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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모든 개

흄세 에세이-0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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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88g | 120*188*20mm
ISBN13 9791170870326
ISBN10 117087032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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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부모, 남편, 아이, 연인, 친구가 모두 나름대로 중요하지만 그들이 개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남편이 아니라 아내인 것만 제외하면 나도 앞에서 언급한 각각의 위치를 모두 경험해보았기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인간의 사랑에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민감한 기복과 삶의 우여곡절과 매일의 질곡에 이골이 나 있다. 개는 이런 기복에서 자유롭다. 일단 사랑하면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까지 변함이 없다. 나는 그런 식의 사랑을 좋아한다. 그래서 개에 관해 쓰려는 것이다.
--- p.9

나는 불과 며칠 전까지 행복한 현재였던 과거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었다. 어깨 너머로 자꾸 뒤를 돌아다보았다. 전체적으로 체계적이고 규칙적이던 것이 순식간에 쓸려나갈 수 있다는 게, 모든 예의와 엄격함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 p.80

밤낮없이 온 우주가 포효하는 것 같았을 때 코코가 없었다면 나는 그 어둡고 시끄러운 고독에 괴로워했을 것이다. 가끔 최악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동안 불 옆에 쭈그리고 앉아 지붕이 얼마나 오래 악천후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할 때도 코코의 머리에 손을 얹고 내 발에 코코의 부드러운 발이 놓이면 비로소 용기가 생겼다.
--- p.100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오래 혼자 있어서 용기가 잘 나지 않는 사람에게, 이야기할 대상이 없어서 밤만 되면 겁이 나는 사람에게, 불을 끄고 쓸쓸한 침실로 혼자 들어가기 싫은 사람에게, 애정은 넘쳐흐르는데 애정을 쏟아부을 대상이 없는 사람에게, 오래 사랑받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해러즈에 가서 개를 구해 오라고 권하고 싶다.
--- pp.100~101

사랑하는 아이들. 소중한 개. 귀한 자유. 멋진 세상. 내 첫 손님이 떠나고 나는 이것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 p.111

“개들은 항상 알고 있어.”
--- p.139

어떤 공백이든 마찬가지지만 그중에서도 연인이 떠난 공백이 가끔은 가장 즐겁다. 다른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뒤에는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고, 이는 공백이 있어야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공백을 축복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마음이 가벼웠다.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다가 마침내 표면으로 올라온 느낌이었다.
--- pp.140~141

아주 사소한 일로도 우리는 웃었다. 아니, 웃는 정도를 넘어 혼신의 힘을 다해 기쁨을 터트렸다. 우리 앞에 벌어지는 어떤 재미난 일에도 기꺼이 빠져들었다. 삶은 깨끗한 물처럼 맑고 밝았다. 책임감 없이 놀기만 하면 되는 소풍이었다.
--- p.151

누가 해묵은 슬픔을 글로 쓰거나 생각하고 싶겠는가. 슬픔을 한구석으로 밀어내고 침묵으로 덮은 채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만 끄집어내 취한 다음, 등을 돌려 내게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를 행복을 마주해본다.
--- p.161

내게는 생이 많이 남은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지만 생이 남아 있기에 고통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제 나는 기쁘다. 당시 내가 가끔 바랐던 것처럼 견디기 힘든 의식 상태로 생을 끝냈다면, 달리 말해 그때 내가 죽었다면 상당히 많은 아름다움과 기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확실히 너무 빨리 삶을 놓아버리기보다는 다음 모퉁이에 무엇이 있을지 기다려보는 것이 현명하다.
--- p.162

그런 여성들이 비록 말로는 ‘나는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할지 모르지만, 아주 복잡 미묘하게도 사실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런 바람이 ‘모든 사람’에서 ‘누군가’로 좁혀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바로 그럴 때 그들에게 개가 찾아온다. 바로 그럴 때 내게는 노비가 왔다.
--- pp.180~181

개들은 항상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 p.207

온전한 정신이란 뭘까? 청키에게는 자기가 맡은 일을 분명히 해내고 마지막까지 활기차게 꼬리를 흔들어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한테 없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자기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현명하고 분별 있는 개. 바닷가에서 오후를 보내며 바위 위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청키보다 덜 이성적이고 덜 건전하며, 어떤 타격이 오기도 전에 먼저 꺾인다면 몹시 부끄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맹세를 했다.
--- pp.236~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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