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뒤에 숨은 이야기
우주는 의도되지도, 통제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충돌하는 다양한 종류의 천체로 가득하다. 이런 말에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우주를 넓고 텅 비고 단조로운 공간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사실 ‘넓고 텅 비어 있다’라는 말은 옳다. 우주는 무한히 넓고,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단지 때때로 이런저런 별들이 우주에 변화를 야기한다. 그러나 어마어마하게 크고 텅 비어 있다 해도, 우주는 지루한 공간이 아니다. 텅 빈 공간이 끝없이 펼쳐진다 해도, 우주에서는 행성과 별과 은하가 계속해서 충돌하기 때문이다.
많은 충돌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규모와 파괴력을 지닌다. 이런 충돌 중 대다수는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일어난다. 어떤 충돌은 생명을 파괴하지만, 어떤 충돌은 오히려 생명을 탄생시킨다. 우주에서 늘상 일어나는 천체들의 충돌 뒤에는 언제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입자가속기 속의 충돌과 마찬가지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충돌을 통해서도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본문 26~27페이지 중에서)
공을 던지다 보면
공 하나를 벽을 향해 던진다고 가정해보자. 공은 벽과 충돌한 뒤 다시 튀어나올 것이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마이크로 세계에서 이런 놀이를 하면, 그 결과는 그리 확실하지 않을 것이다. 그 세계에서 공은 공일뿐만 아니라 파동(물결)일 것이다. ‘공-물결’은 더 이상 정확히 규정된 장소를 갖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파동은 무한하게 연장될 수 있으므로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다. 담 뒤에도 있을 수 있다. 즉 실험을 통해 작지만 어느 정도의 확률로 담 앞 대신 담 뒤에서 양자 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말해 양자역학은, 내가 공을 충분히 자주 벽 쪽으로 던지다 보면 언젠가 공이 되튀어 날아오지 않고 벽을 뚫고 지나가 다른 쪽에서 나타나게 된다고 알려준다. 이런 터널효과는 약간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들리지만,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태양이 빛을 발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본문 55~56페이지 중에서)
충돌로 인한 태양에너지
폰 바이체커와 베테는 수소가 헬륨이 되는 방법을 설명해줄 수 있는 일련의 반응을 발견했다. 이는 직접적인 양성자-양성자 반응보다는 약간 복잡하지만, 마찬가지로 기능한다. 모든 것은 수소핵과 탄소핵이 충돌하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충돌하여 질소로 융합된다. 질소는 금방 다시 분열하여 탄소가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의 탄소와 다른 탄소 동위원소가 된다. 이 탄소 동위원소는 다시금 수소핵 하나를 낚아채 다시 한 번 질소가 된다. 이 질소 역시 처음의 질소와는 다른 질소의 동위원소다. 이 동위원소는 이제 안정되어 있고, 또 하나의 수소핵과 충돌하여 산소핵이 되며, 산소핵은 다시금 분열하여 질소가 생성된다. 그러나 이 역시 세 번째 버전의 동위원소다. 이 질소 동위원소는 이제 마지막 수소핵과 충돌하여 드디어 다시금 맨 처음의 탄소핵과 그 외 헬륨핵 한 개를 탄생시킨다! 따라서 산소, 질소, 탄소의 도움으로 이런 복잡한 길에서 수소가 헬륨이 된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에너지가 방출되었다. 방출된 에너지는 양성자-양성자 반응에서보다는 아주 조금 적다. 이제 우리의 태양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수소가 헬륨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활용할까? 단순한 양성자-양성자 반응을 활용할까, 복잡한 베테-바이체커 주기를 활용할까? 그것은 별의 특성에 달려 있다. 내부 온도, 질량, 밀도, 몇몇 다른 변수 등 말이다. 1950년대에야 비로소 태양의 그런 특성들이 정확히 측정될 수 있었고, 태양이 어떤 메커니즘을 활용하는지 대답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태양에너지의 1.3퍼센트만이 베테-바이체커 주기로 만들어지고, 대부분은 양성자-양성자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본문 61~62페이지 중에서)
달 생성에 관한 충돌설
캐나다의 지질학자 레지널드 데일리Reginald Aldworth Daly는 이미 1946년에 달이 젊은 지구와 다른 원시 행성들 사이의 충돌로 생겨났다는 가설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데일리의 논문은 계속 무시되었다. 당시 학계의 지배적인 분위기는 충돌을 뭔가를 탄생시킨 설명으로 삼는 것을 거부했다(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학자들은 그런 갑작스럽고 일회적인 사건들이 우주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구 소련의 물리학자 빅터 사프로노프Victor Safronov가 1960년대에 앞서 말한 행성 생성이론의 토대를 발표했을 때 비로소 행성 간의 충돌이 천문학자들의 관심권 안으로 강하게 밀고 들어왔다. 1975년에 미국의 윌리엄 하트먼William Hartmann과 도널드 데이비스Donald Davis는 충돌을 통해 달을 생성시킬 만큼 충분히 커다란 원시 행성들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었다. 지구가 더 작은 행성과 충돌했고, 정면으로가 아니라 스쳐 가면서 충돌했다면, 나중에 달이 생겨날 만큼의 충분한 물질들이 우주로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데일리의 논문처럼 또한 하트먼과 데이비스의 논문도 처음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84년에 이르자 상황은 변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달 문제를 조언하는 휴스턴의 ‘달과 행성 연구소Lunar and Planetary Institute’가 컨퍼런스를 주재했는데, 컨퍼런스는 ‘달이 어떻게 생성되었는가’라는 주제로 1984년 10월 하와이에서 열렸다. 그곳에 모인 학자들은 3일 동안 여러 가설에 대해 의견을 나눈 후 마지막에 거의 모두가 충돌설의 타당성을 확신하게 되었다. (본문 82~83페이지 중에서)
지구를 향해 오는 소행성을 막을 수 있을까?
좋은 소식이 있다. 소행성 충돌은 인간이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재해라는 것! 물론 쉽지는 않지만, 인류의 운명이 달린 문제라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구 의욕이 샘솟지 않는가! 그렇다면 다가오는 지구 멸망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면 우주선에 원자폭탄을 실어 보내 원자폭탄으로 소행성을 공중분해해버리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해야 할까? 그러나 그런 것은 영화에나 적합하지 실제로 지구를 구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중략) 이 불쌍한 바윗덩어리가 일부러 우리를 멸망시키려고 달려드는 것도 아님을 감안해(!) 망가뜨리는 대신 피해 가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충돌은 지구와 소행성이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서 만나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 부적절한 시간에 부적절한 장소에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말해야 하나? 지구는 1초에 약 30킬로미터씩 우주를 질주한다. 그러므로 지구가 자신의 지름에 해당하는 구간을 나아가려면 7분이 좀 넘게 걸린다. 소행성이 바로 이 시간만큼 더 빨리, 혹은 더 늦게 도착한다면 충돌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소행성이 약간 빠르거나 느리게 여행한다면,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무사히 지구 곁을 통과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떻게 하면 소행성의 속도를 늦추거나 반대로 빠르게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원자폭탄의 향연 대신에 이성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법들이 분명 있다. (본문 145~146페이지 중에서)
행성 X가 있다면
지구가 가까운 미래에 미지의 행성과 충돌한다는 주장을 설파하거나 믿는 사람은 대부분 하늘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은 태양계가 무슨 온갖 교통수단으로 붐비는 대도시의 거리나 되는 것으로 상상한다. 행성들은 자동차들처럼 서로를 가로질러 맘대로 질주하고, 때때로 구석 어디에선가 불쑥 나타나 지구와 충돌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행성들(그리고 다른 모든 천체들)은 태양계 안에서 그렇게 단순하게 내키는 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행성들은 자연 법칙에 복종하며 행성의 운동은 그들에게 미치는 중력에 의해 결정된다.
1609년 요하네스 케플러는 행성 운동의 기본이 되는 법칙을 깨달았다. 케플러는 그의 동료 티코 브라헤의 탁월한 관측 데이터 덕분에 행성들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원형 궤도로 태양 주위를 돌지 않고 타원형, 즉 타원 궤도로 공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중략) 케플러의 발견 이후 우리는 행성들이 정해진 궤도에서만 움직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본문 157~158페이지 중에서)
암흑물질의 증거를 찾아라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어떤 물질인지 알지도 못한다. 암흑물질에서 나오는 중력만이 관찰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금 충돌이 우리를 도와준다. 충돌은 최근 암흑물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해주었다. 그러나 이 충돌은 은하 간의 충돌이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은하단끼리의 충돌이다! ‘총알성단Bullet Cluster’은 은하단끼리 충돌이 있었던 성단이다. 여기서 약 1억 년 전 작은 은하단이 더 커다란 은하단과 충돌하여 서로 관통했다. (중략) 암흑물질은 보이지 않지만, 중력을 통해 주변에 영향을 준다. 즉 일반적인 물질처럼 중력으로 공간을 일그러뜨리기 때문에 광선이 암흑물질 곁을 지나가면 굽어진다. 그러므로 은하에서 나오는 광선이 암흑물질이 많은 곳을 지나가면 방향이 바뀌어 은하의 모습이 일그러져 보이게 된다. 학자들은 그렇게 사진에서 은하의 전형적인 일그러진 모습을 연구하면서 암흑물질의 예상 위치를 계산할 수 있었다. (본문 230~231페이지 중에서)
우주끼리의 충돌도 가능할까?
두 우주가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잠깐. ‘우주’라니? 우주도 여러 개가 있단 말인가? 정확한 대답은 ‘모른다’이다! 그러나 그런 대답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현대 물리학과 우주학의 이런저런 이론들과 가설들에 시간을 좀 더 할애해보기로 하자. 그런 가설들은 우리가 속한 우주의 본질을 매력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그 너머를 볼 수 있게도 한다. 우주가 생기기 전에는 어땠는지, 우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의 우주가 모든 것이 아니고 훨씬 더 커다란 다중우주multiverse의 작은 부분이라면 어떨지, 심지어 우주끼리 충돌하면 어떻게 될지를 말이다.
물리학은 수십 년 전부터 커다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전체로서의 우주를 묘사하는 동시에 기존의 이론들과 모순을 빚지 않는 통합이론을 찾고 있는 것이다. (본문 236페이지 중에서)
M이론의 가능성
다중우주가 있는 ‘초공간’은 어디에 있으며 어찌하여 우리에겐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 걸까? 그것은 ― 정말로 그런 것이 있다면 ― 끈과 브레인이 특정 방식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반적인 세계의 입자, 즉 광자는 M이론에서 끈으로 설명된다. 이런 빛의 입자는 전자기력을 전달하고, 빛 혹은 다른 종류의 복사선이 되어 우리로 하여금 세계를 기록하고 감지하게 한다(우리의 눈으로든 다른 측정 도구로든 간에 말이다).
끈이론(초끈이론)에서(혹은 M이론에서) 광자는 소위 ‘열린 끈’으로 묘사된다. 이것은 수직 양탄자의 실과 비슷하다고 상상할 수 있다. 끈의 한쪽 끝은 우리의 우주를 이루는 3-브레인에 붙어 있다. 그리고 다른 쪽 끝은 브레인을 통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브레인을 통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에 이런 브레인들은 광자와 우리 눈에 감지되지 않는다(지난 장에서 살펴본 암흑물질처럼 말이다). (본문 266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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