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매춘부로 일하는 여성은 여성성 규범을 위반한 ‘나쁜 여자’로 인식되고, 정책 결정자들의 적절한 조치의 부족과 경찰 단속으로 국가에 의해 점점 더 범죄화되고 있다. 범죄자/피해자 논리는 정책이 빈곤, 지구화, 자본주의, ‘성이 팔리는’ 소비 자본주의라는 폭넓은 맥락에서 여성과 남성의 삶의 복잡함을 다루는 데 실패하게 만든다고 비판받는다. 오늘날 성노동자의 경험은 지난 세기 매춘부의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매춘에 관한 역사 기록에서 볼 수 있듯, 사회의 낙인과 배제 그리고 점점 불안정해지는 개인의 안전이 현재 성노동자에게도 여전히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성 시장 개방과 성 산업의 성장으로 ‘성인 유흥’ 산업에 대한 규제와 통제 완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춘을 어떻게 이론화할 것인가, 또 사회학과 범죄학은 무엇을 제안할 수 있을까.
--- p.23, 「제1장 성노동의 사회학」 중에서
성노동을 하는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주어진 유연하며 보수가 많은 노동이 갖는 제한된 성격 등 더 넓은 사안을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마 등은 (성노동이 합법인) 호주 빅토리아에서 부모와 학생들이 매춘업소에서 일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참가자들은 접대나 아이 돌봄, 사무직과 같이 전형적으로 젠더화된 노동이 아니라, 괜찮은 보수를 받는 유연한 노동을 하려는 욕구를 가진다. 개인이 일하기로 결정하는 맥락을 보는 것은 성 산업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 p.42-43, 「제1장 성노동의 사회학」 중에서
후기 자본주의와 인터넷 기술의 등장은 성 산업의 규모와 성격을 바꾼 중요한 동력이다. 인터넷은 장벽 없이 성 서비스를 홍보·추구·협상·배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은 시간·공간·지리에 따른 한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의사소통을 규제받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며, 그 맥락에서 번스타인이 말한 “고삐 풀린 성 소비 윤리”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주류 관광지와 유흥 지역은 점점 성 소비가 주로 이루어지는 장소로 수렴되고 있다. 브렌츠와 하우스벡은 “성 산업을 후기 자본주의 산업의 ‘타자’로 규정하는 것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라고 결론짓는다. 성은 현대 사회에서 상품으로 규정되며, 다양한 서비스 상품처럼 시장에서 포장·유통되어 판매 가능한 것이 되었다. 번스타인이 “성 거래의 새로운 ‘품격(respectability)’”이라고 지칭한 것처럼, 에로틱 노동의 ‘전문화’라는 변화는 사이트와 성노동자 권리 운동을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주로)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하고 성을 소비 가능한 상품으로 만드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주류화’ 경향은 다소 괴로운 현실로, 현대 젠더 정치는 이 점을 문제 삼고 있다.
--- p.69-70, 「제2장 상업과 성에 대한 문화적 맥락」 중에서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성 산업에 들어오기 위해 미리 정보를 얻어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강제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이 성적 착취에 개입하게 되는 ‘취약성’ 요인에 관한 자료를 보면 성인이 강제로 유혹하거나 착취하는 경우, 시설에서 ‘관리’받으며 착취당한 경험, 노숙, 시설이나 집에서 가출한 경험 등이 있다. 일부 남성은 자신의 섹슈얼리티 때문에 가족에게서 배제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고 가출해서 노숙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개프니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남성 성노동자는 “자신을 희생자도 아니고 폭력의 피해자도 아니라고 여겼다”.
--- p.87-88, 「제3장 성노동자와 성노동」 중에서
포괄적인 맥락에서 ECPAT와 유엔 그리고 유럽평의회는 세계화·빈곤·이주(인신매매라고 종종 정의된다)의 역동성이라는 맥락에서 상업적 아동 성 착취를 근절하고자 한다. 청소년과 성인이 절대적 빈곤에 대한 절박한 대안으로 성 산업에 드나들고 아동과 청소년이 갈등과 황폐한 삶 그리고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도주하며 성적으로 착취당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글로벌 정치와 더 크고 복잡한 그림의 일부로서 전 지구화에 확실히 초점을 두어야 한다. 상업적 성 착취 근절은 상업적 아동 성 착취를 철폐하는 것 이상을 요구할 것이며, 아동과 청소년을 피해자로 보는 것은 학대자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로 시작하고 끝나지 않는다. 또 18세 이상의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 전환을 고려하더라도, ‘청소년의 성장을 위협하는 성 착취’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성 산업에 진입하고 이를 유지하게 하는 착취의 사회경제적·문화적 기반을 다루고 고려해야 한다.
--- p.139, 「제4장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 착취」 중에서
한편 매춘인들은 전 세계적으로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74년 프랑스 몽파르나스에서는 경찰과 법원의 통제에 시달리던 파리의 매춘인들이 자신들의 고충을 알리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1975년에 150명의 매춘인은 프랑스 리옹에서 교회를 점거했다. 그들은 경찰이 당시의 매춘인 살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늑장을 부리고, 위험 상황에서 매춘인을 전혀 보호하지 않는다며 항의했다. 또한 오히려 지나치게 벌금을 물리거나 폭력을 행사하고 과도하게 구속하는 등의 경찰 권력 남용 문제를 지적했다. 리옹 시위는 7일 동안 지속되었으며, 그 기간에 프랑스 전역에서 그들에게 공감하는 시위와 교회 점거가 일어났다. 당시 사람들은 프랑스매춘인연합(France Collective of Prostitutes)을 강력히 지지했다. 1975년과 1985년 사이에 그들의 행동은 영국매춘인연합(English Collective of Prostitutes: ECP), 독일의 히드라(HYDRA), 스위스의 아스파시(ASPASIE), 캐나다의 코프(CORP), 네덜란드의 붉은실(De Rode Draad) 등을 포함한 유럽 전역의 단체들이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 p.177, 「제6장 성노동자, 노동권과 노동조합」 중에서
성노동자 조직화의 취약함은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는 우선 관계적 문제가 있다. 권리 중심의 관점(right-based perspective)을 기반으로 한 조직화의 입장은 매춘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보고 매춘을 근절하려는 목표를 가진 일부 페미니즘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는다. 두 번째로 실천적 차원에서 시간과 시설 그리고 기금이 많이 부족하다. 성노동자 권리 운동과 성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권리를 인정받아 조합원이 되어 권리를 주장하는 범위와 영향력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 물음표를 던질 수 있다. …… 덧붙여, 자본주의의 핵심에 놓인 젠더, 인종, 소수집단성(ethnicity)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 불평등으로 인해 성노동자는 언제나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원이 풍부한 국가와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국제성노동자조합과 다른 단체의 사례는, 집단적인 힘이 지역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피해와 불의에 맞서 강력한 저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제 수준의 연대가 가능하다고 시사한다.
--- p.197-198, 「제6장 성노동자, 노동권과 노동조합」 중에서
편견 없는 접근이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은 이미 강조되어 왔다. 성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다양성과 각기 다른 요구를 고려할 때, 성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기관이 개입 목표를 적절히 설정해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을 규명하는 것은 더 생산적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무관용 원칙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탈매춘’은 성노동자 삶의 단계에서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이기보다는 모든 지원의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결과로 조망된다. 성노동자를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수동적 ‘피해자’로 구성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개인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성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한 기회를 제한해 성노동자를 더 힘든 상황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 p.264-265, 「제8장 지역사회, 서비스, 복지」 중에서
정치학, 경제학, 다른 사회과학 분과를 아우르는 연구를 통해 이주-인신매매 연계축은 지구화, 자본주의 시장의 힘, 성 산업의 주류화와 필수 불가결하게 결합된 강력한 시장의 힘이 작동한 결과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성노동을 일종의 ‘비공식 부문 고용’의 한 형태로 이해하면 되는가? …… 우리는 이 분야에 관한 연구를 수행할 때 유념하면 좋을 방법론을 제안하려 한다. 참여 행동 연구 방법을 활용해 주요 집단이 함께 참여하되 독립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을 판매하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타자화’를 궁극적으로 강화하는 이분법을 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연구를 통해 생산된 지식은 주요 관련자가 함께 참여해 만든 자료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국내[영국]적·유럽적·국제적 맥락의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이주-인신매매 연계축에 얽힌 여성과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하면 복잡하고 감정적 측면이 얽혀 있는 이 분야에 관한 효과적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더욱 건설적인 정책 입안을 위한 하나의 실마리가 풀려갈 수 있다.
--- p.298-300, 「제9장 세계화와 성 거래」 중에서
성노동에 관한 연구를 계획할 때는 연구 기획 단계에서 이론적·윤리적·방법론적 쟁점에 덧붙여 건강과 안전에 관한 현실적 고려와 특정 연구 방법의 타당성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거리 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종종 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이나 노동 시간을 고려해 진행하게 된다. …… 피처 등은 거리에서 일하는 성노동자와 접촉하며 연구하는 동안 겪은 복합적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즉, 성노동자와 공식적인 인터뷰를 진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합적인 방법론을 채택했다. 이를테면 인터뷰도 하고, 참여 관찰도 진행하면서 전형적인 노동 시간(주로 야간)에는 해당 구역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며 비공식적인 대화도 나누고 노동 환경을 관찰하기도 했다”. 오닐은 성노동에 종사하는 여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맞닥뜨린 어려운 점을 기록하면서, 신뢰 관계를 쌓기 위해 상당 기간을 같이 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 p.318-319, 「제10장 성 산업을 연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