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가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익 증가를 위하여 사용되고, 기업 경영이 더욱더 높은 효율성 속에서 새로운 차원의 경쟁의 단계로 들어설 날이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도입한 후에 뒤따라가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수많은 기업들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셈입니다. 인터넷 판매를 무시하고 오프라인 매장만 확장하고, 세계화에 역행해서 고비용 저품질의 상품을 생산하고, 자동화를 미루며 노동 비용 상승만 탓했다면, 과연 그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20세기에 들어 이미 가속을 더해 가던 기술의 발전은 21세기에 들어 더욱더 급격하게 가속하고 있습니다. 헤지 기술의 발전은 단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는 것만이 아닙니다. 변화가 가져오는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방법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에 현기증을 느끼며 과연 어디까지 적응할 수 있을지 불안해 하던 사람들에게 보호막을 선물해 준 것입니다. 발전과 변화가 가져오는 세계의 불안정은 어쩌면 커다란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변화의 불안정을 극복하고 인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헤지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p.12, 「헤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중에서
치킨과 돼지고기로만 이루어진 ‘외식 시장’이 있다고 합시다. 이때에 치킨은 돼지고기의 대체재에 해당합니다. 즉, “시장 = 치킨 + 돼지고기”와 같은 공식이 성립하고 치킨을 우변에서 좌변으로 옮기면 “돼지 고기 = 시장 - 치킨”이 됩니다. 다시 말해, 치킨과 돼지고기로만 이루어진 시장에서 돼지고기를 ‘매수’한다는 것(다시 말해, 치킨집에서 돼지 고기도 판매한다는 것)은 치킨을 ‘매도’하는 것, 정확히는 ‘공매도’하는 것에 근사합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서 “시장”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것이겠지요. 분명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한계는 존재합니다만, 돼지고기를 함께 파는 전략은 치킨 수요가 줄어들 때에 대한 헤지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물론 치킨집에서 돼지고기 음식(보쌈, 족발)을 같이 파는 경우는 있습니다만, 돼지고기 메뉴를 새로 연구하고 조리하는 오퍼레이션 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리스크(위험)을 헤지하려다가 오퍼레이션 리스크와 같은 또 다른 종류의 리스크를 추가하게 되므로, 좀더 간단하게는 돼지고기 음식을 파는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퀀트삼겹살〉이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증권시장에 상장했다면 말입니다.
--- p.34~35, 「퀀트가 별 건가? 치킨집 사장님도 퀀트!(by 은종현)」중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본원적 위험보다 훨씬 작을 때에는 그 작은 위험을 없애는 것보다 본원적 위험과 상쇄되도록 하는 편이 전체 위험을 낮춥니다.
--- p.60, 「1부 기업의 위험’ 중에서
기업의 위험 헤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 기획을 만든 후 위험을 헤지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팩터 헤지에 따라 기업의 사업 기획 자체가 바뀐다면 헤지가 사업 기획을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무엇을 팔 것인가를 먼저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팩터를 헤지할 수 있는가를 정하면 무엇을 팔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치 경제가 불안하여 다른 국가들에서는 이미 성공한 사업 아이템들을 실행하지 못했는데 국가 팩터를 헤지함으로써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가 정책 위험 팩터를 헤지할 수 있다면 터빈 엔진 개발 업체가 자신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원자력 발전 부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보조금을 결정하는 에너지법에 대한 위험 팩터를 헤지할 수 있다면 건설 개발 기업이 부동산 개발 분야의 상대적 경쟁력을 활용하여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장 위험을 헤지할 수 있다면 불경기라 실행되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디어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헤지가 새로운 투자 시그날을 만들어 내듯 새로운 헤지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 p.128, 「2부 위험 팩터와 헤지」중에서
과거의 경영 기획은 시장 전체를 예측해야 하므로 예측 난이도는 높으며, 특정 아이디어가 아무리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어도 시장 전체가 수익을 낼 때만 투자할 수 있으므로 투자가 제한적이며, 헤지를 하더라도 위험이 잘 통제되지 않거나 헤지가 되지 않아 위험이 높으며, 높은 위험으로 인한 보수적 투자 때문에 수익은 낮아지게 됩니다. 반면에 헤지에 기반한 경영은 예측하기 힘든 팩터들은 모두 헤지하기 때문에 예측 난이도가 훨씬 낮습니다. 자신이 예측할 수 있는 것들만 예측하면 됩니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투자하며, 팩터 헤지로 인한 새로운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투자 기회가 비약적으로 많아집니다. 위험은 당연히 낮아지고, 더 많은 투자 기회에 다변화된 투자가 가능하므로 레버리지와 함께 수익률도 높아집니다.
--- p.226, 「3부 헤지를 통한 수익 창출」중에서
또 다른 경우는 거래 및 관리 비용이 매우 높은 부동산이나 석유 및 선박 등의 현물 자산이 헤지 용도로 사용되었을 때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유동성의 위험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유동성이 충분히 있는 헤지 도구들을 이용하는 쪽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에 부동산과 같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유닛과 같이 가격 산정이 가능한 경우가 아니라 임야처럼 자산 가치가 불확실한 대상을 헤지에 사용하는 것은 거래 비용도 비용이려니와 거래 자체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기에 헤지가 무산됩니다. 채권이나 주식에서도 유동성이 떨어지고 거래 비용이 높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식과 채권은 유동성이 높지 않습니다. 매우 특정한 팩터를 헤지하기 위해서 이러한 채권이나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야 한다면 헤지를 최대한 장기적이고 고정적으로 바꾸어 주어야 합니다. 물론 장기적 투자에서 고정적 위험이 발생한다면 이를 헤지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에 동적인 헤지를 가정한다면 헤지 도구의 유동성 및 거래 비용을 중요 요건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p.280~281, 「4부 헤지 과정의 문제점들」중에서
팩터를 이해하고 헤지를 이해한다면 언제 투자를 시작하고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더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기업 경영인들의 고유한 이해가 개별 기업의 경영을 결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겠지만, 팩터들은 한두 개의 기업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강릉에서 하고 있는 나의 사업이 힘든 것은 사실 뉴욕과 런던의 영향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팩터의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 p.322, 「5부 투자와 경영」중에서
기업의 헤지에 대한 초기 논의 중 하나는 기업을 소유한 투자자들이 환헤지나 원자재 선물 헤지를 수행할 수 있는데 왜 기업이 헤지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투자자가 전문 펀드라면 기업의 헤지 포트폴리오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할 수 있는데 굳이 기업이 헤지를 할 때 생기는 이익이 있을까요? 〈 중략 〉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개별 기업의 능동적 헤지를 투자자가 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는 투자자가 레버리지를 수행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기업의 능동적 헤지는 기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에 도전함으로써 완성됩니다. 이름 모를 투자자가 아무리 헤지를 한다고 해도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기업을 그대로 위험에 노출시키고 투자자가 레버리지를 하는 것보다 기업 자체가 헤지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내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더 이익입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시그날을 고정시키고 헤지로만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보다, 헤지를 통해 시그날 자체가 다양화될 때 훨씬 더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가져옵니다.
--- p.368~369, 「5부 투자와 경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