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눈을 감았을 때 보는 시선, 그 사람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시선이 꽤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이 신기한 능력에 푹 빠져있었고,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 사는 것처럼 눈을 감고 그 사람의 시선으로 꽤 오래 지내봤기 때문에 그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먼저 나이. 고등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그도 나와 같은 고등학생이었고, 학년은 나보다 한 학년 아래였다. 내가 그의 시선으로 그의 책상에서 그가 책을 꺼내는 것을 여러 번 봤었는데 교과서는 나보다 1년 늦은 학년의 교과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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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갑자기 등에 따끔한 느낌이 났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선 ‘아’하고 작은 소리가 나왔다. 오른손을 등 뒤로 가져가 따가운 느낌이 난 곳을 만져보았다. 뭔가 손에 잡히진 않았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손을 앞으로 가져와 봤는데, 빨간 피가 묻어 있었다.피 묻은 손을 보자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 뒤로 주변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고, 난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사람들에 둘러싸였다.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소리,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점점 아늑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나는 바닥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져 옆으로 쓰러지듯 바닥에 누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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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런 꿈을 꾸게 되었을 때는 아마 초등학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엔 아주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마치 밝은 빛을 보고 나면 한동안 눈에 잔상이 남는 것처럼 그런 현상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 중학교 때쯤엔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는데, 나는 눈을 감아도 뭔가 보이는 게 너무 신기해서 어머니께 이 얘기를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와~ 우리 아들, 신기한 능력이 있네?”

그때 어머니는 TV를 보고 있으셨는데, 내 얘기를 듣고, 나에게 이렇게 대답하실 때까지 나를 한 번 쳐다보시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어린 나이에도 이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