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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내가 언제 그만 한다고 했어요?” 「1라운드」 날마다 더 단단해지고, 강해질 수 있다면 - 짠맛만 나는 나면 - 황영조가 안 된 것이 차라리 다행 - 빵 냄새같이 구수한, 그건 희망의 냄새 - 서두르지 않아야 길도 잃지 않아 - 왼손의 재발견 「2라운드」 다쳐도 괜찮아, 상처는 아무는 거니까 - 내 생애 가장 길었던 24시간 - 고통을 감내하는, 진짜 헝그리 정신 - 로드워크로 지구 한 바퀴 - 두 눈 똑바로 뜨고 앞을 봐 - 나와 나의 스파링 - 패배를 받아들이는 일 - 나의 영웅을 떠올리며 - 나, 세계 챔피언 되다 「3라운드」 그러니까 불안함 따윈, 두려움 따윈 필요 없어 - 아빠, 우리는 언제쯤 화해할 수 있을까 - 누가 나에게 ‘지켜줄게’라고 말해주세요 - 언니는 힘이 세다 - 노 프라블럼… 아무 문제없는 거야 - 아파트 한 채에 따르는 대가 - 따뜻한 집 밥 콤플렉스 - 개보다 못한 시절, 이제는 안녕 「4라운드」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잊지 않으면 돼 - 핑계는 꿈꾸는 사람의 벽 - 츄버카,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 - 천적 앞에서는 더욱 겸손하게 - 미안해, 나의 엄지발가락 - 아프지 마세요, 이길게요 관장님 - ‘나 참 잘했어!’ 칭찬이 나를 뛰게 한다 「5 라운드」 수십 번의 절망을 각오하는 마음, 그게 수백 번의 희망으로 되돌아오는 거야 - 북서방향, 아니 복서방향! - 그래, 나는 끝까지 간다 - 이제는 내가 지켜줄 차례 - 절박한 마음이 나의 무기 - 종이 울릴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완성해가는 꿈 Epilogue 땀을 흘리는 한 나의 드라마는 계속된다 「스페셜 라운드」 반짝반짝 빛나는 김주희의 비밀노트 - First note. 오늘의 모자람을 채우는 법 - Second note. 갖고 싶은 걸 참는 법 - Third note. 힘겨운 체중조절, 단숨에 해내는 법 - Fourth note. 알뜰하게 한 푼, 두 푼 모으는 법 - The last note. 이십대 청춘의 명예를 높이는 법 |
샤워를 하고 땀에 전 체육복을 세탁해서 널고 나면 밤 11시. 권투선수가 되기 위해 찾아 온 사람들도 석 달을 못 버틴다는 훈련이었다. 집에 갈 시간이 되면 훈련을 좀 더 못한 게 아쉬웠다. 곰팡내 나는 눅눅한 집보다 땀 냄새에 절어 있는 체육관이 나는 더 좋았다. 땀 냄새는 빵 냄새처럼 구수한 냄새를 풍겼다. 그건 희망의 냄새였다. 열심히 땀 흘리다 보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는 마음이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나는 내일,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 --- 1라운드 ‘빵 냄새같이 구수한, 그건 희망의 냄새’ 중에서
‘내 정신력은 이것밖에 안 될까? 내 결심은 왜 1초를 넘기지 못할까?’ 훈련을 하면서 거울에 비친 나를 쳐다봤다. ‘김주희! 링에서 무릎을 꿇는 날, 너는 세상에서 살아갈 방법이 없어지는 거야.’ 내 안에 있는 1퍼센트의 의지라도 끌어 모으려고 거울 속의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관장님이 ‘때려!’라고 할 때마다, ‘나는 세상에 맞서 이길 수 있다, 나는 챔피언이 될 수 있다’를 복창하며 눈빛에 기합을 넣었다. 내 안의 두려움과 망설임, 선천적으로 물러터지고 걱정 많고 우유부단한 내 성격을 때려야 한다고.--- 2라운드 ‘두 눈 똑바로 뜨고 앞을 봐’ 중에서 세계 챔피언이 되면 마냥 행복해질 줄로만 알았다. 18살 때부터 집안의 가장이었던 언니도 한 시름 덜게 되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만큼 아빠를 더 잘 모실 수 있고,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훈련을 끝마치고 집에만 돌아가면, 고된 훈련 보다 더 버거운 일들이 잔뜩 벌어져 있었다. 아빠는 하루에도 두어 가지씩 꼭 사고 아닌 사고를 쳤고, 그것을 수습하는 일로 나는 지쳐갔다. 나는 아빠를 치매환자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번번이 상처를 받았다. 아빠와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한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 앞으로도 딸로서 아빠에게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가족처럼 우리 집에도 행복한 소리들을 채우며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아빠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게 했다. --- 3라운드 ‘아빠, 우리는 언제쯤 화해할 수 있을까’ 중에서 ‘이십 년 이상 나를 지탱해온 발. 그 발의 일부가 썩어서 잘라내야 한다니……. 미안하다 내 발, 내 발가락…….’ “주희야……. 우리 이제 그만두자. 네가 힘들어하는 거 더는 못 보겠다.” 뼈를 잘라낸 발로 다시 권투를 할 수 있을지 자신 없기는 했지만, 그만둘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운동선수에게 운동을 그만두라는 말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관장님은 나를 정말 걱정해서 꺼내신 말이었지만, 그건 관장님이 한 말 중 처음으로 틀린 말이었다. 권투를 하느라 힘들었지만 권투 덕분에 행복했다. 하다가 쓰러지더라도 그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나는 쓰러져 있었고,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만’이라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살기 위해 권투가 절실히 필요했다.--- 4라운드 ‘미안해, 나의 엄지발가락’ 중에서 요삼 오빠도 나처럼,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두렵다고 하면, 오빠는 얼마나 두려운지 바닥이 닿지 않는 그 깊은 수렁을 알았다. 오빠가 힘들다고 하면, 나는 그 망망대해의 넓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오빠와 주고받은 문자들은 ‘앞으로 괜찮을 거야’란 위로였고 약속이었다. 정상에서 만나자는 오빠와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 다만, 은퇴를 하기 전까지 챔피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링에서 죽더라도 챔피언으로 살아가는 게 그렇지 않은 삶보다 훨씬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힘들지 않은 길은 없다.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가, 아닌가만 생각하자. 방향이 맞으면 그건 힘들어도 내가 가야하는 길이니까. --- 5라운드 ‘북서방향, 아니 복서방향!’ 중에서 그동안 수많은 도전을 했고, 그래서 나는 더욱 아픈 청춘을 보냈다. 승리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사실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매일 매순간 도전에 도전이 더해졌다. 나의 도전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건 내가 흘리는 땀방울이라는 것. 계속 땀을 흘리는 한 나의 드라마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 설령 내가 경기에서 지더라도 그것이 내 인생의 실패는 아닐 것이다. 인생이란 드라마를 만들어나가면서 아프고 고통스러운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시간과 거친 몸싸움을 하며 상처가 남는 것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어떤 순간이든 도전함으로써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 --- 에필로그 ‘땀을 흘리는 한 나의 드라마는 계속된다’ 중에서 |
영화 「1번가의 기적」을 통해 김주희 선수와의 소중한 인연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때때로 나약해지는 스스로를 세울 수 있는 용기와 긍정의 힘이 될 것입니다.
하지원 (영화배우) |
“내가 언제 그만 한다고 했어요?”
10라운드 마지막 1분, 나는 스물여섯 내 인생을 지켜냈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고 링 닥터가 내게 물었다. “괜찮겠어요? 여기서 그만 하시죠.” 나는 오히려 발끈했다. “내가 언제 그만 한다고 했어요?” 피가 흐르고 눈두덩이 퉁퉁 부어오르는 것보다, 정말 이대로 경기가 중단되는 게 나는 더 겁이 났다. 10라운드, 마지막 1분. 나는 더 악착같이 덤벼들었다. “김주희! 김주희! 김주희!” 관중들의 연호 소리도 귓가를 울렸다. 나는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다. 아니, 스물여섯 내 인생을 지켜냈다. 얼굴을 상처투성이였지만, 그 순간의 나는 분명 웃고 있었다. 지금 20대들, 정말 아프고 힘겹다. 현실은 막막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방향도 목적도 잃고, 그래서 자기 존재조차도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좌절하는 일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왜 안 그렇겠냐고, 아프니까 청춘인 거라고, 애써 위로하고 등을 토닥이지만 그렇다고 20대가 감당해야 할 현실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사실, 지금 아파하고 있는 청춘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자신에게 짐 지워진 힘겨운 상황을 간절하게 벗어나고 싶어 한다. 스물여섯 챔피언 김주희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 20대들에겐 필요한 건, 짐짓 다 이해한다는 말랑한 위로보다는, 절망과 좌절의 한복판에서 끊임없이 다치고 깨지면서도 꿋꿋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일 테니까. 김주희는 여성 복서다.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이 언제나 더 많았고, 그냥 주어지는 것보다 어떻게든 극복해내야 하는 것투성이였다. 엄마는 12살 때 집을 나갔고, 아빠는 생활능력을 잃고 쓰러졌다. 수시로 밥을 굶었을 만큼 가난했다. 돈 없어도 달리기만 잘 하면 집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 황영조 같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세상이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억울함만 배우고 미처 펼쳐보지도 못한 꿈을 접었다. 상처투성이 14살 소녀가 다시 발견한 길이 가로세로 7m의 링 위였다. 다치고 깨져도, 나는 링 위에 다시 나를 세운다 적혈구 수치가 일반인의 절반 수준이라 툭 하면 쓰러지는 일이 예사였지만 매일 15km를 뛰며 훈련했다. 피땀을 흘린 만큼 보람도 느꼈다. 만 18살에 최연소 세계 챔피언이라는 꿈의 타이틀을 쥐었으니까. 그러나 챔피언이란 타이틀을 지켜내야 하는 두려움은 도전하는 일보다 더 힘겹고 버거웠다. 자살을 시도할 만큼 극심한 우울증도 겪었고, 엄지발가락 뼈를 잘라내야 하는 수술을 받으며 절망 속에서 헤매기도 했다. 장벽 하나를 힘들게 넘어서면, 그 뒤엔 또 다른 장벽이 떡 하니 서 있는 현실……. 그러나 그녀는 상처 입고 다치더라도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아픈 청춘이지만, 그 아픔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고 맞붙어 치열하게 싸운다. 그리고 끝내 감동적인 승부를 펼쳐 보이고야 만다. “지독하게 고생한 사람에게, 세상은 그만하면 되었으니 이제부터 잘 살아보라고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성공하기 위해서 권투를 하지만, 권투로 성공하기까지 먼 길이 기다리고 있다. (…) 헝그리 정신이란 배고픈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이겨내면 헝그리 정신을 기억하지만, 끝내 실패하면 아무도 그 고통을 알아줄 수가 없다. (p.61-62)” “링에서도 인생에서도 승부는 순식간에 결정된다. 두렵다고 눈을 감아버려서는 안 된다. 눈을 감는다고 해서 벌어진 일을 피해가지는 못하니까.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누가 대신 링에 올라가줄 수 없다. 아무리 무섭더라도 눈 똑바로 뜨고 맞서야 하는 것이다. (p.71)” 엄지발가락 뼈를 잘라내는 수술 후 9개월, 김주희는 WBA 챔피언 타이틀을 따내며 끝내 다시 일어섰다. 2010년 9월, 4개 기구 통합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그녀의 끊임없는 투지는 빛났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고 눈이 퉁퉁 부어오르는 부상을 입어 모두가 이제 그만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순간에서도 “내가 언제 그만한다고 했어요?”라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보란 듯이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으니까. 지금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수십 번의 절망을 각오하면, 그게 수백 번의 희망으로 돌아오는 거니까. 그녀가 정말 지켜내려고 것은 단순히 챔피언 벨트가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 자신의 인생이다. 얼굴이 부어오르고 멍이 들지언정, 당당하고 떳떳하게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 그녀는 링 위에서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지만, 아파도 다시 일어서는 게 또한 청춘이라고, 『할 수 있다, 믿는다, 괜찮다.』는 아픈 청춘을 이겨내고 극복해온 그녀의 이야기이며, 숱한 절망감으로 상처받은 청?들에게 보여주는 생생한 희망의 증거들이다. 출구가 없어 보이는 삶의 절망 끝에서 권투를 만나던 순간, 한 발짝 한 발짝 꿈을 향해 팔을 뻗고 발을 내딛던 시간들, 모든 좌절도 끝내는 ‘사뿐히 즈려밟고’ 일어서는 과정,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하고 또 더 빛나게 해주는 가족과 관장님에 대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 누구나 자신의 링을 선택하고 그 링 위에 선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링이든, 힘겨운 순간과 시시때때로 마주하게 된다. 다치고 깨질까봐 두렵기도 하고, 뼈아픈 패배나 실패를 맛보게 될까봐 불안하기도 하고, 한 방 크게 얻어맞아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마음껏 아파하고 낙심했다면, 이제는 힘껏 주먹을 내뻗을 때다. 스물여섯 챔피언 김주희, 그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