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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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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8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79쪽 | 148*210*20mm
ISBN13 9788980380350
ISBN10 898038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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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낳을 때, 뮤즌느 상반신을 세운 채 양다리를 벌리고 앉는다. 나는 그런 뮤즈의 몸뚱이를 뒤에서 받치듯 안고 양손을 잡는다. 뮤즈는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아무 데도 가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차분한 눈길로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새끼가 밖으로 다 나오고 나면, 나는 태반을 집어다 버린다. 뮤즈는 그동안 새끼 고양이의 몸을 날름날름 맛있게 핥는다.
--- p.46
물론 실제로는 줄곧 듣고 있었지만, 비틀스나 스톤즈의 음악이 얼마나 좋은지 절실하게 실감하게 된 것은 고작해야 7,8년 전부터의 일이다. 그리스의 한 섬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 딱히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비틀스가 듣고 싶어 내내 들었다. 그래서 '화이트 앨범'을 들으면 지금도 그리스의 가을 오후, 인적없는 해안이 눈앞에 떠오른다. 멀리서 파도치는 소리가 들리고, 하늘은 파랗고 끝없이 높고, 구름은 마치 쏟아져 내릴 것처럼 하얗다. 소나무 숲의 냄새도 난다. 생각해 보면 '화이트 앨범'=그리스의 해안이라는 것도 좀 묘하지만.

그런데 '화이트 앨범' 하면, 그 옛날 어디선가 본 재킷에 '오블라디 오블라다'의 가사가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고 씌어 있었던 것이 생각나다. '우와, 굉장하다, 초현실적인 가사야. 과연 존 레논(인지 폴 매카트니인지)이다' 싶어 가사를 귀 기울여 들어 보니

Obladi, oblada,
Life goes on, blah!

였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문장상 이 블라는 브래지어의 브라(bra)가 아니라 역시 환호 소리 같은 blah!가 아닐까, 틀림없이. 그래야 운율에 맞기도 하고. 그건 그렇고,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는 이미지가 너무 재미있어 나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하긴 뭐 내가 마음에 든다고 해봐야 별 볼일 없지만.
--- p.224-225
나는 이 연재를 계속하면서,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를 1년에 걸쳐 인터뷰하여 그것을 '언더 그라운드'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족이 상당히 힘들고 벅차서 '무라카미 아사히도'일은 정신적인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좋은 기분 전환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을 읽으면서 군데군데 군소리가 많은 점에 관하여 '이 인간 어디 좀 멍정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되어도, '아니야, 이건 무라카미란 인간의 파생적 일면에 지나지 않을거야' 라고 호의적으로 해석해 주십시오. 뭐 어쩌면 이쪽이 본질일지도 모르겠지만..
--- p.278
그때는 밤이었고 전철은 텅 비어 있었다. 제법 귀여운 아가씨가 타박타박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무라카미 하루키 씨죠. 저 오래 전부터 팬이예요.' 라고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나도 '아 예, 고맙습니다.'라고 대꾸했다. '저는 무라카미씨의 첫 소설을 제일 좋아해요.'라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흐음, 그렇습니까?'라고 나는 말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왠지 점점 한심해지고 있더군요.'라고 그녀는 명랑하게 말했다. 그야 뭐......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좀.
--- p.221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나는 어떤 의미에서든 그리 훌륭한 인간도 아니고 실수도 상당히 많이 한다. 그러니 타인의 실수를 들어 이러쿵저러쿵 거만을 떨며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럴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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