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나는 나무처럼 서 있었다

현대시학 시인선-130이동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0,000
판매가
9,0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86g | 125*188*20mm
ISBN13 9791192079882
ISBN10 1192079884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천식을 달고 사는 종점이 있다

봄날이 엎어진 흔적이라는 황 노인의 기침이나
공회전 금지 현수막을 찢어발기는 종점의 병증은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지만

오늘도,
종점 다방에서는 쌍화차가 끓고
종점 순댓국집에서는 해종일 연탄불을 피워둔다
애꾸눈 네온이 지키고 선 종점싸롱에서는 간간이 싱싱한 욕지거리가 튀고

내장을 들어내고 클클 거리는 버스들 곁에서
민망한 줄도 모르는 가로등 혼자 환하다

종점은 꾸벅꾸벅 졸며 아침을 시작하고
꾸벅꾸벅 졸며 저녁을 닫는다

간혹 돌부리를 걷어차 보는 것은
아직 튼튼한 다리를 확인하는 종점의 방식일 뿐이다
---「종점 풍경」중에서

바람도 구름도 드나들지 못하고
꽃 냄새도 새 소리도 밖에서 맴돌 뿐
바라보는 것만으로 갈증을 달래는데
그만큼으로도 가끔은 따듯했다고 고백한다

눈 큰 아이처럼 지켜 서서 창호지 문밖을 보여주거나
꿈속처럼 신비롭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로 몸 바꾸어
단절과 소통의 거리를 가늠하기도 했는데

1천 도가 넘는 담금질을 견디고
긁혀서 상처받기보다 깨지는 몸을 얻고
다가서는 것들을 막아서는 차갑고 단단한 본질이
부딪혀 깨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을

깨진 단면마다 그려놓은 물결무늬가
불가마에서부터 품고 온 바다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그래, 이제 알아듣겠다
---「유리의 본질」중에서

카페 아르브르 창가에 푸른 잎 무성한 나무 한 그루 있다

나무에게도 집이 필요했을 거라는 말도 있지만
저 나무에게 집이란
하늘이거나 구름이거나 세상을 흘러 다니는 온갖 소리들이 아닐까
조명 찬란하고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카페란
인간이 만들어준 화려한 감옥일 뿐

아무도 저 나무의 고향을 모르는,
다정히 이름 불러주는 사람 없는,
낯선 곳에서
나무는 푸르게 서 있다

아르브르 카페라고 말하면 나무는 저를 부르는 줄 알고
조금은 기쁘기도 했을까

어느 새벽, 전기톱 아래 토막토막 잘려진 그 나무
사람의 이별을 흉내 내듯
이파리 자꾸 흔들었는데

아르브르, 라고 발음하면 갓 구운 크림빵 냄새가 날 것 같은데

나무가 골목길을 돌아 멀어지는 동안

나는 나무처럼 서 있었다

*아르브르(ARBRE A PAIN) 프랑스어로 나무를 뜻함
---「아르브르」중에서

비만 와도 뭉텅뭉텅 떨어지는 살점
바람이 기웃대는 기척에도
삭아버린 뼈마디 우수수 흩어지는
120살쯤 드셨다는 빈집
폐가에서 흉가로 건너가는 중이다

밀린 숙제하듯 빈집 허무는 날
80년 인생이 정리되고
3대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다

서까래 속에 똬리를 틀었다던 구렁이는 보이지 않고,
포장도 뜯지 않은 속옷 여러 벌과 상표도 선명한 수건 수십 장

먼지 앉은 대두병 속에 목숨처럼 담아둔 콩, 팥, 수수, 조, 옥수수

일정시대 국채 증서 몇 장과 너덜거리는 혁명정부 재건가계부까지

보물도 유물도 아니지만 차마 버릴 수도 없는 것들이 녹슨 칼이 되어 가슴을 후빈다

구들장 허물어 마지막 남은 역사를 지웠지만
마당의 우물만은 남겨두기로 한다
저 우물, 집안의 눈이었던 깊은 속에는
내 얼굴이
아버지 얼굴이
아버지의 아버지 얼굴이
번갈아 일렁이는데
얼굴마다 먼 하늘을 바라보는데

저 깊은 눈을 차마 감길 수 없어
내가 대신 질끈 눈 감아 본다
---「아버지를 지우며」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그는 어떤 시인인가? 내가 아는 그는 ‘식물성 시인’이다. 시인의 품성과 그의 시가 같을 수는 없지만 대개의 경우 시인의 지향점을 짐작할 수는 있다. 그는 시 혹은 일상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나’가 아닌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인이다. 자신이 대상의 자리에서 보고 듣고 생각해보려는 시인이다. 그는 목소리가 크지 않고 낯선 것을 끌어들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아는 만큼만 말하고 듣는다. 그의 시도 이러한 성품과 다르지 않아서 순한 들풀처럼 중심을 벗어난 자리에서 태어난다. 꽃이 핀 듯 아닌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다정에 왈칵 눈물이 솟는다. 그의 시는 먼 곳에서 불러온 것들이 아니다. 그와 그의 평생을 이루고 있는 것들, 작아서 더욱 소중한 것들이 그의 시적 주제이다.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이거나 잊을 수 없는 것들의 기록이 그의 시이다.
- 박미라 (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