속삭이는 듯한, ‘세계의 끝, 입니다’라는 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장 조개껍데기에서 불거지다」중에서

그 시절 그는 새벽녘 끝없이 마음이 우울해지는 시간을 보내면서 배달되는 조간신문에 그 자신의 사망 기사, 혹은 사는 것을 거부하던 아이, 결국 죽다라는 사회면 기사가 인쇄되어 있지 않은 걸 오히려 하나의 우연처럼 느꼈다. 사는 것을 거부한 아이란 다름 아닌 그 당시의 진이다. 도대체 무엇이 계기가 되어 진이 그처럼 참혹한 궁지에 처했는지, 즉 주의 깊게 진을 지켜보는 자에게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실히 살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는지 결국 알아낼 수가 없었다.
---「3장 파수꾼과 위협」중에서

“안 돼! 아무리 별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해도 언젠가는 그만둘 거야! 도중에 그만둘 거야! 원래 사회 속 인간이니까, 이런 놈은. 그러니까 언젠가는 도중에 그만둘 거라고. 그건 다카키가 우리한테 늘 말했던 거 아냐? 사회로부터 축출당한 게 아니라 스스로 사회 밖으로 나온 인간은 도중에 그만두고 스스로 사회 속으로 돌아간다고 했잖아!” 이제 보이는 하소연했다.
---「7장 보이 저항하다」중에서

“맞아. 관동대지진 때 우리의 괴물 같은 아버지들, 할아버지들은 조선인을 희생 제물로 바쳤었지? 그건 다른 누구보다 조선인이 약했기 때문이야. 이번 대지진이 일어나면 혐오의 대상이 될 약한 인간이란 바로 우리들이야. 우리들이 오늘날의 괴물 같은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에 의해 희생 제물이 되는 거라고. 그 전에 대항해에 나갈 수 있다면야 다행이겠지만. 그렇게 안 되면 우린 스스로를 그 자리에서 구할 수단을 생각해야지.” (중략) 다마키치가 그렇게 말하자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 때문에 이사나로서는 다마키치의 자기 구조 선언이 실제로 그들의 피해 의식에서 출발한 것인지, 아니면 정교한 반어인지 정확히 알 길이 없었다.
---「10장 상호교육」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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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말, 다가올 변혁기의 첫 신호로 대학 분쟁의 물결이 전국으로 퍼졌을 때 오에 겐자부로의 침묵은 상징적이었다. 이제 우리는 고래와 나무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오키 이사나와 현대판 노아의 홍수에 출항하려는 자유항해단 사이의 대립과 협력 속에서 그 침묵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 시바타 쇼 (『그래도 우리의 나날』 작가)
진실로 무서운 소설이다. 일본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폭력을 해방’시키는 세계를, 현실의 여러 사건을 예지하며 그리는 이 소설은 그간의 오에 겐자부로 소설 우주 전부를 종합한다. 종합할 뿐만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큰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 노마 히로시 (『진공지대』 작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상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가공할 현실의 모습 그 자체로 변해 다가오는 묵시록적인 세계. 오에의 신작은 1970년대 일본의 균열과 부식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정신들을 묵시록적인 조명 아래 드러내려는 야심작이다. 이 작품은 결국 현실이 될 대홍수와 파멸의 조짐을 일찌감치 예감한 무력하고 무정형으로 방황하는 영혼들이 발하는 ‘신호’를 시시각각 기록한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그려내는 오에 씨의 필치가 훌륭하고, 문체 면에서도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오오카 마코토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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