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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몸

: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

희정 저 / 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08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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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125*200*30mm
ISBN13 9791160405620
ISBN10 11604056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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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을 놓치면 휠 날에 금속이 튕긴다. 다칠 위험은 둘째이고, 마지막 단계인 광 작업에서 불량이 나면 앞선 노동이 아무 소용 없어진다. 망치질, 줄질, 땜질… 작은 반지 하나가 광실에 오기까지 무수한 손을 거친다. 이 생각을 하면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저희는 손 떨면 안 되거든요.” 휠의 회전력을 오롯이 손가락 서너 개로 버텨낸다. 손가락은 감각이 없어지고 손목은 휘고 어깨가 말린다. 손가락 통증이 어느새 허리 디스크로 이어진다. 나는 인간의 뼈와 관절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배운다.
--- p.29, 「세공사 김세모」 중에서

예산을 짜고 그 한도 내에서 영양, 식감, 계절, 사람들 입맛까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식단을 정한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거봐, 살림은 기획이라니까. 아무리 봐도 기획·관리 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내가 이 말을 하자 하영숙은 손사래를 친다. “이건 하다 보면 다 하게 되는 일이에요.” 숙련이라는 것이 ‘하다 보면’의 시간 속을 채워 쌓이는 게 아닌가. 그 시간을 채우는 게 어렵고, 잘 채우는 건 더 어렵다. 우리가 숙련자들에게 감화받는 지점은 거기에 있을진대, 사람들은 유독 살림에 박하다.
--- p.49, 「조리사 하영숙」 중에서

엉덩이를 작은 안장에 걸친 채 벽에 두 발을 붙이고 선 듯한 자세다. 그 상태로 좌우를 오간다. 허리랑 다리로 버티는 건가. 이건 아무것도 모르는 내 시선일 뿐. 그가 안장 위에서 하는 것은 힘을 분산시키는 일. “초보랑 일 좀 하는 사람의 차이가 뭐냐면, 베테랑은 로프 타는 데 힘을 쓰지 않고 오로지 일할 때만 힘을 쓴다는 거예요. 초보는 줄을 타는 데 힘이 다 들어가요. 등이 뻣뻣하고 배에 힘이 들어가고. 경직돼 있어요.” (중략) 긴장해선 안 된다.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되나? “확신이 생기면 되는 거죠. 이건 절대 안 끊어진다.”
--- p.77-78, 「로프공 김영탁」 중에서

돌을 고르는 그의 허리가 펴질 줄 모른다. 한 팔로 가판 바닥을 짚고 다른 쪽 팔을 써서 돌덩이를 바다로 던진다. 허리는 내내 기역 자로 꺾여 있다. 허리를 폈다가 구부렸다, 무릎을 굽혔다가 폈다가 하기가 힘이 드는 게였다. 온몸에 힘을 주고 30년을 살았으니 관절마다 비명을 지를 만도 하다. (중략) 내가 도우려는 시늉을 하니, 두 사람 모두 다친다며 성화다. 힘도 힘이지만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그 기술 덕에 바다에 빠지는 일은 없었다. 염순애는 수영도 할 줄 모른다고 했다.
--- p.115, 「어부 박명순·염순애」 중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채 계속되는 통증과 불안은 사람을 외롭게 한다. 그걸 수술대 위에서 혼자 견디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산통을 줄일 수 있을까 찾아보니 히프노버딩이라고 최면 출산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중략) 피부를 만져주는 것만으로 통증이 줄어든다고? 그걸 제가 근무하는 병원의 산모들에게도 해봤는데, 다들 너무 편안해하는 거예요. 단지 피부를 만져주거나 안심시켜주는 것만으로.”
--- p.136, 「조산사 김수진」 중에서

“그분들이 움직일 수 없는 근육을 제가 만져준다는 생각으로 해요.” 일 자체는 힘들다. 애초에 안마는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만져지지 않는 근육이 많아요.” 속 깊이 자리 잡은 근육이 있다. “그럴 땐 압을 깊숙이 줘야 해요.” 무작정 손에 힘을 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자세에 따라 만져지는 근육이 다르다고 했다. (중략) 그래도 즐겁다. --- 「안마사 최금숙〉 중에서, 167쪽

일은 많고, 경마장은 넓고, 말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움직임은 최소로 줄여야 하고. 이 세 조건이 합쳐지니 경마장 사람들의 걸음이 남다르다. 잰걸음을 놀리거나 아예 반대로 보폭을 크게 해서 걷고 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걸음걸이를 알고 있을까. (중략) “저는 사람들 볼 때 걷는 걸 유심히 봐요. 보행 상태를 보죠. 저 사람 어디가 안 좋네. 말 자세를 하도 보니까 버릇이 된 거예요.” 순간 흠칫한다. 나는 어떻게 걸었더라.
--- p.185, 「마필관리사 성상현」 중에서

“몸이 굴곡졌잖아요. 관절이 솟아오른 곳은 손끝으로 민다든가. 옴폭한 곳은 또 방법이 달라요. 널찍한 데는 손바닥으로 미는데, 약한 부분이 있어요. 거긴 밀면 아프니까 살짝 비벼주는 거예요. 어떤 곳은 당기는 기분으로.” 이것이 세신의 기술이라 했다. (중략) “이렇게 도톰한 손이 때 밀기에 좋아요. 면적이 크잖아요.” 그는 손바닥을 펼쳐 앞으로 내민다. 손끝이 갈라져 있다. 요즘은 일을 덜 해서 손이 고운 거라며 사진 하나를 보여준다. 사진 속 손은 껍질이 하얗게 벗겨졌다. 피부가 갈라진 틈으로 피가 배어 나온다.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는 손이다.
--- p.229, 「세신사 조윤주」 중에서

같은 한국수어라 하더라도, 저마다 쓰는 말이 조금씩 다르다. 청인의 언어에 세대별로 달리 쓰는 언어가 있고, 사투리가 있고, 외래어가 있고, 신조어가 있고, 특정 분야에서 주되게 사용하는 전문용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통역사는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중략) “음악행사같은 경우는 거의 제가 공연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죠. 특히 젊은 사람들 축제는 모르는 노래가 많이 나오잖아요. 팝송 같은 것은 한국어로 번역한 걸 보면서 듣고 또 듣는 거예요.” 수어는 단지 텍스트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맥락을 함께 전달해야 한다. 이는 장진석이 강조한 말이다.
--- p.256-259, 「수어통역사 장진석」 중에서

몇 번을 반복해 그리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속도다. 손놀림은 빠르나 움직임은 크지 않다. 간혹 들썩이는 어깨가 그가 지금 작업을 하고 있음을 알린다. 둥글게 말린 어깨와 길게 뺀 목, 기울어진 등이 그의 분주한 손길을 숨긴다. 저 자세를 안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 붙박여 일한 사람만이 가지는 뒤태가 있다. 그 시간을 거쳐 언젠가부터 오일파스텔을 손에 쥐면 하얀 도화지 안은 전부 내 세상이었다. “바깥 세상은 도저히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없고 내 감정 하나조차 내가 감당할 수 없는데, 무슨 색을 쓸 건지 무얼 넣고 뺄건지 얼마나 번지게 할 건지 다 내가 정해서 그대로 할 수 있으니까.”
--- p.286-287, 「일러스트레이터·전시기획자 전포롱」 중에서

“배우란, 다른 인물일 수도 있고 다른 동물일 수도 있고 다른 사물일 수도, 다른 역할을 자신의 몸으로 입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잖아요. 연기하는 대상과 만나기에 좋은 터가 되어가는 게 배우로서의 성장인 것 같아요.” 좋은 터가 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도구로 쓰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몸을 교정하려 하지 않는다. 터전이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 p.326, 「배우 황은후」 중에서

그 비싼 판을 누가 얼마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는가로 실력이 갈렸다. 낯선 화학기호나 수학기호가 들어가는 대학 교재가 단가가 높았다. 옥편같이 잘 구분도 되지 않는 한자가 조밀하게 들어간 판도 비쌌다. 손이 느린 식자공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한자 부수의 경우, 너비가 2밀리미터도 되지 않는 글자도 있다. 말 그대로 깨알 같다. 손으로 잡힐 리 없으니 핀셋으로 집어 들었다. “식자를 하려면 손가락이 가늘어야 해요. 손 굵은 사람은 활자를 자꾸 떨어뜨리죠. 그러면 대우를 못 받아요.” 정작 이 말을 하는 권용국의 손은 마디가 굵고 두텁다. 소년공이던 시절에는 얇디얇았을 테지. 가늘던 손가락이 세월 속에서 투박한 모양을 갖출 때까지 납을 쥐었다.
--- p.348-349, 「식자공 권용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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