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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아르메니아 (큰글자도서)

짓밟힌 아르메니아 (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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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52*225*20mm
ISBN13 9791130644936
ISBN10 11306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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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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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 속에는 믿기 힘든 고통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p.6

후세인 파샤는 이 지역의 감옥 문을 열도록 명령했고, 갇혀 있던 살인자와 노상강도 같은 죄수들이 풀려나 그의 저택으로 이송되었다. 한 시간 뒤에 이 범법자들 각각은 경찰복을 입고 배급된 소총과 총검, 길이가 긴 검을 차고 공공 광장에 정렬하여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p.30

집으로 돌아오는 데 한 튀르크인이 나를 멈춰 세웠다. 그는 나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그가 말하길 “모든 예쁜 기독교인 소녀는 어쨌거나 튀르크인에게 몸을 팔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게 될 테니” 나 또한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난 할 수 있는 한 가장 빨리 도망쳐 집으로 왔다. 그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할 때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 본 건 처음이었다.
---p.51

그 누구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했다. 군인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파샤가 여자들을 강제 이주시키라고 명령했다는 것뿐이었다. 아무도 언제 어떻게 추방당할지 알지 못했다.
---p.58

크루드인이 탄 말들이 깜짝 놀란 수많은 여자들을 향해 몸을 낮추면서 전속력으로 질주해 왔다. (…) 그는 나를 거칠게 잡아채서 옷을 찢어 던지고 내 머리를 세게 쳤다. 그러고 나서 짧게 명령을 내리고 잽싸게 나를 그의 말에 가로로 던져올리고 뒤로 뛰어올랐다. 난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나를 태우고 평야를 가로질러 거칠게 질주했다.
---p.69~70

“하나님이 미치셨어. 우리는 버림받았어!” 우리가 겁에 질려 우물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말소리가 들렸다. (…) 길을 따라 누워 있는 아르메니아인들의 시신을 마주하자, 바델리의 아내는 갑자기 이성을 잃은 것이다. “하나님이 미치셨어. 난 당신들한테 미쳤다고 말하겠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다고!”
---p.93~94

나는 언니를 안고 한참이나 울었다. 그때 내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 언니를 야영지 옆쪽으로 옮겨가 맨손으로 땅을 파서 묻었다. 비좁은 모래 구덩이에 불과했다. 나는 한참이나 헤맨 끝에 나뭇조각을 발견해서 작은 십자가를 만들었고 언니 손에 쥐여 주었다.
---p.101

강이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계곡은 수천 구의 시체가 묻히지 않고 남겨진 거대한 무덤이 되었다. 산길도 죽은 이들로 넘쳐났다. 흑해와 티그리스 강가에 집이 있는 부유한 튀르크인들은 모두 첩을 하나나 그 이상 새로 얻었다. 이 도시로 오는 길에서 납치된 아르메니아 소녀들이었다.
---p.122~123

안전한 곳에 있는 지금도 난 때때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밤 시간이면 비명 소리가, 심지어 나를 둘러싼 친구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가 나를 덮치면 귀를 틀어막아도 그 소리를 듣지 않을 수가 없다.
---p.163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우리는 멀리 떨어진 뾰족탑에서 나오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침묵을 통해 이슬람 기도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끔찍한 도살의 한가운데에서 체첸인들은 본능적으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를 들었고 메카를 향해 무릎을 꿇고자 살육을 멈췄다. 그날 아침 그 노상강도들이 알라에게 은혜와 칭찬의 기도를 암송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의구심에 빠졌는지 또렷이 기억난다.
---p.163~164

칼을 꺼냈다. 다시 납치되기보다 자살하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p.172

그들은 나를 별채의 지하 감방으로 데려갔다. 난 하늘밖에 볼 수 없었다. 짓밟힌 아르메니아에서 수많은 비극으로 뒤덮인 하늘이었다. (…) 그러던 어느 날 밤, 너무 여러 날이 지나 날짜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지하 감방 창문으로 나타나셨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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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학살은 20세기 초에 발생한 대표적인 제노사이드다. 한국인들에게 튀르키예는 6·25전쟁의 우방국이라는 좋은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군과 민간인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특히 1차 세계대전기에 소수 민족인 아르메니아인을 100만여 명 학살한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서아시아 지역의 국제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여전히 튀르키예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다. 잔혹한 사건을 몸으로 겪고 살아남은 오로라의 이야기는 이제 한국인들에게 20세기 학살의 세계사, 특히 6·25전쟁 전후 ‘한국에서 발생한 학살의 예고편’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 김동춘 (사회학자,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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