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의 변화 발전(신어 생산, 옛 단어의 소멸, 단어의 의미 변천 등)은 일정한 시기의 사회 상황을 반영한다. 그래서 어떤 시기의 사전에서는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그 시기 사회의 어떤 정황들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1948년판과 1960년판을 비교한 사람이 있는데, 3,973개의 단어가 증가한 사실을 밝혔다. 또 새로 증가한 단어 가운데 9%만이 보통 어휘에 속하는 것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각 학문 분야의 과학 기술 어휘였다. 1960년 이후의 판본에는 과학 기술 어휘가 더 많이 증가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프랑스 사회의 과학 기술 발전을 추측할 수 있다. (38쪽)
사전 역사에서 시대의 획을 긋는 방대한 대작은 대부분 사회가 비교적 안정적인 시기에 편찬된 것이다. 이것은 대사전의 작업이 대규모이므로, 사회가 크게 흔들리는 시기에는 사람들은 흔히 이것까지 일일이 돌볼 겨를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사회가 안정적일 때에는 언어, 지식, 그리고 문화에 관한 귀납, 추출, 총결산 등의 욕구가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설문해자」가 나온 동한(??) 사회는 상대적으로 안정되었고, 경제적으로 좀 발전했던 시기였다. (39쪽)
현대의 중국어 사전에서 비로소 ‘?(부; 여자)’에 관해 이미 결혼한 여자와 같은 봉건적인 이념을 나타내지 않은 뜻풀이를 하였다. 외국 사전에서도 유사한 정황을 찾아볼 수 있다. 1835년의 「프랑스 아카데미 사전」에서는 ‘femme(여자, 부녀자)’를 ‘암컷 성, 남자의 반려자’로 뜻풀이를 하였지만, ‘homme(남자, 남인)’에 관해서는 오히려 ‘수컷 성, 여자의 반려자’와 같이 서로 호응하는 뜻풀이를 하지 않았다. 남자를 아주 명확하게 중심으로 삼아 ‘부녀’를 해석하는 것은 남존여비 사상을 나타내는 표현에 불과하다. ‘부녀’와 같은 일반 단어조차 이러하므로, 정치와 관련된 어휘의 경우에는 편찬자가 뜻풀이에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사상적 관점을 주입하고자 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43쪽)
대형 언어 사전이나 대형 백과사전에서는 사회의 관념 형태의 영향을 벗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전에서 많든 적든 통치 계급의 의식과 사상을 반영한 것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사회 조건이 허락하는 상황에서는 사전학자들은 자기의 저작물을 통치 계급의 의식에 대항하는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라루스(Larousse)의 「19세기 백과 대사전」은 하나의 예이다. (45쪽)
근대에 사전 편찬 사업이 신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사전 이론 연구는 많이 진행되어 기초를 제공하게 되었다. 또한 근대 언어학의 비약적 진보로 인하여 새로운 언어학 이론은 사전 체계의 구상, 총체적인 설계, 의미 분석을 위해 새로운 경로를 보여 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전학은 고유의 특수 연구 영역과 스스로의 임무와 방법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독립된 지위의 학문 분야로 발전하게 되었다. (52쪽)
비록 많은 사람들이 모두 언어학과 사전학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전학이 현대 언어학의 성과를 활용하여 어느 부문에서 스스로의 발전을 촉진시켰다는 것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은 마땅히 인정해야 한다. 사전 편찬자들과 번역가들은 유사한 부분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누적된 문화와 전문 지식 그리고 실천했던 경험으로 품질이 높은 사전이나 우수한 번역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어떤 이론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고, 이론의 시비를 이해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57쪽)
나는 사전에 수록할 단어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 ‘사회 통용성’이 여러 요소 가운데 최고의 객관적 원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대륙에서 출판된 중국어 사전에서는 일반적으로 ‘共匪(공비)’, ‘共?(공당)’과 같은 어휘를 수록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어휘의 좋거나 나쁜 의미를 고려하여 선택하였다고 할 수 있지만, ‘통용성’의 측면에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어휘는 중국 대륙 사회에서 통용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112쪽)
언어 사전은 수록한 단어가 많을수록 질이 높다고 생각한다. 어떤 편찬자들은 이러한 희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단어를 수록하려고 하며, 특히 옛 사전을 참고할 때에 늘 그 안의 그 어떤 것도 버리기를 아까워한다. 그래서 많은 사어, 가사(假?), 독사(??)도 함께 전해져 왔다. 한 단어가 일단 사전에 등재되면 이것을 없애기는 어렵다. (...) 이것은 마치 한 사람이 사용하는 어휘처럼, 어휘의 풍부함의 여부는 이 사람의 어휘 사용을 평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어휘 사용의 정확성, 뚜렷함, 생동성의 여부이다. (118쪽)
한 시기의 문학 작품의 어휘는 늘 그 시대에 실제로 사용되는 용어와는 거리가 멀다. (...) 프랑스 언어학자 바그너(Wagner, R.-L.)는 “사람들은 발자크의 「인간 희극(The Human Comedy)」은 프랑스 제1 제국과 왕조가 부활하는 모습을 기술한 것이라고 수없이 말하였다. 그러나 사전 편찬자에게는 이 두 시기의 사람들이 쓴 보잘것없는 일기가 발자크의 소설보다 더 소중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 어떤 논문들에서는 현재의 현대 중국어 사서는 신어, 구어, 축약어, 통용 방언 등을 수록하는 것에 비교적 보수적이라고 지적하였다. ‘일반적인 사전은 너무 과거에 집착하기 때문에 경쾌한 현대적인 향기가 거의 나지 않는다.’57) 우리는 이 점에 관하여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 (121쪽)
신어는 생기자마자 늘 유행되지는 않는데, 신어가 유행될 때에 이것의 출현 시간을 다시 되돌아보면, 아마 이미 10년~20년이 지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신어를 사전에 수록하여 독자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때는 아마 또 한 번 10년~20년이 지나갔을 것이다. 사전 편찬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언어 현실에 비교하여 늘 뒤처져 있다. 19세기의 프랑스 사전에서는 어떤 어휘를 50년이 지난 뒤에 수록하였다. 그러나 더 심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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