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질문은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한 지적들은 매우 많다. “사회 탓만 하고 만사에 노력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 고생을 사서도 한다는데 너무 고생을 모른다”, “세상이 좋아져서 게을러졌다.” 만약 청년들이 과거보다 부지런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현재 취업의 어려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반면, 과거보다 현재의 청년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면 현재 고용위기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18쪽, 늙은 아담」중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은 성찰적인 삶보다는 활동적인 삶에 너무 치우쳐 있다. 청소년에게 “꿈이 뭐지”라고 질문하면 아직 정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열에 아홉은 희망하는 직업을 대답한다. 이처럼 꿈과 직업의 동일시는 너무나 일상화되어 버렸지만 왜 그런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경제적인 성공이라는 가치가 현대사회에서 중시되고 직업이 이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단일 지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25쪽, 노력의 문제」중에서
청년들에게 희망을 북돋아 주기 위한 말 중에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 있다. 이는 성공의 반대말이 실패가 아니라 포기,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곧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열심히 도전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그런데 거꾸로 포기의 반대말이 도전이 아닌 성공이 될 수 있을까. 이는 청년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한 번의 패배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고 승자가 모든 것을 취하지 않는 사회일 때 가능하다.
---「33쪽, 포기의 반대말」중에서
사회적 변화와 관련해 다른 한 가지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청년들의 경제 여건이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이거나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아 노동 빈곤층(working poor)으로 빠질 위험이 커졌다. 어려운 것은 취업만이 아니다. 대학 등록금이 최근 낮아지고 있으나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학비 부담이 크고 집값이 청년층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높아 주거 빈곤층(house poor)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39쪽, 캥거루에게 묻다」중에서
인구 감소는 고용에 있어서 양면성을 갖는다. 구직자 입장에서 보면, 인구 감소는 일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이 약화되므로 취업에 유리할 수 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구 감소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할 소비자가 줄어드는 것이므로 불리하다. 동시에 소비자의 감소는 내수를 약화시키고 경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기 위축에 따라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니 청년 취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67쪽, 내리막길의 기울기」중에서
청년층과 노년층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는 단지 정년제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이나 노령연금 등은 좀 과장해서 표현해 본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노년층은 기존의 연금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데 반해서 청년층은 연금혜택이 줄어들지 않으면 연금 재정 고갈의 책임을 고스란히 자신들이 져야 한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
---「79쪽, 연령분절적 사회」중에서
행복감도 청년층과 노년층이 낮은 수준을 보인다는 점에서 비슷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이는 한국적인 현상이다. 왜냐하면 대다수 국가들은 젊을 때의 행복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예외적으로 20대 이하에 행복감이 낮은 수준이어서 노인들의 행복감과 유사한 수준을 보여 주고 있다.
---「103쪽, 연대와 분열의 갈림길」중에서
그런데 대학 교육의 확대가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만약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교육수준이 고도화되지 않는다면, 대학 졸업자들이 고졸 노동시장으로 취업해야 하는 하향취업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향취업은 인적자원의 낭비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며 개인적으로 볼 때도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하향취업을 하게 되면 최소 2년에서 최대 6년을 학업에 투자했지만 개인에게 돌아오는 몫이 전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향취업 실태를 분석한 여러 연구들은 우리나라의 하향취업 규모가 30%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118쪽, 고학력화의 배반」중에서
기성세대들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경험하였다. 그렇지만 현재 젊은이들은 10대의 노력이 20대에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미래의 성공이 땀의 대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미래만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유예된 일과 삶」중에서
젊은이들의 사회 참여가 부족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치열한 대학 진학과 취업 경쟁으로 인해 사회문제에 눈을 돌릴 여유를 갖지 못하는 데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생활시간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극단적인 양상을 보여 준다. 흔히 의무생활시간에 해당되는 교육과 취업 시간이 거의 최장 수준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160쪽, 당신들의 정치」중에서
우리나라는 젊은 시기의 권리보다 의무를 강조하는 시각이 강하며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의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청년정책은 일자리정책이란 시각이 자리 잡아 왔다. 청년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이전에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필요하지만 권리에 대한 보장 없이 의무만을 강조한다면 현재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171쪽, 젊음과 사회적 연령」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