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라는 나라 이름을 듣는 순간 독자분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빈곤, 부정부패, 카스트, 엄청난 수준의 공기 오염, 여성 차별, 길 위를 돌아다니는 소 떼 같은 것만 떠오를 수도 있다. 2020년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사망자들을 노천에서 화장하던 모습, 살아있는 환자와 죽어있는 시체가 같은 병실에서 뒤엉켜 있는 충격적인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는 가난과 결핍 그리고 무질서와 부정부패만 가득한 나라일까? 그곳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척박하고 고통스러운 땅일까?
(…) 이 책에는 짧게 스쳐 지나가는 TV 뉴스 속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이 담아내지 못하는 실제 인도 사람들의 일상과 종교 그리고 사회상이 담겨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유튜브 동영상과 틱톡 쇼츠가 우리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풍요롭고 역동적인 그리고 때로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인도의 참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 pp.6~7
외국인들은 물론 인도 사람들도 인도를 묘사할 때 ‘다양성 속의 통일성’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인도라는 국가가 인종과 언어, 종교, 문화 등에서 엄청난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 언어는 훨씬 다양하다. 일단 인도는 통일된 국어를 갖고 있지 않고 총 22개의 언어가 인도 헌법상 공용어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종교적 다양성도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인도 인구 100명 중 80명은 힌두교도이며, 약 14명은 이슬람교도이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데 3위의 종교가 의외의 종교인 기독교로 100명 중 두 명이 기독교를 믿고 있다. 네 번째 종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장점을 취해서 만들어진 시크교이며 불교와 자이나교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 다양성은 인도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종교적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것이 바로 인도의 식문화이다.
--- pp.47~51
우리가 알고 있는 카스트 제도는 사실 바르나보다는 ‘자티’에 더 가깝다. 자티는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가업(家業) 내지는 직업이라는 의미이다. 농사를 짓던 사람은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궁정에서 사무를 보던 사람은 대를 이어 궁정에서 사무를 본다는 그런 ‘세습된 직업’의 개념이다. 이것이 수천 년 동안 분화하고 고착화되어 현재 인도에는 약 3,000개의 자티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 인도 사람들은 상대방의 성을 들으면 대략적으로 상대의 자티 즉, 그 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대로 세습해온 직업을 짐작할 수 있다.
--- pp.66~67
인도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28세 이하일 정도로 젊고 역동적인 나라이다. 한국과 중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중간값이 각각 43.7세와 38.4세인 점을 비교해보면 인도가 얼마나 젊은 나라인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교육에 대한 높은 열의와 IT 산업, 제약 산업, 우주항공 산업 등에서의 비교적 높은 경쟁력을 지닌 국가이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주요 경제 예측 기관에서 인도의 경제가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빠르면 약 10년 이내에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 p.77
우리는 흔히 세계 4대 고대 문명으로 황하 문명,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그리고 인더스 문명을 꼽는다. 인더스 문명은 어떤 면에서 중요한 것일까? (…) 이 문명은 일정한 규모로 구획된 도시 문명이었으며, 공중목욕탕, 공용 건물 그리고 발달된 형태의 하수도 시스템도 갖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다른 고대 문명과 마찬가지로 농업에 기반했으나 한편으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도 교역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문명은 기원전 2500년 즈음 전성기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시기는 이집트에서는 기자 피라미드가 완성된 시기였고, 영국에서는 스톤헨지가 만들어지기 최소 100년 전이었다. 이 당시 인더스 문명이 발달했던 지역은 수백만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이었는데 이는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 넓다.
--- pp.129~132
나렌드라 모디는 독립기념일 연설을 통해 다섯 개의 장기 로드맵을 인도 국민에게 제시했다. (…) 나렌드라 모디는 가장 먼저,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 인디아’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둘째, 아직도 인도 사회 곳곳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식민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인도의 전통에 대해 자부심을 갖자고 호소했다. 넷째로,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각 개인에게 선진 시민의식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 pp.168~169
‘볼리우드(Bollywood)’라는 말은 뭄바이의 옛 이름인 봄베이와 할리우드를 합한 단어로 인도 영화 산업 전체를 일컫는 별명처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볼리우드 영화는 뭄바이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힌디어 영화만을 가리키는 말로, 인도 전체 영화 산업에서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인도 남동부에서 텔루구어로 만들어지는 톨리우드(Tollywood) 영화와 타밀어로 만들어지는 콜리우드(Kollywood) 영화 등이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 인도 영화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어서 흔히 ‘마살라 영화’라고 불린다. 독특하고 강한 향을 내는 다양한 향신료가 한데 어우러져 여러 가지 맛을 내는 인도 음식처럼 인도 영화에는 다양한 요소가 한꺼번에 버무려져 있다. 실제로 영화 한 편에 액션, 코미디, 뮤지컬, 서스펜스 등이 모두 들어있어서 진지하게 시작했던 서스펜스 영화가 얼마 지나지 않아 출연진 수십 명이 갑자기 춤추고 노래하는 뮤지컬로 바뀌었다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중력을 무시하는 몸짓이 가득한 허무맹랑한 액션 영화로 돌변하기도 한다. 사실 기반의 영화에 익숙한 한국 영화 관객들의 눈에는 우습다 못해 괴상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줄거리의 전개와 상관없이 출연진 전체가 난데없이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곧잘 등장하기 때문에 인도 영화는 ABCD 영화 즉, 누구나 춤을 추는 영화(Any Body Can Dance)라는 재미있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 pp.196~197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는 바라나시라고 알려져 있다. 바라나시가 도시의 형태를 갖추고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전 약 12세기경으로 추정된다. 도시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는데 인도 사람들은 바라나시의 원래 명칭인 ‘카시(Kashi)’라는 이름을 가장 사랑한다. 산스크리트어로 ‘빛나는 도시’라는 뜻이다. 힌두교의 전설에 의하면 바라나시는 힌두교의 세 명의 신 중 하나인 시바에 의해 만들어졌다. 인도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는 기원전 약 400년경부터 쓰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거기에서도 카시라는 도시가 언급된다. 이렇다 보니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였던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바라나시를 일컬어 ‘그 어떤 역사, 전통, 신화보다도 더 오래된 도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도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갠지스강에 위치한 바라나시는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이다.
--- p.230
인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관광지를 딱 하나만 골라달라’고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타지마할을 추천할 것이다. 타지마할이야말로 건축미의 측면에서도, 역사적 측면에서도 심지어 건물을 둘러싼 스토리텔링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세계 최고의 건축물이다. (…) 건물 전체가 순백색의 대리석으로 이루어진데다가 전망이 탁 트인 야무나 강변에 위치해 있어 일출이나 일몰 때는 건물 전체가 햇빛을 받아 시시각각으로 색깔이 변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인도의 미세 먼지가 비교적 잦아드는 봄이나 가을에 방문하면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순백색의 건물로 인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인도 정부 역시 타지마할을 ‘대리석 위에서 펼쳐지는 마법’이라고 소개하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 아름답고 지고지순한 사랑이 불멸의 건축물이 되어 매년 8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되었으니 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 pp.245~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