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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EPUB
김치만두 다섯 개 2
eBook

김치만두 다섯 개 2

[ EPUB ]
이지환 | 가하 | 2014년 02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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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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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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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1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6.4만자, 약 5.4만 단어, A4 약 103쪽?
ISBN13 9788966478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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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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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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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내가 평생 살 곳이니까 귀중하고 소중한 거죠. 나요, 느리고 덜떨어지고 시대에 맞지 않게 고집 세고 촌스러워요. 서울 가서 세련되게 못 살거든요. 그저 이곳에, 이곳에 숨어서 만두 장사나 하며 평생 잘 먹고 잘 살 거라고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응?”
“만약에 말이지, 만약인데…… 내가 수하한테 걸리는 이것저것 다 버리고 나 따라서 야반도주하자고 하면.”
“네?”
“아무 말 말고 따라와 주면 정말 좋겠는데 역시 나만의 꿈이겠지?”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낙엽 한 송이에 달빛이 쏴아 걸렸다. 열기가 내 이마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하늘의 별처럼 빛 부서지며 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한 고요함 속에서 황도규 씨의 목소리가 여전히 나를 향해 광속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죽어도 애기씨는 그러지 않을 거지?”
“아마도요.”
나는 새침하게 대답했다. 따라갈 때 가더라도 지금부터 따라간다고 말하면 너무 촌스러운 거지. 남자한테 너무 일찍 허락하면 말을 잘 안 듣는단 말이지. 과자는 달라고 안달하고 애원할 때 하나씩 내주는 거지, 봉지 채 그릇에다가 한꺼번에 부어주는 게 아니란 말이지.
“황도규 씨를 내가 어찌 믿고 따라가요? 게다가 우리 할아버지 유언 때문에요. 내가 설사 황도규 씨랑 엄청 열렬한 연애를 하는 사이가 된다 해도요, 안 가요.”
“왜?”
“우리 할아버지가 사채업자하고는 상종도 하지 말랬어요.”
“야, 사람 잡으시네! 누가 사채업자야? 이래 봬도 엄청 잘나가는 재벌 3세. 유능한 금융 컨설턴트야!”
그가 입에 침까지 튀기며 난리를 쳐댔다. 이거나 그거나 똑같은 거지.
“말만 어렵게 해서 금융컨설턴트지, 쉽게 말하면 고리대금업자더구만.”
“외국 나가서 죽도록 고생해 학위 따고 가업을 이어받아 일하고 있는 건전한 청년더러 그렇게 비수 꽂으면 천벌 받습니다, 애기씨.”
“변명하지 마요. 내가요, SH 금융 선전하는 거 다 봤다고요. 연체이자를 68퍼센트나 받는 금융회사가 어디 있어? 명실상부한 고리대금업이더구만.”
나의 야무진 반격에 할 말을 잃은 거다. 그가 말문이 꽉 막힌 듯 헛기침만 했다. 첫 데이트를 할 때 여자는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남자의 모델명을 명확하게 밝혀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서로가 편안하지. 내가 원하는 건 1975년산 서울 황가(家) 출신 182센티미터 올백머리 남자란 말이지. 나는 가뜩이나 초라해진 그 남자의 가슴에 마지막 비수를 박았다.
“난 말이죠, 죽어도 사채업자 마누라는 안 될 거야. 그거 너무 싫어! 반드시 벤츠 타는 재벌 3세하고 결혼할 거라고요. 그래야 밍크코트 입어도 멋지거든. 난 우리 엄마 몫으로 물려받은 밍크코트를 입어야 한단 말이에요.”
“나도 진짜 재벌 3세야! 잘나가는 백두그룹의 차세대 후계자라구!”
그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버럭 소리 질렀다.
“그래 보았자 소도둑 손자면서? 거기다가 황도규 씨 차는 10년 된 국산 똥차잖아요.”
“아니거든. 3년 된 최고급 국산 중형차거든.”
“여하튼 벤츠는 아니네. 생각해봐요 내가 우리 엄마 밍크코트 입고 그 차를 타면 빛이 나겠어요?”
“아 씨! 벤츠 사면 될 것 아냐! 내가 벤츠 사면 애기씨가 밍크코트 입고 결혼해줄 거야? 그럴 것도 아니잖아!”
“일단 사고 나서 그 문제는 이야기하죠?”
나의 위엄에 질려 그 남자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저 구두쇠 남자로부터 첫 데이트에서 나를 위해 벤츠를 산다는 말을 하게 만들었으니 손해는 아니네. 나는 동실 떠오른 달을 보며 혼자 웃었다. 잠시 후 황도규 씨가 나직하게 물었다. 엄청 심각한 목소리였다
“있지, 애기씨야. 나 그 일 하지 마?”
“무슨 일이요?”
“SH 금융 끌고 가는 일.”
“적성에도 맞고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안 해요? 사채업은 황도규 씨한테 딱인데.”
“애기씨가 돈 장사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
“내가 돈 장사 안 좋아하는 것보다 우리 집안 어르신들이 더 싫어하신다는 게 맞는 말이겠죠. 당장에 이학 할매만 하더라도요. 황도규 씨가 하는 일에다가 또한 우리 집에서 소 몰고 도망친 상머슴 황민복 어르신의 손자라는 알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죠. 우린 다시는 보지도 못할걸요?”
“그건 그렇지.”
갑자기 내 몸이 위로 훌러덩 솟구쳤다. 그가 두 팔로 끌어안아 올렸기 때문이다. 그의 눈이 반달처럼 변해 웃고 있었다. 그에 따라 내 심장이 물결도 분홍빛 춤을 추었다.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서 애기씨 보지 못하기 전에 실컷 봐야지. 할 수 있을 때 뽀뽀도 많이 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다시 만났다. 하지만 그의 키스는 내내 달콤하고 사랑스럽기만 하지는 않았다. 이내 격하고 다급하며 손끝이 저릴 정도로 열정적인 느낌이 되었다. 그가 원한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나는 이 남자와의 키스를 조만간 너무 좋아하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내 평생 이리도 빨리 무조건적으로 누구에겐가 함몰하는 일 따윈 있을 수 없다고 믿었는데. 이 남자는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원칙 지키려던 모든 것들을 타고 넘고, 파고들고, 무너뜨린다. 내가 대항하거나 막을 시간도 주지 않는다. 어쩌면 좋아, 이 사람을 내가 참 많이 좋아하고 있나 봐. 하지만 더 곤란한 건 그 남자가 나를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게 바로 느껴진단 말이지. 우리 이렇게 계속 서로에게 달려가도 좋을까? 사랑하는 거 괜찮을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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