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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 바위

원재길 | 단강 | 2023년 09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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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25*215*13mm
ISBN13 9791196322557
ISBN10 119632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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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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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북한 땅 금강면 옥발봉
또 하나는 태백시 금대봉에서
먼 길 쉬지 않고 달려와
왠지 낯선 물빛
색다른 냄새에 멈칫
곧 서로 몸 섞는 곳.
처음 짝 만난 기쁨에
곱절 넘게 물 불어나는 곳.

그 물 보러 오는 이들이
잠깐도 끊이지 않아
만나고 또 만나고
헤어지고 또 헤어짐이 예삿일임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
가끔 바람 쐬러 들르면 좋고
오래 안 들르면 허전한 곳.

길고 둥근 모래섬 끝
열댓 길 느티나무 아래
숨 돌리며 귀 씻는 곳.
혼자 오는 이들도 많아
벤치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무언가 뒤적이거나
어색한 낯으로 서성대는 곳.

어지러운 마음을 물에 적셔
정성껏 감다 고개 들면
물 흐름이 보이는 곳.
내 마음의 흐름을
그때그때 달리 비추어
물살이 성마른 자리도 있고
무척 느긋한 자리도 있어
일렁이고 출렁거리고
넘실대고 내달리는
모든 수력의 집합

하늘과 물이 스치고
부딪히고
되튀며 빚는
개울과 시내
여울과 강에 관한 시편들이
물수제비뜨고 퍼덕퍼덕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곳.
새들이 시를 부리로 물어
나무 둥지로 나르는 곳.

혹시라도 아는 이를 만날까
설레는 곳.
누구하고도 말 못 나누고
그늘에 내려놓았던 생각들
실바람에 실어 보내고
슬렁슬렁 돌아
휘적휘적 떠나는 곳.
---「두물머리」중에서

참되어 참나무
진짜 나무 참나무
저마다 이름 뜻 남달라
졸참, 상수리는 야무져라
갈참, 굴참은 싱그럽고
신갈, 떡갈은 넉넉하여라.

돌만큼 줄기 단단해
가뭄에도 잎 풋풋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다는
참나무 언덕에 올라앉아
한껏 고개 젖히다가
벌렁 눕는다.

꺽다리들, 모두 어찌나 큰지
우듬지는 어림도 없고
어깨까지도 눈에 안 잡혀
이렇게 보는 각도는
예각이나 둔각이 아니라
올려본각 구십 도.

나무를 우러러보는 사이
새록새록 생각이
맑고 깊어지며
이른 봄날 아침
아직 코와 귀 시린데
나뭇잎 너머 구름 빛
눈부시기도 해라.

사람이 사람 볼 때도
한껏 자세 낮추면 올려본각
덩달아 마음 낮추게 되겠지.
그만 일어나 나무를 껴안는데
기특한 녀석, 하고
잔가지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참나무」중에서

스무 해쯤 꼭꼭 숨겨 둔 비밀인데, 울진에 가면, 남쪽 해안선 따라 얼마만큼 내려가면, 개미 한 마리 없는 자갈밭이 나오는데, 뾰족한 바위가 많아 발 다칠 수 있어, 한여름에도 사람이 잘 찾지 않는 곳에 악어가 살아요. 악어는 늪이나 강에 사는 동물로 알려졌지만, 이 악어가 왜 그곳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막 바닷물로 들어가려다 멈칫한 모습인데, 가까이에 악어새가 없어 늘 이빨에 무언가 끼어 있어요. 어찌나 갑갑한지 꼼짝도 안 하고 넋 나간 얼굴이에요. 그 모습이 터럭만큼도 안 무서워요. 이따금 악어를 발견한 이들이 자갈밭을 건너가, 악어 머리를 살살 쓰다듬고 앞발을 톡톡 쳐요. 겨드랑이를 간질이기도 해요. 악어는 눈 가늘게 뜨고 킥킥 소리를 내더니, 웃음을 딱 그쳐요. 사람 가운데도 이런 사람 있잖아요. 무척 점잖아 보이는데, 누가 자꾸 건드리고 놀리면 버럭 성내는 사람이요. 더는 못 참겠다, 하고 호랑이 눈빛을 번득이고, 독수리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요. 겉보기에 점잖은 사람이라 해서,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으리무쇠 턱라는 법은 없어요. 그런 사람이 성내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무쇠 턱을 쩍 벌리는데, 발끝마다 번쩍이는 창칼을 세우는데, 조심하셔야 해요. 악어를 그만 건드리고, 그만 놀리는 게 좋아요. 크게 다친 뒤는 뉘우치기에 늦어요.
---「무쇠 턱」중에서

비 온다.
긴 가뭄 끝 적신다.
동쪽 해안선 따라
수많은 마을 불타고
뒷불 좀 남았을 때
눈총 받으며 온다.

기다리는 것들은
끝내 안 오거나
뒤늦게 온다.
사랑하는 사람
꿈꾸는 세상.

오늘 새벽
집 앞 논에서
개구리들 입 벌리고
힘껏 먹구름 삼키며
그토록 울더니

비 온다.
논밭, 둔덕, 흙길
눈물 마른 자리
촉촉이 적신다.
잿빛 초목들
그을린 눈 뜬다
---「봄비」중에서

바이러스, 비말 감염, 대기 오염 같은 단어에 묻혀 살다 보니, 산소가 모자라 물 위에 주둥이 올리고 뻐끔대는 물고기 신세가 되었어요. 물고기는 폐결핵을 앓던 스물대여섯 살 때를 자주 떠올려요. 어느 봄밤 방바닥에 신문지를 펼치고, 붉은 꽃 뚝뚝 떨어뜨리며 가슴지느러미를 쥐어뜯었어요. 천연기념물 제주 한란을 뭍으로 내려던 이들이 붙들리고, 남미에서 납치된 선원들이 돌아왔다는 기사가 꽃물에 지워졌어요. 새벽에 응급실로 실려갔고, 그 뒤로 주사를 하도 많이 맞아 온 엉덩이에 굳은살이 박였어요. 바늘이 휘어 더는 스트렙토마이신을 몸속에 넣을 수 없어 쩔쩔맸지요. 물고기는 누구보다 자기 허파가 약하니, 맑은 공기를 많이 마셔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부터 지금껏 날마다 새벽 산책으로 하루를 열어요. 속초건 남해건 부안이건, 어디에 있든지 별빛 종종 쫓으며 해 뜰 때까지 헤엄쳐 돌아다녀요. 허파는 하루 가운데 가장 깨끗한 공기를 맘껏 빨아들이고, 즐거이 노래하며 꽈리를 불어요. 그 소리를 또렷이 들고, 물고기 귀는 덩달아 기뻐 팔랑거려요.
---「물고기 귀」중에서

터진 고양이
터진 너구리
터진 오소리, 개구리
청솔모

아침 일찍
길 나섰을 뿐인데
길 하나
건너려 했을 뿐인데

엄마야, 하고
짧은 다리로
젖 먹던 힘 다해
쌩 달렸는데

집에서 엄마가
애타게 기다릴 텐데,
날씨는 오늘따라
왜 이리 좋은지.

대자대비의 마음으로는
바퀴 못 굴릴
죽어도
못 지나갈 길
---「터지다」중에서

논에 댄 호스에서 물이 안 나와 개울에 올라가 보니, 무언가 호스 구멍을 꽉 막고 있더군. 쭉 뻗은 다리 두 개가 보이고, 열 개 남짓한 물갈퀴 발가락이 쫙 벌어졌더라고. 다리 두 개를 모아서 잡고 힘껏 빼내 보니, 개구리 아니겠어. 개구리를 빼낸 구멍으로 물이 휘이익 빨려 들어가는 거야. 개구리는 그 구멍을 들여다보다가, 물의 힘을 못 이기고 함께 빨려 들어갔던 거지. 그 순간의 외마디 비명이 들리는 듯하네. 호기심이란 무얼까. 낙원에서 쫓겨나고 목숨을 내어줄 수도 있는데, 꼭 구멍을 들여다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우리 인생에는 또 얼마나 많은 구멍이 곳곳에 놓여 있는가. 개구리를 개울물에 띄워 보내고, 논으로 돌아오기까지 백여 발짝 되는 길에서 수많은 구멍을 보았네. 나무줄기에 난 구멍, 비탈에 놓인 바위와 풀숲 둔덕에 난 구멍, 모든 구멍 속에서 작고 검은 것들이 오글거리며, 키득키득 웃고 있더군.
---「구멍」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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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길은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나는 무심코 ‘이었다’라고 쓰다가 깜짝 놀라 고쳐 쓴다. 분명 그는 2000년대 초엽까지 왕성히 글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그가 아내인 시인 이상희와 함께 원주로 살러 간다는 얘길 전해 들었지만, 그게 ‘자연인’이 되려는 결심인 줄은 몰랐다. 그 후로 그의 창작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형도가 1989년 세상을 떠난 이래, 그의 친구들도 띄엄띄엄 현실의 무대에서 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짐작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가 자연인이 된 건 맞았지만, ‘승윤씨’와 ‘윤택씨’가 찾아가는 실제 자연인이 아니라 영혼의 자연인이었고, 자연인의 영혼은 그가 쉬지 않고 써 온 시에 싹트고 꽃피고 있었다.

(...) 원재길의 자연주의도 인간주의의 한 변형인 것은 맞으나, 그에는 인간 사이의 분할이 없다. 즉 ‘휴머니즘’의 본뜻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제 시인이 ‘전지적 관조’의 시점을 취한 것이 보편적 휴머니즘에 근거하기 때문임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동양의 자연주의가 향락적 인간주의의 변형이라면, 원재길의 자연주의는 반성적이다. 게다가 그 반성 속에는 자연이 개입될 이유가 분명히 들어 있다. 시의 ‘전지적 관조’는 시인을 포함한 인간 자신에게로 선회한다. 즉 ‘전방위적 내성(內省)’의 시선이 되는 것이다.

(...) 이 시집에서 독자가 주의 깊게 느껴야 할 시적 감흥은 두 단계에 걸쳐진다. 첫 번째 단계는 자연과 인간의 연동성에 관한 깨달음을 제공하는 시편 혹은 시구들의 음미이다. 이에 대해선 지금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풀이하였다. 그 기본 노선을 사람→자연→사람이라고 하였고, 그것을 개념화해 ‘자연으로부터의 인간주의’라고 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 독자는 원재길의 이념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물활(物活)적 움직임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즉 그 이념이 ‘자연’에 대한 근심에서 출발할 것인데, 그렇다면 시인은 자연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 나는 시인이 제안한 ‘자연으로부터의 인간주의’를 마음속에서 곰곰이 굴려 보고자 한다. 내게 이 독서는 나의 일상에 난입한 썩 낯설고도 상쾌한, 그 때문에 아직도 내 살갗 위에서 서걱거리는, 기특한 체험이었으니!
- 정과리 (문학평론가, 연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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