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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하늘을 거머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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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42쪽 | 124*188*20mm
ISBN13 9791191384598
ISBN10 1191384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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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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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탈’이란 정말 간단하다. 늘 가는 길이 아니라 처음 가는 길로도 가보고, 매일 먹는 음식 대신 새로운 음식도 한번 먹어보고,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가게에도 들어가 보고. 그런 소소한 일탈이 쌓이다 보면 우리 삶을 더 낭만 있게 만들어준다는 거다. 그런 기억에 남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지 않을까?
--- p.16

체육시간 친구들의 활기참이 바로 아래서. 자동차 소리와 오토바이 배기음이 저기 멀리서. 소음이라고만 생각했던 소리도 때로는 이렇게나 평화로워서. 화창함에 즐기는 일탈. 나무도 구름도 꽃잎도 하늘하늘. 오월의 하늘을 거머쥔 우리는, 그날의 파랑을 잊을 수가 없었다. 순수하게 녹아들던 시간과, 이제는 떠나버린 갈피 같은 기억에.
--- p.17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맡에 놓여 있던 사탕 바구니. 물론 부모님이 슬쩍 갖다 뒀을 테지만, 그때는 한없이 행복하기만 했다. 아마 처음에는 믿지 못했을 거다. 환상처럼 나타나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가 가짜라고? 하지만 ‘꿈’은 점점 ‘현실’에게 가려졌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서서히 캐럴과 트리가 사라지는 것처럼.
--- p.24

이따금 SNS를 보다 보면 검은 화면에 흰 글씨로 빼곡하게 쓰인 글이 보인다. 주로 험담이나 불평을 담고 있는데, 그 대상은 싸운 친구나 헤어진 애인이 된다. 빼곡한 흰 글씨 중 제일 위에 쓰인 “나는 이해를 못 하겠다”라는 말. 그 말은 차갑게 식어버린 애정에 대한 뜨거운 분노로 타자를 누르는 손가락의 온도를 궁금하게 만든다.
--- p.32

누군가의 이미지에 싫다는 못을 박아버리면, 그 못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 못에 걸리는 못생긴 그림 수만 늘어간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다들 사이좋게 지내야지, 싸웠으면 화해해야지, 그런 말을 하지 않게 됐다.
--- p.32

탐사선 보이저 1호는 61억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의 사진을 찍었다. 태양 반사광 속 희미한 점 하나, 그게 지구였다. 이를 두고 칼 세이건은 지구가 광활한 우주 속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알려주고 싶었다지만, 나는 그 또한 지구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보잘것없는 점처럼 보인다 해도, 그래도 나 여기 있다고 말이다.
--- p.60

언젠가 인터넷에서 두 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흑백으로 찍힌 30년 전의 모습과, 컬러로 찍힌 현재의 모습을 각각 담고 있었다. 장소, 구도, 자세 모두가 같았지만 피사체인 사람의 모습만 달랐다. 흑백 사진이 어린 아들과 젊은 아버지를 담고 있다면, 컬러 사진은 시간이 흘러 늠름해진 아들과 백발이 된 아버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평소 신경도 쓰지 않던 냉장고 자석스티커였다. 지금으로부터 한참은 어린 내가, 아마 유치원생일 때다, 아버지와 잔디밭에 앉아 찍은 사진. 멍하니 바라만 봤다. 그도 그런 게, 사진 속의 아버지가 너무 젊어서.
--- p.68

우리는 인생에서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미워하는데 쓴다.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후회하고, 앞으로 어떡해야 할까 불안해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바로 그때다. 그런 자조 섞인 생각은 점점 스스로를 멀리하게 된다.
--- p.76

사람 빽빽한 지옥철 매점을 그리워해요.
다 함께 교실에 둘러앉아 먹던 아이스크림을 그리워해요.
낡은 그물에 골을 넣고 포효하던 내 모습을 그리워해요.
야자 시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발라드,
그 노래 가사에 힘을 내던 나를 그리워해요.
하지만 이제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이 모든 걸 그리워하게 된 이유는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 되었기 때문이니까요.
--- p.95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에는 마들렌과 함께 마시는 홍차가 있었고, 나에게는 그 맛과 분위기에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믹스커피 한 잔이 있었다. 화창한 봄날 창문 열고 만끽하는 상쾌함. 초가을 어두운 골목길 밤공기의 시원함. 한겨울 첫눈과 난로 앞에 손을 맞댄 따뜻함. 내가 좋아하는 학원 풍경에는 늘 믹스커피 한 잔이 들려 있었다.
--- p.113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건, 그리 거창한 건 아닐 듯하다. 자연스러운 만남이던 인위적인 만남이던, 좋은 사람이라면 발전하게 될 테고, 나쁜 사람이라면 경험이 될 테니까.
--- p.117

노래 같은 사랑, 소설 같은 사랑, 영화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는데, 그 뻔한 줄거리를 따르지 못하고 끝나버린 배드 엔딩. 어쩌면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 건, 현실의 대부분이 그 정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끝나버리기 때문이라는, 제법 슬픈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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