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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아시아 2

백 개의 아시아 2

[ 양장 ] 아시아 클래식-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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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1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94g | 138*210*30mm
ISBN13 9788994006093
ISBN10 8994006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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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백 번째 이야기
몽골 초원에서는 무서운 재앙을 일러 ‘조드’라 한다. 겨울이면 수시로 영하 40~50도까지 내려가는 빙원에서 수천 마리 가축이 떼로 죽는일이 빈번하다. 그럴 때 그들은 하얀 눈벌판에 닥친 재앙이라는 뜻에서 차강조드라 말한다. 하얀 재앙. 예를 들어 2009년에는 몽골 전체가축 수의 무려 오 분의 일에 해당하는 팔백이십만 두의 소와 양, 염소가 몰사하는 대재앙이 발생했다.
언젠가 그에 못지않은 조드가 사람들마저 덮쳤다.

100 아주 오래 전 무서운 돌림병 하르 체체그가 돌았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손쓸 겨를도 없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 가운데 열다섯 살 난 소호르 타르와라는 사내아이가 혼자 버려져 정신을 잃고 저승에 갔다. 그 아이는 염라대왕 앞에 섰다. 염라대왕은 소년이 완전히 죽을 때를 기다리지 않고 저승으로 온 데 감동을 받아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때 염라대왕은 소년에게 무엇이든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고 가라 말했다. 소년은 단 하나 ‘이야기’를 택했다.
세상에 돌아온 소년은 자기 몸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까마귀가 파먹어 두 눈이 없었다. 소호르는 할 수 없이 두 눈이 없는 제 몸뚱어리로 들어갔다.
그 후 몽골 초원에는 앞을 못 보는 한 사내가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고 또 가르침도 받았다. 사람들은 그가 눈이 없어도 앞날을 본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참혹한 조드를 견디고도 살아남아 다시 희망을 갖는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새삼 이야기꾼이 그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저는 사람들이 말하는 ‘들판의 귀’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의 말을 알아듣고, 땅을 기어 다니는 조그만 동물들의 흔적과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태양의 조그만 빛점들을 읽어 내지요. 저는 사방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실바람의 윙윙대는 소리,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습니다. 제게는 이 모든 것이 말이고 징표니까요.

이야기꾼이 지닌 지혜는 언제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제까지 우리는 아시아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나름대로 간단히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에는 문제가 있음을 고백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능력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이야기의 본질적인 속성에서 더 크게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매일 아침, 아니 거의 매순간,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서 무수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렇지만 백 년 전에 이미 발터 벤야민이 말했듯이 우리가 정작 진귀한 이야기에는 빈곤을 겪는 까닭은 “우리들이 알게 되는 일들이란 모두 하나의 예외 없이 이미 설명이 붙여져서 전달되기 때문”이 아닐까.
진정한 이야기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구구절절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자신을 소진하는 데 초점을 두는 정보와 달리 이야기는 자신을 기나긴, 어쩌면 무한한 시간의 지평선 위에 배치함으로써 결코 자신을 완전히 소진하지 않는다는 말이겠다.
“옛날 옛날 한 옛날”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한 순간이 아니라 모호해서 오히려 영원한 시간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어느 깊은 산속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공간 역시 아홉 시 뉴스의 특정 발화 지점하고는 상관이 없다. 그곳은 어디에도 없고 동시에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모든 시간 모든 장소를 향해 열려 있다.”
---pp.261-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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