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을 분에 담아 일상 가까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분재 생활입니다. 단지 경치를 축소하거나 자연의 재현에만 그치지 않고, 만드는 이의 이상형을 담아 미래를 기대하며 가꾸어 가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예술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분재의 가치는 식물을 심고 가꾸며 사계의 변화, 굵어지는 줄기와 잔가지로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미를 즐기는 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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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으로 심고 사랑으로 키우며 기르는 즐거움, 바라보는 즐거움,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분재가 주는 보람이고 행복입니다. 수형을 가꾸고 풀포기를 다듬는 일은 나의 내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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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계곡, 냇가, 고산 등에서 사계절을 통해 절로 나고 지는 풀, 꽃, 자생란 등을 분에 담아 기르고 즐기는 풀분재입니다. 지천으로 흔한 식물, 때로는 만나기 힘든 희귀 식물, 이름 없는 식물, 까다로운 식물 등 여러 형태의 풀 꽃 등이 있습니다. 풀은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나 한여름의 땡볕, 거친 바람, 모진 추위에 아랑곳 않고 언 땅속에서 죽은 듯 숨 죽이고 견디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강인함에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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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은 모든 식물이 태어나 성장하게 하고, 결실에 이르게 하는 생명체의 근본입니다. 자연의 대지는 고사한 초목의 낙엽이 쌓여 자연 발효가 일어나고 이를 통해 자라는 나무에 유기질 비료를 공급해 주며, 토양 속 미생물이 비료를 분해하여 식물에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도록 합니다. 자연에서 크는 식물은 일부러 비료를 주지 않아도 이처럼 비료를 섭취하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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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형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균형 있는 수형이란 아랫가지가 굵고 윗가지가 가는 것이지만, 나무의 건강은 위로 갈수록 강해지고, 아랫부분은 약해지는 것이 자연의 생리입니다. 손질 없이 방치하면 강한 부분은 계속 강해지고 약한 부분은 계속 약해지게 되므로 균형 있고 이상적인 수형을 갖춰 나가기 위해서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지요. 현재의 수형에 집착하지 말고 나무의 장래를 생각합니다. 한 번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가지치기의 어려움이기에 심사숙고하여 잘라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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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나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해 봐요. 그리고 나무를 가꾸듯 마음속 나무도 관찰해요. 오늘 잎 상태는 어떤지, 물이 부족한 건 아닌지, 곰곰 들여다보고 헤아려보는 거죠. 그렇게 나무도, 우리 자신도 함께 가꾸며 성장하는 거예요. 오래 가꾼 나무에는 매일의 이야기와 희로애락이 켜켜이 담겨 있어요. 나무의 굵은 줄기, 촘촘한 잔가지 곳곳에서 지난 기쁨을, 위로를, 지혜를 다시 발견해요. 시간을 쌓은 나무를 바라보는 일만으로 저는 조용히 충족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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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머리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키우는 것이지요. 사람의 표정을 보고 마음을 읽듯이, 잎의 표정을 보고 뿌리의 상태를 가늠합니다. 끊임없이 보살피며 가꾸고 기다리며 절제된 사랑을 익히는 것이 분재의 자세입니다. 시작은 내가 그들을 키우는 듯했으나, 지금은 그들이 나를 키우며 함께 성장해 갑니다. 그대들 있음에 내가 있고, 또한 내가 있음에 그대들이 있는 거지요. 여기, 함께하는 삶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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