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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라는 놀라운 기적

그대라는 놀라운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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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15쪽 | 148*210*20mm
ISBN13 9791193231012
ISBN10 119323101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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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5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내가 떠나고 난 후 보일러를 틀 수가 없다. 침대에는 도저히 누울 자신이 없어 바닥에 이불을 깔고 푸링이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잠이 든다.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 때문에, 안락을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이 죄스럽기만 하다. 잠이 드는 순간, 그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마저도 힘겹게 다가온다. 함께한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야 할지, 없애야 할지 바보 같은 질문도 해본다. 10대 이후로 지금처럼 시간이 빨리 흐르길 소망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슬픔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
--- p.13

‘아버지,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그 짧은 인사가 아들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아직 어리디어린 아이가 그 짧은 저녁 인사를 남기고 했던 아들이 새벽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멀고도 먼 길을 떠났다. 혼자 가기엔 너무 힘든 길을 왜 그렇게 빨리 길을 떠난 건지….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만져볼 수도 없다. 안을 수도 없다. 내 얘기를 들어 줄 수도 없다. 아니 이제는 아들의 얘기를 들어 줄 수도 없다. 몸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음은 추스를 수 없어 내 몸에서 이탈했다. 목구멍에 물 한 모금 넘기기가 어렵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 p.21

아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엄마이지만 아빠의 역할도 하며 슬픔도 외로움도 틈타지 못하게 했다. 결혼과 함께 쭉 모시고 살아왔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두 분을 위로하는 것도 내 몫이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이자 가장이자 아빠로 살아왔다. 나는 내가 봐도 충분히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래, 나란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다.
--- p.28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아버지는 집으로 오셨다. 혼자였다. 우리를 보자마자 모두 끌어안으며 펑펑 우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늘함이 온몸을 감쌌다. “너그 엄마가 안 깬다. 아무리 깨워도 답이 없데이. 의사가 그라는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칸다. 어린 너그들 불쌍해서 우야노.” 큰 기둥이고 울타리 역할의 아버지도 울 수 있다는 사실이 어린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 p.31

'사랑하는 내 딸 은진아'로 시작하는 첫 문장. 삐뚤빼뚤 큼지막하게 써 놓으신 글자 하나하나에 눈물이 차올라 그만 왈칵 쏟아내고 말았다. '착하게 살아줘서 대견하고 고맙다. 부부간에 항상 신뢰하고 믿음과 사랑으로 살아주기 바란다. 능력 없고 보잘것없는 아버지를 만나서 우리 딸이 고생하는 거 같다. 능력 있는 부모를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를 용서해다오.'
--- p.35

그렇게 닮은 점이 많았던 나와 내 딸은 폭언과 폭력 속에서 15년을 참으며 살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가족을 잃는 것이 싫었다. 게다가 큰집 조카인 연년생 남매를 같이 키우고 있던 터였다. 조카들은 아빠 돌아가시면서 버림받았고, 엄마 재가하면서 또 버림받았다.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결국 우리에게로 왔다. 이렇게 상처받은 조카들을 또 내버릴 수 없었다.
--- p.41

엄마이기에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처음부터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터놓고 이야기를 하고, 양해를 구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바보처럼 끙끙 앓고 나 혼자 아이를 완전하게 지키겠다는 오만이 이런 화를 부른 것이다.
--- p.49

그리도 사정해서 이혼 도장을 찍어 줬는데 남편은 5년간이나 다락방에서 기거했다. 그나마 두 아이의 아빠이고 작은 아이가 사춘기여서 그냥 뒀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생활비를, 학비를, 아픈 내 약값을 벌어야만 했다. 가계비와 생활비, 그리고 두 자녀의 용돈과 학비를 부담하며 잘 키웠다. 다락방에서 살던 남편은 5년이 지난 후에야 집을 나갔다. 이제는 남남인 듯 무심하게 살아간다. 오직 두 아이만 생각하며 나로 살아갈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두 자녀만을 생각했다.
--- p.65

고목이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그 오랜 비바람을 받으며 상처가 아물어 단단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고 나면 괜찮다. 상처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지금 너무 힘들어도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다. 살아보니 그렇다. 앞으로도 어떤 눈물과 시련이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다 극복하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인생은 살만한 것이고 내겐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 p.73

그 결과, 졸지에 전화 금융 사기 공범자에 연루되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 1년 동안 모든 금융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지냈다. 이 사건은 나에게 가장 큰 상처로 남았고 1년간은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다.
--- p.80

“죄송하지만 제가 이번 학기까지만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죄송합니다.”
폐원을 결정하고 나를 믿고 함께해준 학부모님들께 이 사실을 전달하기까지는 무척 큰 용기가 필요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주변에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많아졌다. 그래도 “난 괜찮겠지. 난 아닐 거야.” 다독였지만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다.
--- p.83

늦둥이와 낮잠을 자던 남편이, 주방으로 걸어가더니 부엌칼을 손에 든 채 걸어 나온다.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내 숨소리에 아이가 깰까 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서둘러서 달래야 하는 수밖에 없다.
“얼마가 필요한 건데?”
불쑥 내뱉은 말에 상황은 잠잠해진다. 남편은 돈 때문에 죽을 결심을 했었나 보다. 남편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 p.89

“나 치매 진단받았어! 알츠하이머래”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과 평소의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인 형님이 치매라는 진단을 받고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법적으로 혼자가 된 그분을 돕기 위해 다방면으로 알아보는 시간이 1년 정도 지났을 때 치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서울 생활 포기 선언을 들었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
--- p.169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청소하는데 눈물이 났다. 너무 서러웠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남들 다 잠든 시간에 청소하고 있는 거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굽힌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빗자루도 내려놓지 못하고 청소를 하면서 계속 울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청소를 끝냈다. 모두 다 잠든 사이 지친 몸으로 새벽에 다시 일어나 힘없이 하는 빗자루질이 그렇게 서러웠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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