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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창가에 서서

꽃비 내리는 창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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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508g | 150*225*20mm
ISBN13 9788956656809
ISBN10 895665680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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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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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에서 깨어난 만물이 아침 햇살에 기지개를 켜며 봄날의 창문을 열었습니다. 살랑거리는 조용한 바람은 양지를 찾아 피어난 제비꽃만 흔들어 놓았습니다. 햇살에 맺힌 아침 이슬은 보석처럼 빛나고 신선한 아침 공기는 봄의 푸르른 꿈을 피어나게 합니다.

60년대 우리나라 은막의 주인공이었던 고 윤정희 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우리에게 알려져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시가 있습니다. 영화감독이 직접 지은 그 시가 영화 〈시〉에서 바로 여인의 맑고 순수한 삶의 향기 담은 그리움 가득한 인생사의 독백이 되어집니다. 이 영화 속의 시는 「아네스의 노래」라는 이창동 감독의 작품입니다.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중략)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중략)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중략)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이창동의 「아네스 노래」)

문학에서 시는 다른 장르보다 더 준중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은 수필가, 미술가라고 부르지만 시인은 시인이라고 사람 인(人) 자를 쓴다고도 합니다. 물론 시인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시는 삶의 노래이며 삶의 눈물이고 시 속에는 사람의 땀 냄새도 나고 속마음의 문이 열려 들여다보게도 합니다. 봄날의 햇살에 따스함을 느끼지 못하면, 봄바람 속에서 달려오는 시간을 만나지 못한다면 우리 마음은 여전히 겨울입니다.

이미 피어난 봄꽃들은 진한 향기로 후각을 깨우고 일어나 함께 갈 소중한 시간의 출발점에 나를 청하고 있습니다. 가장 슬기로운 왕으로 일컬어진 솔로몬은 삼천의 잠언을 말할 정도로 지혜의 왕이었습니다. 그리고 1,000여 편의 노래를 지어 불렀습니다. “쉬르 하쉬림” 즉, 노래 중 노래 그중에 엄선된 가장 아름답고 최고의 시입니다.

봄의 시는 행복한 사랑의 노래입니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내가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은 아름답구나”(개역개정 아가서 2장10-14절)

게으른 하품을 그치고, 두꺼운 옷을 벗어 버리고, 희망찬 아름다운 봄의 꽃동산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직도 겨울의 올무를 끊지 못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커튼을 걷어 버리고 봄의 찬가를 부릅시다. 봄나물을 찾아 나선 나물 캐는 소녀들처럼 새싹이 돋아나는 푸른 들판으로, 봄바람을 가르며 달려가는 청년들처럼 봄 향기 흠뻑 묻어나는 생명의 찬가, 봄날의 노래를 불러봅니다.
---「봄에 부르는 노래」중에서

목마른 대지를 향한 하늘의 선물이 갈라진 농부들의 가슴을 식히며 내려옵니다. 꽃샘바람이려나? 매서운 냉기와 함께 다가온 새벽바람은 하얀 벚꽃 잎을 눈송이처럼 날리며 돋아나는 연둣빛 새싹의 잠을 깨워 올라오게 합니다. 제비꽃 가녀린 꽃송이가 흔들리는 잔디 위로 순백의 꽃잎이 애처롭게 쌓여갑니다. 가느다란 가지 위에 이름 모를 작은 새가 목청을 높여 아침을 부르고 있습니다. 어렵게 주인공을 찾아보니 주먹보다 작은 새, 그 작은 몸에서 온 산을 울리는 외침이었습니다.

소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발달되어 왔습니다, 원시 시대는 당연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자신과 공동체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위협의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소리가 언어로 그리고 감정을 담은 노래로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최근 음향을 연구하고 이론을 정립하여 학문으로 발전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소리란 물체의 진동이 귀에 도달하여 감지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이 소리를 다 들을 수가 없고 어느 주파수 범위, 이른 바 가청 주파수 안의 소리를 듣습니다. 이 가청 주파수 밖의 더 큰 소리나 더 작은 소리는 들을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며 나는 엄청난 우레 소리를 들을 수 없도록 창조주는 인간의 귀를 가장 유용하게 창조하신 것입니다. 빛이 1초에 30만 km를 이동한다면 소리는 느려서 약 340m를 이동하며 느리지만 이 소리에 감정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면 그것이 언어가 되고 음악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리의 3요소로 소리의 높고 낮음을 음정이라 하며, 소리의 크기를 음량, 배음 구조의 차이를 음색이라 합니다. 여기에 리듬으로 박자를 구성하고 그리고 선율을 따라 멜로디를 입히고 서로 화성을 조합합니다. 이를 작곡을 하고 연주하여 그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음악 예술입니다. 문학가는 글로 자기의 감정과 의사를 표현합니다.

음악가는 소리와 음악의 메커니즘을 조정하여 마음을 지배하는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합니다. 민족마다 음악이 다르고 민족 감정도 다릅니다. 시대마다 음악 장르도 변화무쌍하게 달라집니다. 가슴에 각인된 음악의 멜로디는 수년이 흘러도 마음속에 남아 있어 향수와 추억 그리고 치유의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한 음악가가 있습니다. 그는 일본인이지만 양심적인 사람으로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사과해야 한다’며 평화를 외치고 주장하던 사람입니다. 그는 아시아 사람으로 처음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습니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OST를 작곡한 “사카모토 류이치”, 오늘 아침은 가슴을 울려주는 그의 얇은 피아노의 울림 소리와 함께 하루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는 자서전에서 “나의 걸음을 뒤돌아보니 (중략)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자신을 평가했습니다. 그는 덩그러니 음악만 남겨두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아쉬움이란 늘 있는 법이지만 그가 떠난 날 내리는 비에 젖은 하얀 벚꽃은 ‘맑게 그리고 싸우지 말고 서로 존중하라는’ 듯 피아노의 하얀 건반 위에 시를 적어 놓았습니다. 우리 인생은 똑같은 피아노 앞에 앉은 연주자들이 아닐까. 희망의 찬가, 또는 슬픈 애가를, 때론 묵묵히 그냥 무심코 두들기다 때론 멈춰서는 손가락처럼, 우리 인생이 연주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천재적인 음악가의 피아노 선율 위로 하얗게 벚꽃이 흩날립니다. 목청껏 아침을 깨운 이름 모를 새처럼 흔들리는 세상에 앉아 비에 젖은 작은 몸짓과 가슴 속 감정을 꺼내어 인생의 노래 한 곡조 조용히 불러봅니다.
---「인생을 아름답게 노래합시다」중에서

봄을 재촉하는 비가 야속하게도 인사만 하고 떠나 버린 오후 오랜만에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귀엽고 까만 눈동자가 예뻤던 친구는 이제 주름살도 훈장처럼 새기고 머리카락마저 줄어든 친구들도 있었고 늘 병치레하던 약하던 친구가 건장한 몸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그중 제일 달라진 것은 늙었다는 것입니다. 익어간다고 어느 가수가 애써 위로하려 하지만 익어가는 것 같지만 몸이 반응하는 현실은 사실 늙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나는 친구들의 인사말이 “야 너 많이 늙어 버렸구나?”하면서 웃었지만 한결같은 것은 여전한 맑은 천진스런 성품이었습니다. 오늘의 만남이 어찌보면 인생의 쉼 없는 삶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증거 같았습니다. 친구의 모임이란 허물이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자존심 등으로 얼굴을 감춘 친구들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오기도 합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이제라도 연락 좀 하고 살자.” 대부분 퇴직을 하고 일선에서 물러섰기에 시간적 여유로운 사람들입니다.

최근에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일어난 한 세기만의 규모가 가장 커다란 지진은 무려 7.8의 강진이었습니다. 거기엔 수만이 죽었고 실종자도 수십만 명 정도 된다고 하니 가히 무서움과 충격입니다. 지금도 강도 6이 넘는 강한 지진이 계속 되고 있다고 하니 구조대도 국가도 속수무책인 모양입니다.

우리는 자연의 무서운 재앙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무력한지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부요해진 생활 형편과 최첨단의 기술력으로 이루어진 도시와 마을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현장에서 인간은 신의 이름을 부르며 긍휼을 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고 보면 다 감사할일인데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순간을 보호하시고 지켜주시는 은혜를 못 느끼고 소중한 사람들을 귀한 줄 모르고 살아갑니다. 이는 시대적인 사탄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길들여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전통적 나라 독일에 내려오는 「마귀의 도끼」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귀들의 목적은 인간성을 무너뜨려 삭막한 삶으로 넘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 회의에서 마귀는 인간을 깨뜨리고 부술 특수 무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세 가지 도끼였습니다. 그 세 가지를 다 사용하지 않아도 마귀는 무서운 도끼였습니다. 도끼 중 하나는 사람들 간에 서로 믿지 못하고 신뢰감을 무너뜨리고 관계를 잘라버리고 깨뜨리는 “믿음을 깨는 붉은색 도끼”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담지 못하게 하는 “희망을 부수는 파란색 도끼”입니다. 마지막은 서로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미워하게 만드는 “사랑의 줄기를 자르는 검정색 도끼”였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이 도끼에 공격을 받아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자주 만나자고 몇 번 부탁하고 다짐했건만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희망마저 없는 삶 속에서 사랑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내일 일을 모르는 연약한 인생길에서 더 사랑하고 더 신뢰하고 응원하고 최선을 다해 힘을 내서 더욱 더 사랑하고 하나 됨으로 연약한 인생길에서 남은 시간을 행복으로 채워보겠습니다.
---「더욱 더 믿고 사랑하면서」중에서

모처럼 내린 금 같은 봄비가 땅에 떨어지기 아까워서 풀잎 끝에서 초롱초롱 빛나는 새벽입니다. 지난 가을부터 부쩍 줄어든 강수량은 겨우내 겨우 조금 내린 눈마저도 건조한 눈이어서 수분을 많이 함유하지 못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 대지가 목말라 있습니다. 시냇가로 불어오는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수양버들은 연둣빛 잎사귀를 드러내었지만 말라 깊어 멀어진 강물의 수위 때문에 젖 보채는 어린 아기처럼 어색하게 춤을 추는 듯합니다. 농부들은 날마다 목마른 논밭의 작물들로 안타까워 스마트폰 일기예보를 뒤적이며 마치 물길을 찾듯이 비오는 일기예보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의 생명은 당연히 물을 통해 유지됩니다. 그래서 천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물이 곧 생명의 유무 존재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유엔이 고심하고 고심하던 문제를 들고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이른바 “물 지키기 회의”를 통해 인류의 공동 재산이고 생명의 근원인 이 세상의 가장 귀한 자원인 물에 대한 지구촌을 향한 답답한 심경을 촉구하는 경고와 같은 메시지였습니다. 지난 3월 22일부터 사흘 동안 “유엔 물 회의”가 열렸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여기서 이 물을 “生命血”이라 표현하며 “이 생명혈인 물이 지구 온난화로 증발되고 무분별한 소비로 고갈되고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이미 아프리카 100여 나라와 동남아 등 많은 지역이 사막화 되었거나 초기 사막화의 징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무분별한 목축과 산림자원 훼손으로 땅이 머금은 수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구 표면의 30%정도와 10억 명 정도의 사람이 식량 불안정과 기아와 빈곤으로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나라 한반도에도 적색불이 이미 켜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글로벌한 지구촌의 문제로, 이웃 나라 문제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때가 되었습니다. 유엔식량기구가 2021년에 “국가별 물 스트레스 수준의 진전보고서”에는 우리 대한민국이 아프리카와 중동에 이어 85.52%의 물 부족 현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개인 당 물 소비는 세계 3위입니다. 그리고 이미 봄과 겨울 가뭄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고 지금 이미 전국의 중요한 상수원과 도서지역은 식수가 말라가고 있습니다. (자료출처. 국민일보. 유엔 세계 물의 날 2023-3-22. https://baedomi.com/85) 물이 사라진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일들이 벌어집니다. “보츠나와의 응가미 호수”를 찍은 한 사진 기자의 사진이 이런 현실을 실감하게 보여주며 충격을 주었습니다. 물이 말라버려 물을 먹지 못한 모든 짐승이 흙더미 속에 말라 죽어가고 있는 끔직한 현장 사진이었습니다. 이 사진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것은 곧 사람들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봄바람과 함께 찾아와 선물처럼 아침을 열며 내려준 새벽 비가 보석처럼 햇살에 빛나고 있습니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제법 물기가 젖은 촉촉한 들길을 걸어 봅니다. 그리고 생기를 찾은 쑥들과 피어난 개나리꽃과 고개 내민 식물들과 인사를 나누어 봅니다. 그리고 내 마음에 손을 넣어 만져봅니다. 목말라 허덕이던 대지처럼 나도 모르게 말라버렸던 나의 마음에도 단비가 내렸나 살펴봅니다. 오늘 아침에는 언제부터인가 은혜의 단비를 못 만나 척박해지고 날카로워진 마음을 새벽 비의 촉촉함으로 진정시켜 봅니다. 그리고 다시 생명을 깨우고 일어날 푸른 은혜의 단비를 기다립니다.
---「푸른 은혜의 단비를 기다리면서」중에서

영산홍 꽃잎이 뿌려진 해변, 종일토록 집게들과 고둥과 이름 모름 수많은 바다 친구들이 건설하고 닦아놓은 길들과 남긴 모래 위의 집이 탑처럼 높이 쌓여 있습니다. 밝아오는 해변의 아침은 지난 밤 달빛 아래 이룩해 낸 거대한 생명이 머문 역사의 한 장입니다. 그러나 잠시 후 들어오는 밀물의 어루만짐에 눈물로 얼룩진 자국과 권력의 높다란 탑도 다 사라져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자리를 머문 생명들과 사람들은 그 시간을 살아왔듯이 또 다시 소중한 시간을 살아갈 것입니다.

성지순례 차 이집트 카이로와 주변의 문화 유적을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한 시대 전 세계를 호령했던 파라오들의 호령소리와 군사들의 함성이 먼지나는 사막 위에 그려졌습니다. 피라미드는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의 권력과 영혼 불멸을 믿는 그들의 지하 궁전입니다. 수많은 권력자들이 남겨 놓은 피라미드가 무너지고 부서지고 도굴되어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남은 것만 해도 80여 개나 된다는 말에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 하나만 있다고 해도 무려 227미터의 정사각형에 높이가 146미터에 달합니다. 돌무덤은 돌 하나의 무게가 2.5톤이며 230만 개를 쌓았다고 합니다. 기간도 20여 년 동안이나 걸렸다고 고고학자들은 말하기도 합니다. 5,000년 전에 그들이 영원한 권력을 염원하며 미라로 만든 시체와 각종 보석으로 만든 장신구들을 보관한 장엄한 피라미드도 구경꾼이나 찾지 그 영광을 기억해 주지도 그들을 기억해주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요한 시제는 과거도 미래도 다 중요하지만 현재, 곧 과거의 열매이며 미래의 터전인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최선을 다해 선한 흔적과 향기를 남기며 살아가야 합니다.

고려 말 선비이며 조선 초 벼슬을 사양한 야은 길재는 조선이 개국한 후 수도를 한양으로 옮긴 후 500여 년 동안 고려의 도읍지였던 개성을 방문하여 느꼈던 참담한 심정을 시로 노래했습니다. 그는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과 함께 ‘여말삼은(麗末三隱)’으로 일컬어지는 고려의 충신이었습니다. 과거 여러 필의 말과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함께 했을 개성의 시가지 길에 혼자 필마로 들어서는 외로움과 허전함 그리고 쇠락한 도시의 모습에 인생무상(人生無常)으로 가슴이 아팠던 것입니다. “오백 년(五百年) 도읍지(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길재의 「회고가」, 『야은집』) 이 세상 누구보다 부귀와 영화 그리고 권세와 최고의 지혜자였던 솔로몬은 전도서라는 노래를 통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 해는 뜨고 해는 지되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아가며 …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전도서1:1) 지혜로운 그의 눈에 보인 인생의 현주소는 허망한 세상이 아닌 흔들리지 않고 변함이 없을 오직 하늘에 대한 위로와 소망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사라지며 흘러갑니다. 그러나 반드시 스모킹 건처럼 흔적과 싸인이 나타납니다. 요즘 족적과 CCTV에 기록되어 있듯이 지금 발걸음에 인격의 문양이 찍히는 선한 향기 나는 발자취를 남기고 싶습니다.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중에서

며칠 째 자욱이 안개가 낀 듯 미세먼지가 몽환의 풍경을 연출 하면서 시야를 가로 막습니다. 안개 같으면 이미 사라져 버렸을 시간이지만 미세 먼지는 여전히 우리 주위를 떠나지 않고 가득 합니다. 최근 개봉되어 유명했던 영화 〈헤어질 결심〉의 영상 속 안개는 그 영화의 여운을 오랫동안 가슴에 남게 하는 잔상이 되었습니다. 자연현상은 예술가들의 감성을 깨웁니다. 꽃처럼 내리는 함박눈도 거센 바람과 함께 몰아치는 눈보라도 예술가들은 공감합니다. 싹이 오르고 꽃이 피어나고 때론 향기를 토하고 시들어가는 꽃에서 자기의 인생을 읽어냅니다. 떨어지는 꽃송이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애잔한 가슴을 부여잡습니다. 아침의 강렬한 빛에도 저물어가는 하늘의 붉어진 노을에서도 거기 감정을 덧칠하며 한없이 바라봅니다. 자연과 환경은 우리가 살아가는 감정의 집입니다. 달려가며 주저앉아 울다가 기뻐 뛰며 행복해 웃다가 그 안에 하룻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때의 마음을 스스로도 기억하고 간직하며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 땅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이나 그리고 사상 그리고 소망을 담아 그것을 표현하고 남기고 알리고자 하는 염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시 시대 인류의 조상들도 동굴이나 암벽에 그들의 삶을 암각화로 또는 채색화로 남겨 놓았습니다. 물론 인류 역사는 수많은 예술품의 현장입니다. 특히 문학가들은 글을 통해 역사적 사실 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시나 수필·일기 등으로 기록합니다. 화가는 수채화·유화 등 그림기법으로 묘사하여 그려냅니다. 음악가들은 목소리와 악기 연주로 멜로디를 통해 표현하며 조각가들은 조소를 통해 붙여내고 깎아내서 그들의 숨은 가슴을 담아놓습니다. 오랫동안 서예와 동양화 그리고 서각으로 국내외 미국까지 명성을 가진 현포 이만일 장로님의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이 작품들에 그는 마음의 감정을 꺼내어 나무에 새겼습니다. 작품 속에 그의 인품과 삶의 지표가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금방 알게 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작품을 보고 나니 마치 그분을 만나 깊은 교제를 마치고 돌아서는 감동을 갖게 만들어 냅니다.

‘네덜란드 라이덴에서 출생한 세계적인 화가 렘브란트 반 라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에 한 분입니다.’ 그는 빛과 어둠을 통해 강렬한 집중력을 가지게 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렘브란트의 작품에는 그의 신앙적 고백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의 여러 작품 중 자화상은 자신을 성찰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십자가」와 「돌아온 탕자」 「스데반집사의 순교」 「빌라도 법정의 재판」 등의 그의 작품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어 자신이 그 작품의 일부분으로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돌아온 탕자」 그림에는 탕자를 맞이하는 아버지 옆에 자신이 서 있습니다. 「빌라도의 법정」에서 소리 지르는 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습니다. 「스데반의 순교」라는 그림에서는 돌을 들고 치는 무리 중 자신이 거기 있습니다. 그는 이 그림 속의 사건에 자신을 그려 넣은 것입니다.

신학자 토레이에게 제자가 물었습니다. 선생님 많은 번역본 중 어떤 성경이 뛰어난 책입니까? “그건 자네 삶으로 번역한 성경 일세” 서각 전시회를 통해 현포 선생님을 만나고 나오는 감동으로 나의 가슴에 고백을 담은 사랑을 오늘이라는 돌판에 새기어 봅니다.
---「작품에 새겨 놓은 위대한 고백」중에서

며칠 전만 해도 보리가 익어가던 온 들판이 녹색 카페트를 깔아 놓은 듯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똑같은 터전인데 얼마 전에는 보리를 키워내던 벌판이 이제 벼를 품고 키우는 위대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새파랗게 자라는 벼들은 마치 거기서 오랫동안 자리하고 자란 듯 이미 그 논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지를 향해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뿜어내는 하늘 위로 점 같이 하얀 비행기가 지나갑니다. 저 비행기 안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중요한 사연을 담고 어디론가 향하면서 도착하면 곧 자리를 비우고 떠날 텐데 자기 좌석을 차지하고 만족해하며 있겠지 생각하면서 하늘을 바라봅니다. 최근 환경보호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구체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지구도 우리가 우리 조상들이 살던 터전을 우리가 이어받은 것처럼 우리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하므로 우리는 오염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환경을 돌보며 노력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지인이 소중한 직임을 맡아 그 자리에 취임하는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거기서 그는 이 직분 역시 잠시 후면 지나가는 것이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어떤 자리에 서게 되면 그래도 꽤 오래 그 자리를 누릴 것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분은 벌써 떠날 때를 생각하면서 취임하는 모습에 참 멋진 그의 다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분은 임기가 끝나도 후회가 적고 보람 있게 그 직임을 감당할 것이라는 신뢰가 갔습니다.

고대 로마의 아우구스 황제 때 시인이었던 호라티우스는 그의 라틴어 시에서 “Carpe Diem(카르페 디엠)”이란 말을 통해 ‘현재 우리 삶을 소중히 하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는 “현재를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우리 삶을 매 순간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입니다. 또한 그 말과 함께 “Memento Mori(메멘토 모리)”는 로마사회의 격언이 되었습니다. 메멘토 모리는 “당신도 죽는 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요즘 청정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늘어 농약을 안 치거나 적게 하고 금비보다 퇴비를 사용합니다. 또 오리 농법이라 해서 논 가운데 청둥오리를 키우며 벼농사를 짓는 환경 친화형 농사가 있습니다. 청둥오리는 기러기과로 시베리아에서 번식합니다.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에 날아와서 지내다가 돌아갑니다. 청둥오리는 날개 힘이 좋아 먼 거리를 오가는 철새입니다. 그런데 논에 농사를 위해 넣어둔 청둥오리는 날지를 않습니다. 사육장의 하늘 부분을 막아 놓지 않아 물어보니 청둥오리는 영양가 많은 사료를 먹고 살이 찌면 몸이 무거워 날지 않고 그러다가 자신들이 날아다니는 새라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먹는 것에 걱정이 없이 하늘을 나는 것을 포기하고 날았던 기억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내과 의사인 ‘래리 도시(Larry Dossey)’는 10명 중 8명이 시간에 쫓기는 ‘시간병(Time-Sickness)’에 고생한다고 합니다. 늘 시간이 달아난다는 느낌 속에 허둥대며 가속 페달을 밟듯 계속 서두르는 것입니다. 벌판 위의 벼와 보리도, 비행기 속 승객도 모두 시간에 쫓겨 살아갑니다. 오늘도 나를 통해 지나가는 일들과 사람과 시간들에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Carpe Diem Memento Mori (카르페 디엠 메멘토 모리...현재를 잡아라. 죽음을 기억하라)”의 명언을 되새겨 봅니다.
---「순간을 기억하라/내 인생 최고의 말- Carpe Diem Memento Mori」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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