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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22*188*20mm
ISBN13 9788979736045
ISBN10 8979736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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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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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모든 것-되기

이수경

셰익스피어가 목적지인 헤르만 세르겔, 석좌교수인 ‘나’는 어느 날 셰익스피어 학회에서 만난 다니엘 토프라는 사람으로부터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넘겨받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아주 오래된 어린 시절의 것부터 1616년 4월 초의 것까지. 다니엘 토프 또한 두 발의 라이플 총탄을 맞은 아담 클레이라고 하는 죽기 직전의 한 병사에게서 넘겨받은 것인데, 병사가 죽어가면서 큰 소리로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토해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선물로 받게 된다. 헤르만 세르겔은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며 기억을 넘겨받게 되지만 그 기억은 저절로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받은 사람이 발견해야 하며 기억을 준 사람이 잊어버리는 만큼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기억은 이미 당신의 의식 속에 들어갔지만 당신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해야 하오. 그것은 꿈속에서, 깨어 있을 때, 어떤 책의 책장을 들출 때, 모퉁이를 돌 때 나타날 것이오. 너무 조바심을 내서도, 기억들을 억지로 만들어내서도 안 됩니다. 우연이 자신의 신비로운 방식에 따라 그것을 드러내 보일 수도, 지연시킬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잊어버리는 만큼 당신은 기억하게 될 겁니다. 나로서는 그 기한을 전혀 장담할 수가 없소.”

거역할 수 없는 토프의 선물을 받은 그는 기억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게 된다. “사랑 안에서도, 우정 안에서도, 심지어 증오 안에서도, 그 누구도 그 누구에 대해 그렇게 될 수 없었던 것처럼 셰익스피어는 나의 것이 되리라. 어떤 방식이 되었든 간에 나는 셰익스피어가 되리라.” 헤르만 세르겔은 셰익스피어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었던 부인 앤을 기억할 것이며, 비극도 정묘한 소네트도 쓰지 않을 것이며, 방대한 시구들을 기억하게 될 것을 기대하지만 그가 애를 쓰면 쓸수록 실패하고 만다. 기억은 시각적이기보다는 청각적인 모습으로 그에게 찾아온다. 『켄터베리 이야기』의 저자 초서의 어법에 속하는 몇 가지 단어를 면도를 하다가 토해내게 되고, 대영박물관을 나오다가 자신이 들어보지 못했던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게 된다. 그로부터 그는 초서, 고어, 스펜서, 몽테뉴 같은 작가들, 셰익스피어가 즐겨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게 되고 셰익스피어가 그에게 스며들게 된다.

낯선 얼굴들과 방들이 나의 밤 속에 스며들어 왔다. 내가 정체를 알아본 첫 얼굴은 채프만의 얼굴이었다. 그 다음은 벤 존슨의 얼굴, 그리고 전기에 나와 있지 않으나 셰익스피어가 자주 보았을 존슨의 이웃에 사는 어떤 사람의 얼굴이었다.

헤르만 세르겔은 점점 더 셰익스피어가 되어 가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그를 위해 새롭게 변화된다. 셰익스피어가 된 충만함도 크게 된다. 그러나 그의 기쁨은 기억이 스며들수록 억압과 공포로 변하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거대한 강은 나의 평범한 물길을 위협하고, 급기야는 거의 그 안에 휩쓸려 들어가 버리도록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는 점점 자신의 모국어를 잊어가고 일상적인 것들이 위협받게 된다. 두 기억은 서로 뒤섞이면서 그를 기진맥진하게 만들고 서로 교통할 수 없게 만든다. 그는 헤르만 세르겔로 되돌아가고 싶어 아무 데나 전화를 돌린다. 그리고 마침내 한 남자에게 기억을 넘겨주게 된다. 그러나 기억을 넘겨주는 것 또한 넘겨받는 것만큼 쉽지 않다. 기억을 깨우기 위해 시험의 과정들이 필요했듯이 기억을 지우기 위한 또 다른 시험의 과정들이 필요했다. 그는 기억을 가지고 있는 채로 꿈을 꾸게 되고 가끔 자신이 아닌 또 다른 타인을 만나며 살아가게 된다.

보르헤스가 쓴 소설 「셰익스피어의 기억」의 이야기이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그레고르가 시각적인 형태로 갑충-되기가 되었다면 헤르만 세르겔은 청각적인 형태로 셰익스피어-되기가 된다. 그레고르는 갑충이 된 후 그동안 자신이 해 오던 일상의 것들을 할 수 없었다. 갑충이 된 후 인간의 목소리를 상실했다. 일상적으로 쓰던 언어를 상실한 결과 그레고르는 가족들과 소통할 수 없게 되고 죽어가게 된다. 헤르만 세르겔도 셰익스피어가 되고 모국어를 잊어버리게 되는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무엇으로 될 때 그것은 둘이 존재할 수 없다. 배치를 통해 새로운 무엇이 되면 과거의 나는 죽어야 한다. 헤르만 세르겔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셰익스피어의 기억이 그가 죽어야 모든 기억을 지울 수 있듯이 무엇으로 된다는 것은 자신의 죽음의 주인이 되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되기는 자기 나름의 고름을 갖고 있는 하나의 동사이다. 그것은 ‘…처럼 보이다’, ‘…이다’, ‘…와 마찬가지이다’, ‘생산하다’ 등으로 귀착되지 않으며 우리를 그리로 귀착시키지도 않는다. ‘되기’는 헤르만 세르겔이 셰익스피어처럼 보이거나 헤르만 세르겔이 셰익스피어와 마찬가지인 것은 아니다. ‘되기’는 오히려 자아를 고무하고 동요시키는 어떤 힘의 실행이다.

‘되기’는 관계 속에서 다른 삶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점이 있지만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무엇으로 된다는 것은 다른 무엇이 실재하지 않더라도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이다. 되기의 주체인 나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때 그 변화가 ‘되기’인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지금은 실재하지 않지만 헤르만 세르겔에게 변화가 일어나면서 셰익스피어-되기가 일어난 것이다. 지각과 감응의 복합물인 감각의 블록이 생성되면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주체는 그 무엇으로 된다. 그러나 다른 신체와 마주쳐서 합성을 통해 더 큰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역량, 즉 감응작용들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되기’가 불가능하다. 일상적이고 체험된 우리의 지각작용 속에 배어있는 불필요하고 잉여적인 것들을 버려야만 ‘되기’가 가능한 것이다.

헤르만 세르겔은 그것을 몰랐다. 단지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갖게 되면 그 충만함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그의 사랑의 대상을 만나게 될 기쁨에 들떴다. 그러나 완전한 셰익스피어가 되어갈수록 기존의 ‘나’는 사라지게 된다. ‘되기’는 지각과 감응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의미를 획득한다는 말이다. 다른 신체와의 연관 속에서 특정한 문턱을 통과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헤르만 세르겔은 그것을 깨닫고 셰익스피어가 된 후 기억을 다른 이에게 주려고 한다.

“나는 내가 썼어야 했고, 그러나 내게 쓰는 게 금지되어 있던 어떤 책에 대한 아쉬움과, 그 식객, 즉 유령이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헤르만 세르겔은 셰익스피어가 된 후 삶의 새로운 문턱 앞에 다가서게 되고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되지만 그가 잃게 될 것들을 포기하지 못했다. 석좌교수로서의 삶은 그에게 안정되고 달콤한 세계를 선물했을 것이다. 그 세계를 버리지 못하면 새로운 삶은 주어지지 않는다. 석좌교수이면서 셰익스피어-되기는 불가능하다. 다른 이에게 기억을 넘겨주어 이제는 꿈을 꾸고 있는 자만이 셰익스피어인 그, 다시 헤르만 세르겔이 되기 위해서는 셰익스피어인 그가 완전히 죽어야 한다.

보르헤스는 그가 쓴 소설들로 ‘되기’를 실현하고 있다. 끊임없이 기존의 것들에서 배치를 바꾸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창조는 생성에서 비롯된다. 무에서 유가 아니라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 보르헤스는 셰익스피어가 되기도 하고, 세르반테스가 되기도 하고, 70세의 보르헤스가 되어 80세의 보르헤스를 만나기도 한다. 보르헤스의 소설에는 중심이 없다. 그러기에 생성이 가능하다. 다른 언어로 바꾸고 다른 구조로 변환하고 다른 서사로 배치하면 다른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세계는 무한하고 영원하므로 의미는 무한하고 영원히 분산되어 있다는 보르헤스적 명제를 역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 짧은 단편소설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계통적 생산이나 유전적 재생산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이것들에서는 동일한 종 내에서의 성의 단순한 이원성과 여러 세대에 걸친 작은 변화들만이 차이로서 유지될 뿐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공생하고 있는 항들만큼이나 많은 성들이 있으며, 전염 과정에 개입하는 요소들만큼이나 많은 차이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수많은 것들이 남성과 여성 사이를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들은 바람을 타고 다른 세계에서 오며, 뿌리들 주변에서 리좀을 형성하고, 생산이 아닌 오직 생성의 견지에서만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보르헤스는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이 어두운 배치들을 생성의 언표들로 재생시켜 우리 앞에 펼쳐놓고 있다. 생성의 바람을 타고 이야기들로 우리 곁에 살아있다. 그래서 보르헤스는 가장 천재적인 생성의 작가가 아닐까. 겹쳐진 주름들을 활짝 다시 펴서 새로운 주름을 만들어 새로운 소설을 탄생시킨 위대한 작가.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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