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처 라이프는 두 가지 문화와 두 종류 인생 사이에 갇힌 한 남자의 초상을 공감있게 그려낸다. 더불어 미국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떠도는 영혼들의 애닮은 고독, 특히 일제시대 한국인 여성 종군 위안부에 얽힌 한맺힌 절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 뉴욕 타임즈
이창래의 소설은, 우리 모두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미묘하고 정교한 인간 심리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는 확신에 찬 문체로 마치 우리들 곁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지나간 전쟁의 상흔들을 끄집어 낸다. 이 환상적인 소설의 끝에 이르면, 우리는 모두 들뜬 기분으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 뉴스위크
뉴욕시 교외의 부촌 Bedley Run에 거주하는 퇴직의사 프랭클린 하타. 그는 일제시대 일본에 거주한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부유한 일본 가정에 입양되어 성장, 2차세계대전 후 미국으로 이민해 의사생활을 해온 복잡한 인생행로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그런 복잡한 삶의 여정 속에서도 그는 일본과 미국사회 모두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려 노력해왔고, 그 결과 그는 이웃으로부터 늘 좋은 평판과 존경을 받아왔다.
그는 결혼은 하지 않고 한국계 여자아이 (Sunny)를 입양해서 혼자 키워왔으나, 동양인에 입양아, 그리고 10대 반항기의 나이에 접어드는 양녀 Sunny는 하타에게 거칠게 반항하며 가출한다. 가출한 그녀가 지내는 마약업자의 집을 찾은 하타는 마약복용과 문란한 섹스를 벌이고 있는 Sunny와 그녀의 친구들을 목격한다. 그 모습에서 하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버마지역에서 한국인 정신대를 관리했던 일본군 복무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잠재의식 깊이에 억눌러왔던 하타의 그 기억은 우연한 화상과 입원을 계기로 다시 떠오르게 된다.
버마진영에 투입된 한국인 위안부들, 그들에게 가해진 성적 학대의 참상, 특히 그가 탈출시키려 했었으나 탈출에 실패했던, 한국이름 ' 끝애(K)' 라는 여자에 대한 기억, 그녀가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언제나 yes맨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은 그를 괴롭힌다. 그런 회상을 통해 하타는 자신이 이제껏 살아온 삶이 결국은 제스처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노년의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 준 미국 여성 Marry Burns. 그러나 하타는 자신의 불분명한 정체성이 가져오는 혼란으로 인해 그녀에게 역시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한다. 그녀가 암으로 사망한 후, 그녀가 자신에게 남겼던 말을 떠올리며, 제스처에 지나지 않은 자신의 삶에 대해 회한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