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길거리에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경품 복권을 받아들고 동전으로 싹싹 긁었더니 '당첨'이 나왔다. 이때 당신은 당첨됐다고 기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역시 예외였던 거야!' 하고 놀라기 전에 아마 '어차피 당첨자가 많을 테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복권의 절반 이상, 아니 어쩌면 전부가 당첨이라고 쓰여 있는 거 아니야? 어차피 장삿속일 테지'라는 의심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예외일 리가 없다, 즉 평범한 다수파라는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자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것이 20세기 초두까지 학자들이 고수하던 태도였다. 지구만이 '생명 복권'에 당첨될 리가 없다, 지구가 당첨됐다면 다른 모든 행성도 생명체로 넘쳐나리라······.

그러나 당신이 똑같은 복권을 받은 통행인 중 무작위로 100명을 골라 복권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그 중 한 명만 '당첨'이었고 남은 사람들은 모두 '꽝'이었다. 그러면 아 프리오리적인 확률은 조건부 확률로 바뀐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표본 중에서 당첨은 100분의 1이었다. 즉, 당첨된 당신은 '나는 예외가 아니다'라고 더는 생각할 수 없다. 물론 복권을 받은 몇 천 명의 통행인을 모두 조사해야 단언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조사한 통행인 100명의 '당첨' 비율은 거의 똑같았을 것이다(일양성의 가정). 말하자면 100분의 1 정도의 예외 영역에 당신이 선택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