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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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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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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가을의 마티네〉 원작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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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634g | 140*205*30mm
ISBN13 9788950969905
ISBN10 895096990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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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단 세번 만났던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와 서점 직원들에게 극찬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연애소설. 취재에 근거한 사실적 묘사와 특유의 서정적 표현력이 압도적이다. - 문학 M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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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현실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대로 아침까지 함께 보내는 선택도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나중에야 두 사람은 각자 생각했다. 왜냐하면 훗날 그들의 관계 속에서 이 기나긴 밤의 만남은 특별한 기억으로 수없이 회상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아쉬운 듯 나누었던 눈빛이 특히 ‘섬세하고도 감지하기 쉬운’ 기억으로 남았다. 그것은 끊임없이 과거의 하류로 향하는 빠른 시간의 물결 한복판에서 조용히 고독한 빛을 내뿜었다. 그 너머에는 바다처럼 펼쳐진 망각! 그 바로 앞에서 미래의 두 사람은 상처를 입을 때마다 거듭거듭 그날 밤의 어둠에 둘러싸여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다. --- p.39

아닌 게 아니라 사랑의 효능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이와 함께 인간이 연애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은, 사랑하고 싶은 열정의 고갈보다 ‘사랑받기에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10대 무렵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맑은 자의식의 번뇌가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쾌활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고독감을, 일이나 취미 같은 장점은 그럴 리 없다고 간단히 위로해버린다. 그리하여 인간은 단지 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아름다워지고 싶다, 쾌활해지고 싶다고 간절히 꿈꾸는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값할 만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없다면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
마키노는 분명 첫 만남 때부터 요코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을 이제는 그렇게밖에는 되돌아볼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품었던 그녀에 대한 동경은 이제 뛰어넘어야 할 그녀와의 거리가 되었다. --- p.98

요코는 마키노의 그 말과 행동에 격하게 마음이 뒤흔들려 뺨이 붉어졌다. 하지만 쏟아지려는 그에 대한 마음을 억누르듯이 크게 숨을 내쉬고 가만히 웃으면서 말했다.
“나, 이제 곧 결혼해요.”
“그러니까 내가 그걸 막으러 왔죠.”
마키노는 정면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요코는 바로 그 말을 지금껏 기다려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오래전부터, 아마도 바그다드에 있었을 때부터. 하지만 그걸 지금 이런 때에 듣게 된 자신의 불행 때문에 그녀는 갈등하고 번뇌했다. 하필이면 지난 3주일 동안 몸의 ‘불편함’ 때문에 리처드의 아이를 임신한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는 그런 때에. --- p.141

요코는 마키노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불면의 밤에는 그와 포옹을 나눈 소파에 몸을 눕히고 오로지 그에 대한 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단 1년 전의, 그와 만나기 이전의 자신을 신기한 마음으로 되돌아보았다.
11월의 그날 밤, 그 얼마 전에 알게 된 레코드회사의 고레나가가 마키노의 콘서트에 데려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마키노를 사랑하지 않는 고미네 요코라는 인간으로 살았을 것이다.
요코는 마치 출구가 수없이 많은 미궁 속을 헤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막다른 곳에 부딪혀 반드시 올바른 길로 되돌아가야 하는 미궁보다 오히려 어떤 길을 선택하건 막다른 곳 없이 그대로 다른 출구가 준비된 미궁이 훨씬 더 잔혹하다.
마키노의 사랑 속에서 현재의 나를 상실하고 싶다는 욕망 한편의, 그 사랑을 위해 나 자신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 그 모순된 생각에 따라 요코는 점점 찢겨갔다. --- p.224

그녀는 마키노를 사랑하고 있었다.
때때로 가슴이 미어질 만큼 고통스러운 사랑의 충동도 경험했지만 그것과 동시에 그녀는 마키노를 뭐랄까, 인간으로서 완전히 좋아하게 되었다.
그와 마주하면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적인 대화가 인생의 기쁨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그것은 거의 불가사의하다고 느껴질 만큼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 세상은 그녀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것보다 일단 그에게 경험하게 하고 그의 언어를 통해서 얻는 편이 한층 더 정채를 내뿜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주 조금 비뚤어진 그 섬세함도 점점 이해가 되면서 사랑스럽고 때로는 우습기도 했다. 여전하시네, 하고.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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