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역주의 본문으로 삼은 『胎敎新記 單(태교신기 단)』(1938)은 본래 사주당 이씨(師朱堂李氏, 1739~1821)가 한문으로 지은 〈胎敎新記(태교신기)〉에 그의 아들 서파(西陂) 유희(柳僖, 1773~1837)가 음의(音義)와 주석을 붙인 뒤, 언해하여 〈胎敎新記諺解(태교신기언해)〉라 한 것을 합쳐서 1938년에 경상북도 예천에서 간행한 태교전문 서적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사주당 이씨와 아들 서파 유희의 공동 저술이라 할 수 있다.
--- p.14
유(柳)씨 집안의 이씨 부인9은 완산 씨족으로 나이는 팔십삼 세였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해서 경전의 뜻을 깊고 밝게 알았고 고전을 두루 관통하여 기이한 뜻이 높고 빼어났는데, 세상에 재능 있는 사람이 적은 까닭을 태교(胎敎)가 행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이에 전훈10에 남겨진 뜻을 뽑아 얽어서 먼저 미묘한 뜻에 이르러 무릇 임부의 마음가짐[心志] 과 행동거지[事爲], 보고 듣기, 앉고 서기, 먹고 마시기의 절(節)이 다 경전의 예법을 모아서 모범을 세우고 종합하여 거울로 삼고의학의 이치를 취하여 그것의 들고남을 깨우쳐 정리하여 한 권의 책을 만드니 서파자 경(유희)이 장을 나누고 구를 떼어 주석을 덧붙여 이것을 『태교신기』라 하니 이로써 이전 사람들이 빠뜨린 글월을 보충하였으니 아아 심원하도다.
--- pp.31~32
바야흐로 태아가 음화(陰化)에서 자라는 것을 보호하고 지키매, 경맥이 길러져 달이 바뀌어 감에 따라 호흡이 이루어지고, 자궁의 영혈이 태아에 게 흘러 혈맥의 피가 바야흐로 돌게 되니 어머니가 병들면 곧 자식이 병 들고, 어미가 편안하면 곧 자식이 편안하여, 그 성정과 재주와 덕이 어머 니의 움직임에 따른다. 먹고 마시기,25 추위와 더위가 기혈이 되어 아직 용 봉26을 새기는 장엄이 베풀어지지 않았을 때 진흙을 반죽하여 훌륭한 도 자기27를 만드는 것과 같다.
--- p.34
‘자연(自然)’은 노장 사상의 핵심 개념이다. 그래서 자연에 대한 해석도 각양각색이다. 게다가 자연을 얘기한 것이 노자만은 아니다. 노자 이후 『장자(莊子)』, 『순자(荀子)』, 『한비자(韓非子)』, 『여씨춘추(呂氏春秋)』, 『춘추번로(春秋繁露)』, 『회남자(淮南子)』, 『문자(文子)』, 『논형(論衡)』 등 여러 책에서 모두 자연을 얘기하였다. 그리고 왕필(王弼)(『老子注』), 하상공(河上公)(『道德?經河上公注』), 곽상(郭象)도 각각 『노자』에 주석을 달면서 자연에 대해 설명했다. 이 세 사람은 명실공히 노자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니, 그들의 해석은 후대 연구자들에게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 p.100
아버지의 낳으심, 어머니의 기르심, 스승의 가르치심은 하나이다. 잘 치료하는 이는 병이 들기 전에 고치는 법이고, 잘 가르치는 이는 태어나기 전에 가르치는 법이니, 따라서 스승은 십년을 가르치지만 어머니의 열 달 기름만 같지 못하고, 어머니의 열 달 기름은 아버지의 하루 낳음만 같지 못하다.
--- p.53
태를 기르는 일은 어머니 스스로 할 뿐만이 아니라 온 집안사람이 항상 거동을 조심하여야 할 것이니, 감히 분한 일을 듣지 않게 하니 그 성낼 것을 걱정하는 것이고, 감히 흉한 일을 듣지 않게 하니 그 두려워함을 걱정하는 것이고, 감히 난처한 일을 듣지 않게 하니 그 근심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고, 감히 급한 일을 듣지 않게 하니 그 놀랄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성내면 태아로 하여금 피가 병들게 하고 두려워하면 태아로 하여금 정신이 병들게 하고 근심하면 태아로 하여금 기(氣)에 병들게 하고 놀라면 자식으로 하여금 전간병이 들게 한다.
--- pp.89~90
임부의 말하는 도리는 분해도 모진 소리를 하지 말며, 성나도 나쁜 말을 하지 말며, 말할 때 손짓을 말며, 웃을 때 잇몸을 보이지 말며, 사람들과 더불어 희롱하는 말을 하지 말며, 부리는 종들을 몸소 꾸짖지 아니할 것이며, 닭이나 개 등을 몸소 꾸짖지 아니할 것이며, 사람을 속이지 말며, 사람을 훼손치 말며, 귓속말을 하지 말며, 근거가 없는 말은 전하지 말며, 직접 관련된 일이 아니면 말을 많이 하지 말 것이니, 이것이 임부의 말하는 도리이다.
--- p.107
아이를 밴 어머니는 (아이와) 혈맥으로 이어져 있어서, (어머니의) 숨 쉬고 내뱉음에 따라 (아이도) 움직이므로 그(어머니의) 기뻐하고 성내는 바가 아이의 성품과 감정이 되고, 그(어머니의) 보고 듣는 바가 아이의 기질(氣質)과 물후(物候)가 되며, 그(어머니의) 먹고 마시는 바가 아이의 살과 피부가 되니, 어머니 된 자가 어찌 경계하지 않겠는가.
--- pp.126~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