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동아시아 동맹국들이 자국 군대에 충분히 지출하지 않고, 따라서 집단방위 부담에서 자국 몫을 다하지 않는다고 자주 책망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이 2014년에 약속한 대로 국내총생산(GDP)의 2퍼센트를 방위비로 지출하도록 압박하며 유기 위협으로 협박했다. 그러나 역대 미국 대통령 중 트럼프가 독특한 것은 그의 어조였다. 그의 전임자들 다수가 미국의 동맹국들이 더 공평한 부담을 위해 더 기여할 수 있다고 불평했다. (……) 이런 동맹 비판론은 오랫동안 회자되었지만, 그런 불평이 최근 들어 득세한 것은 미국이 예전처럼 강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9-20, 「서론」 중에서
대다수 군사동맹은 성격상 방어적이다. 그럼에도 방어적 동맹이라는 관념은 부적절한 명칭인데, 그 이유는 방어적 군사동맹의 역할이 방어전을 수행하기보다는 전쟁을 억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로 방어적 군사동맹은 확장 억지력을 행사한다. 여기서 억지력이란 군사동맹이 침공 감행 시의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을 적국에 알림으로써 얼마나 전쟁을 방지하는지를 가리킨다.
--- p.37, 「제1장 동맹 형성」 중에서
일부 동맹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옭힘 리스크를 안기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아이러니한 것은 동맹 옭힘에 관한 대부분의 이론이 약한 동맹국보다 수호국이 더 전쟁 회피를 열망한다고 상정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 2017년 중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위협을 계속하면 북한에 “화염과 분노”를 퍼붓겠다는 대통령 선언으로 대북 발언 수위를 높였다. 북한과의 위기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더라면, 주한미군이 전투에 동원되었을 것이다. 한반도 내 한미동맹군의 통합을 감안할 때, 그러한 분쟁에서 서울이 중립을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 p.90, 「제2장 옭힘」 중에서
냉전 기간에 미국 육군의 베를린여단이 ‘인계철선’ 군대의 전형적인 예다. 부대 병력이 수천 명에 불과하고 적지에 완전 둘러싸인 베를린여단은 소련이 작심하고 서베를린 점령 작전을 펼쳤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 (반면에) ‘전진 배치’된 병력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이기 위해 동맹국 영토에 주둔하는 것이다. 이 구별이 중요한 것은 많은 분석가들이 전진 배치된 군대와 인계철선을 혼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현재 주한미군은 2만 8500명의 장병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자체로는 인계철선이 아니다. 왜냐하면 주한미군이 (미군의 전시 지휘를 받는 한국군과 함께) 북한의 침공을 물리칠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 p.109-110, 「제3장 동맹 유기」 중에서
1945년 이후의 동맹들은 그 이전보다 더 오래 존속했다. 한 자료에 의하면, 1945년 이후 형성되어 종료된 동맹들은 평균 약 14년을 존속했다. 나토와 같은 일부 동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945년 이전 동맹들의 평균수명은 약 8년이었다. 전쟁이 곧 발발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동맹국들의 대외정책 변경으로 동맹이 갱신되지 않고 종료되었기 때문에 부담분담 논쟁이 발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 p.141, 「제4장 부담분담」 중에서
학자들은 흔히 싸우겠다는 약속과 관련해 민주국가가 비민주국가보다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민주국가가 실제로는 더 쉽게 공약을 어길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특히 민주국가는 집권 연합의 교체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동맹을 형성하는 지도자들은 동맹을 군사적으로 방어하도록 요청받는 지도자들과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에 따른 공약 격차는 국내 정치의 속성에 비추어 메우기가 너무 어려우며 조약에 의해 일부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 p.169, 「제5장 동맹 전쟁」 중에서
전시 동반자관계에서 지휘·통제 체제는 통합 수준별로 다양하다. 그 한쪽 끝으로는, 각국이 동맹국으로 싸우지만 그럼에도 서로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각 군대는 자국의 지휘 계통에 전적으로 종속된다.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대규모 부대를 파견해 싸웠지만 자신들의 병력을 공식적으로 미군 지휘에 종속시키지 않은 것이 한 예다. 다른 한쪽 끝으로는, 한 동맹국이 타 동맹국의 군대에 대해 권한을 행사하는 일원화된 통합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이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통해 조약 동맹국(미국)의 지휘에 종속된 국가의 예다. 미국 4성 장군의 지휘를 받는 한미연합군사령부는 양국의 모든 군종이 포함된 60만 명 이상의 현역 병력을 작전통제권 아래 두고 있다.
--- p.179-180, 「제5장 동맹 전쟁」 중에서
군사동맹은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종말에 이르는가? 미국 동맹의 대부분이 유별나게 장수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군사동맹은 궁극적으로 소멸한다. 영속하는 동맹은 거의 없다. 미국조차 일부 조약 동반자관계(예컨대 중·미 상호방위조약)를 파기하거나 일부 체제(예컨대 동남아시아조약기구)를 천천히 시들게 하다가 결국 폐기했다.
--- p.193, 「제6장 동맹 종료」 중에서
미국이 유럽에서 신뢰할 수 없는 안전보장국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러시아도 거대 국가는 아니다. (……) 독재국가는 민주국가와 강대국 경합을 벌일 때 불리한 입장인데, 이는 특히 독재국가가 잠재적 파트너 국가를 쫓아버리고 장기간 혁신에 몸부림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국가도 의당 퇴보할 수 있지만 독재국가는 그냥 실패한다.
--- p.235, 「결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