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에서 가장 기괴한 사건 중 하나가 뉴저지주 웨스트빌에서 일어났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여섯 살에서 여덟 살 사이로 추정되는 남자아이가 웨스트빌 교외 부근 라마포산 주립 공원에서 혼자 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층 더 기괴한 사실은 그 소년이 누구인지, 숲에서 얼마나 혼자 살았는지 관계 당국이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영화 〈정글북〉에 나오는 모글리 같았습니다.” 웨스트빌 보안관보 오렌 카마이클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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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는 천재였다. 헤스터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 천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원래 아이들은 정해진 능력을 타고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의 성격과 자질은 이미 결정되었고,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은 부모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친한 친구가 헤스터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부모는 자동차 수리공과 비슷하다고. 차를 수리하고, 잘 관리하고, 계속 달리게 할 수는 있지만 차의 기본적인 특징을 바꿀 수는 없다. 수리를 맡긴 차가 스포츠카라면 그걸 SUV로 바꿔서 내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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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는 뛰어올랐고, 발로 쇠창살을 디뎠다. 마치 수직으로 달리듯이 양손으로 창살을 잡은 채 몸을 끌어 올리며 위로 올라갔다. 꼭대기에 이르자 반대편으로 넘어가 왼손을 놓고 두 다리를 뻗었다. 신발창이 창살 위로 미끄러지며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었다. 와일드가 창살에서 손을 떼고 땅에 떨어지자 차 두 대가 그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왔다.
한 대도 아니고 두 대가.
너무 과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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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찾아온 손님 있어?”
“경찰 서장 제복 입은 그 섹시한 할아버지 말이에요?”
헤스터 입에서 저절로 본심이 튀어나왔다. “그 남자 귀엽지?”
“짐승남 만난 거 축하해요.”
“어디 있어?”
“그린룸으로 안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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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한테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 할 사람이야?”
“아니지, 당연히.”
“그래서, 이게 얼마 만이야?” 롤라가 물었다.
“모르겠어.”
“아니, 넌 알아. 자그마치 2년이야. 염병할 2년이라고, 와일드. 에마가 태어날 때 본 게 마지막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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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걸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냥 며칠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 넌 늘 숲에서 살았던 시절 이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어. 그러니까 어쩌면, 일단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라, 응? 어쩌면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 일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네가 예전 기억을 전부 차단해 버렸을지도 몰라. 어쩌면 그 끔찍한 사건 이전의 삶에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숲에서 보낸 기억만 확대되어 며칠이 몇 년처럼 느껴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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