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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당신의 눈물이 입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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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당신의 눈물이 입금되었습니다

최소망 | | 2023년 05월 0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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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40g | 137*197*30mm
ISBN13 9791130699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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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높이가 100층은 족히 넘을 것 같은 건물과 맞닥뜨렸기 때문이었다. 엠마는 단번에 그곳이 눈물관리청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초대형 물방울 모양을 한 건물 표면에는 빛이 반사돼 휘어진 모양의 느낌표가 생겨나 있었고, 건물 꼭대기에 달린 피뢰침에는 화폐 단위인 ‘오슬러(Ausllor)’를 상징하는 알파벳 A가 회전하는 원형 표식 안에서 반짝였다. 엠마는 눈물관리청 건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멀리서 볼 땐 불투명했던 건물 외부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실내가 훤히 보일 만큼 투명해졌다. 청사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두리번거리며 저마다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엠마는 상상에서나 볼 법한 건물이 눈앞에 펼쳐진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우와!’ ‘놀라워!’ ‘근사해!’라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알 수 없는 기대감이 혈액을 타고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 pp.12~13

“짐작하기 어렵겠지만 어떤 이들은 당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아주 철저하게 불공평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들의 베개는 매일 밤 잠들기 전 수많은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죠. 그럼에도 그들은 불공평한 세상을 어떻게든 참고 이겨내며 살아보려고 애써왔어요.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 것이죠. 어쩌면 눈물화폐를 쓰는 이 세상은, 그들에겐 조금 공평해질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에겐 아니겠지만. 데이먼, 이제 당신이 이 불공평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애써볼 차례입니다.”
--- p.32

그녀가 버튼을 누르자 투명했던 눈물은 몽글몽글한 솜사탕 같은 핑크색으로 물들더니 줄을 타고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엠마는 투명한 눈물에 색이 입혀지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레이먼! 보셨어요? 색깔이 바뀌었어요! 눈물이 핑크색이 됐다고요.”
“분석관들은 눈물의 금액뿐만 아니라 눈물의 색깔도 지정합니다. 슬픈 눈물은 짜고, 기뻐서 흘리는 눈물은 약간 달며 화가 나서 흘리는 눈물은 산성 성분 때문에 신맛이 난답니다. 관리청엔 하루에도 수십억 개가 넘는 눈물방울이 전 세계에서 날아 들어오는데, 겉보기엔 똑같아 보여도 성질이 다른 눈물들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 고유의 색을 부여하게 되었어요. 색의 명도나 채도를 통해서 측정 금액을 더욱더 미세하게 나눌 수도 있고요.”
레이먼은 레드 계열로 그러데이션 되어 있는 수천 개의 버튼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
“그렇군요. 이곳은 정말 놀라워요. 제 상상보다 훨씬 더요.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앨리스가 된 기분이에요.”
--- pp.52~54

“공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보여서 죄송해요. 창피하네요.”
“오, 엠마! 눈물은 창피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자기 자신 그대로의 순수함을 나타내죠. 진짜 자신은 감추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나의 모습이 진짜죠. 엠마는 눈물로 자기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내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사과하지 말아요.”
--- p.68

“자신을 위해선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해요. 디지털 디톡스란 하루에 최소 한 시간이라도 모든 전자제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해지는 걸 뜻한답니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최첨단 기술에 의해 돌아가는 바쁜 세상, 눈물을 로봇이 받아내고 감정의 경중을 측정하는 세상에선 더더욱 필요한 일이죠. 나에게 선물을 하고 싶나요? 나에 대해서 알고 싶나요?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나요? 나를 정확하게 돌아보기엔 이 공책과 연필만 한 것이 없죠. 공책을 펼쳐 당신 스스로와 대화를 나눠보세요. 이 상아색 종이가 당신의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이 불순물이 적은 연필이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진하고 깨끗하게 써줄 겁니다.”
다이애나는 양장 노트 위에 연필을 겹쳐 올린 뒤 엠마에게 내밀었다. 엠마는 잠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 말없이 물건을 받았다.
--- pp.84~85

“상대에게 눈물을 보여주는 것은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거예요. 감추고 속이지 않기에 상대는 당신을 신뢰하게 되죠. 또 위로를 받아요. ‘아, 저 사람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동질감을 느끼게 되니까요. 레이먼 청장님이 그러셨어요. 눈물은 자기 자신 그대로의 순수함을 보여준다고요.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이 진짜라고요. 당신이 진짜 당신을 보여준다면, 결국 주변 사람 모두가 힘을 얻게 될 거예요. 당신 팀원들도요.”
--- pp.121~122

“선생님, 의사들은 죽음을 하도 많이 마주해서 더 이상 죽음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나요? 그냥 점심 먹으러 가는 것처럼, 특별할 것 없는 흔한 일상이 되나요?”
“물론 의사가 돼서 처음 맞은 죽음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죠. 차츰차츰 익숙해져 갈 겁니다. 아니, 익숙해져야만 하죠. 매번 빠져나오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 속에 시달린다면 아마 의사라는 직업 자체를 내려놔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건 여전히 그들은 환자의 죽음 앞에서 운다는 겁니다. 단 소리를 내어 우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웁니다. 슬픔을 감추고 감정을 감쪽같이 숨겨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요?”
“자기 자신에게도요. 반드시 그래야만 해요, 의사는.”
피터의 말 하나하나에는 진심이 묻어 있었다.
‘그의 말대로 의사가 죽음 앞에 괴로워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왜 그들의 공감을 당연하게 요구했을까?’
엠마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짐작하고 판단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 pp.2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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