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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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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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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135*195*30mm
ISBN13 9791192828190
ISBN10 1192828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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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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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연달아 발사하는 따발총 소리가 요란하게 귓속을 파고든다. 금방이라도 총알이 날아와서 자신의 몸속으로 파고들 것만 같다. 어디론가 몸을 숨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몰려온다. 필사적으로 내달리던 몸이 순간 공중으로 가볍게 떠오르는가 싶더니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천인화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충격으로 눈을 번쩍 뜬다. 느닷없이 눈은 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뿌연 공간만이 눈앞에 어른거릴 뿐이다. 하지만 조금 전에 그를 깨우던 요란한 총소리는 여전히 귓가에 쟁쟁하게 남아 있다. 그는 자리에서 선뜻 일어나지 못하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한동안 숨을 죽이고 누워 있다.

대원들은 주민들의 열렬한 협조에 기필코 자신들의 고장을 사수할 것을 다짐하곤 했었다. 그때 짚신을 수백 켤레 만들어 들고 온 촌로의 모습이 지금도 천인화의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바싹 마르고, 밭이랑 같이 깊이 팬 주름 덮인 촌로의 얼굴이 언제나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눈가에 간절한 소망을 담은 채 물건들을 내밀던 노인의 손등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채 검고 투박했었다.
“젊은이, 난 민주주의가 뭔지, 공산주의가 뭔지 모르네. 거저 인간들끼리 멋대로 억울하게 목숨 끊지 않고, 사유 재산을 빼앗지 않고, 핏대 올리며 구호를 외치지도 말고, 그냥 조상 대대로 살던 내 땅에서 죽는 날까지 흙이나 파먹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구. 부디 이 늙은이 소원 좀 들어주게나.”
끓어오르는 가래를 삼키며 힘겹게 말하던 그 노인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을까. 그의 소원대로 조상의 무덤 옆에서 한 줌의 흙으로 변해 있을까?

전쟁은 이 땅의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초토화시키면서 인간의 일상적인 삶을 철저하게 빼앗아갔다. 아름다운 산천에서 부모형제와 일가친척들과 함께 모여 살면서 대대로 내려오던 미풍양속도, 서로 아끼며 사랑하던 마음도, 평화도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거나 부상을 당해서 괴로워하는 통곡소리가 한반도 곳곳을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인간의 존엄이 통째로 훼손당하는 마당에 이념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천인화 대위는 투철한 애국심으로 낙오된 장병 및 애국청년들을 규합, 단결시켜 유격부대를 조직하였다. 그는 구월산 부대를 편성, 교육하여 진두지휘함으로써 주도면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하여 적을 유도하거나 섬멸하고 때로는 적중에 침투하여 적의 후방을 교란하였다. 그는 실로 신출귀몰한 작전을 전개하면서 전략의 요충인 황해도 지구를 석권하여 적으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또한 수십 차례의 접전에서 적을 살상하고 장비에 막대한 손해를 가하여 아군의 진격에 일대 원동력이 되었으며, 대한민국 국군의 기개를 여지없이 발휘하였다. 천인화 대위는 왕성한 책임의식과 투철한 애국심과 충일한 군인정신을 가진 대한민국 장교로서 전 국군의 귀감이 되었음으로 일 계급 특진과 함께 이에 표창하여 전군에 포달한다.

정순은 검은 통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었다. 그리고 대원들이 꺾어온 들꽃을 머리에 꽂고, 꽃다발을 한 아름 묶어서 들었다. 인화는 검은 물을 들인 군복을 입고, 이발을 하고 나서 난생처음으로 머리에 포마드를 발랐다. 양쪽 가족들은 아무도 없이 오로지 대원들만의 축하 속에 그들은 결혼식을 올렸다. 축가는 구월산 유격부대 노래로 대신했다. 그 노래는 바로 그들의 애끓는 함성이기도 했다. 대원들은 마치 자신들이 결혼하는 것처럼 들떠서 펄펄 뛰며 즐거워했다. 전쟁이 없었다면 지금쯤 모두 다 여자를 꿈꾸고, 불같이 뜨거운 사랑을 할 나이들이었다. 대원들은 모두 다시 못 올 청춘을 전쟁에 빼앗긴 채, 앞날에 대한 확신도 없이 낯선 땅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은 천인화를 결혼시킴으로써 그들이 못 이룬 사랑과 가정에 대한 꿈을 잃지 않으려 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새신랑이라도 된 것처럼 들떠서 춤을 덩실덩실 추며 축하를 해주었다.

태양을 삼킨 바다는 긴 휴식에 들어간 듯 회색빛으로 한껏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했다. 바다는 언제나 그랬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의 심술에 못 이겨 수장이 되어 버려도, 거센 풍랑으로 미친 듯이 춤을 추며 바닷속까지 온통 뒤집어 놓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을 굳건히 견뎌내고 나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의연하게 묵묵히 흐르기만 할 뿐이다.

아! 이 땅에서 전쟁은 언제 완전히 끝날 것인가. 천태만상의 인간들 삶 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평화가 과연 올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죽음으로 밖에 얻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인화와 함께 목숨 걸고 싸웠던 대원들의 함성이 느닷없이 하늘을 찌를 듯이 귓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들의 우렁찬 함성은 때때로 그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항상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곤 했다. 천인화는 캄캄한 허공으로 변해가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을 오롯이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는 자신을 선연하게 보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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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작가는 전쟁 가운데 일어난 가장 인간적인 시간과 가장 비인간적인 시간을 비대칭적으로 보여주면서 ‘인간’의 존재론적 심부(深部)를 거듭 질문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전쟁소설을 넘어 빼어난 인간학(人間學)으로 개진해 갈 가능성이 충일하다. 장편소설 『함성』은 전장의 구체적 상황과 전후의 섬세한 기억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하여 작가의 치밀한 문헌 섭렵과 사실 고증 그리고 독창적인 시선과 필치를 예술적으로 담아낸 전쟁소설의 백미(白眉)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새로운 상황과 기억을 다룬 분단문학의 한 좌표로서 우뚝할 것이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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