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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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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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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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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0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6.8만자, 약 5.7만 단어, A4 약 105쪽?
ISBN13 9788966479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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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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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돈 많아요?”
다짜고짜 물어 오는 황당한 조앤의 질문에 민준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 올해 몇 살이지? 내가 보기엔 어른한테 그런 질문하기엔 버릇없어 보일 만큼 어린 나이같은데?”
처음 마주치던 순간부터 어딘가 무척 익숙한 느낌을 주던 조앤의 예의 없는 물음을 막기 위해 민준이 노골적으로 귀찮다 표정을 지었다.
“중3이에요. 숙녀의 나이는 함부로 묻는 거 아니니까 노코멘트 할래요. 그리고 어른한테 돈 많은지 가난한지 물어보는 게 버릇없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는걸요? 하여튼 한국 남자들은 어리나 늙으나 쓸데없이 권위적이라니까.”
중3이라면 딱 민준의 나이를 반으로 자른 정말 어린 나이였다. 그리고 민준은 지금 이 순간 그 정말 어린 나이의 조앤에게 따끔한 훈계를 듣는 권위적인 어른이 되어 할 말을 잃고 뻘쭘히 앉아 있었다.
“내가 같은 또래의 애들보다는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어른들하고 주로 어울리다 보니 가끔 애어른 흉내를 내곤 해요. 준이 그런 내 행동에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응? 무슨 사과? 쭌이 사과 가지고 왔어?”
조앤과의 언쟁에서 처음 만났던 날의 떡 사건으로 굴욕을 당한 이후, 그녀에게 두 번째 패배를 당한 민준이 그답지 않게 할 말을 잃고 버벅거리고 있을 때, 절묘한 타이밍으로 크리스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Where did that come from?”
화장실에서 나온 크리스의 황당한 말에 조앤의 입에서 아마도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한국말과 비슷한 표현의 영어가 흘러나왔다.
“뭐 아님 말고. 하이 쭌!”
화장실에서 큰일을 본 게 아니라 대대적인 마사지라도 했는지 다른 때보다 더욱 뽀얗고 화사한 피부에 환한 미소까지 단 크리스가 민준에게 손을 흔들었다.
“크리스, 준이랑 사귀는 거 재고해봐.”
“왜?”
“재산이 별로인가 봐. 내가 돈 많냐고 물어봤더니 막 화부터 내던걸.”
“괜찮아. 내가 한 재산 하잖아.”
“퍽이나? 뭐 대구 정도의 동네에선 결코 못사는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이 동네에선 우리 영세민 수준인 거 몰라?”
“괜찮아. 나 일 시작하면…….”
“아서요. 그냥 얌전히 다달이 나오는 용돈으로 살림이나 알뜰히 하다가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이나 가셔.”
크리스의 외할아버지 소유였다가 그녀의 엄마를 거쳐 그녀에게 상속된 대구에 있는 크리스 명의의 상가 건물에서 매달 나오는 임대차 차임을 조앤은 그들의 용돈이라 불렀다.
“계획을 바꿨다니깐. 난 딱 쭌 같은 남자 만나서 평생 내가 벌어먹이고 살 거란 말이야.”
“어머! 그러세요? 그럼 그러시든지요. 남의 연애사에 참견할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 난 이만 뿅 하고 사라질랍니다. 둘이서 알콩달콩 재미있게 놀아요. 집 안에 미성년자 한 명 있다는 건 잊지 마시구요.”
그녀들의 집,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민준을 완전 투명인간으로 취급한 두 여자의 만담 같은 황당하고도 어이 상실할 대화가 끝나고 조앤이 유유히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너 나랑 사귀었냐?”
시끄럽던 주위가 조용해지자 비로소 말을 할 만한 정신이 든 민준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고스란히 담고 크리스에게 물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는 조앤의 모습을 눈으로 좇던 크리스가 커다란 눈망울을 껌뻑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어제 우리 키스했잖아. 키스까지 한 사이인데 못 사귈 것도 없지 뭐.”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그녀의 논리에 답을 잃은 민준이 허! 하고 헛웃음을 웃었다.
“넌 너랑 키스하는 남자랑은 무조건 다 사귀니?”
“그럼, 쭌은 아니야? 남녀가 키스까지 하는 건 서로가 그만큼 마음이 있다는 의미잖아. 마음이 있으면 사귀는 거고, 사귀다 보면 키스도 할 수 있고……. 뭐 그런 거 아닌가?”
크리스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그녀의 이상한 논리에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었다. 민준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그녀를 기다리다 못해 그녀의 집까지 쫓아온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게 여겨졌다.
“어? 또 머리 아픈 거야?”
머리를 짚는 민준의 행동에 금세 놀란 표정으로 바뀐 크리스가 그의 옆자리에 와 앉아 걱정이 가득 담긴 얼굴로 그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작은 손이 그의 머리를 짚은 그의 손과 겹쳐졌다. 그녀의 커다란 눈이 눈물로 글썽였다.
“이렇게 많이 아플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찾아오는 건데…….”
회한이 가득 담긴 어조로 민준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크리스가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따스하고 말랑한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밀려나온 그녀의 붉은 혀가 긴장과 놀람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채 닫혀 있는 그의 입술을 두드렸다. 민준은 그 순간 대화란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마주치기만 하면 시작되곤 하는 쓸데없는 말장난이 아니라 진지한 대화라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입술이 열리기 전에, 그의 열린 입술에서 그의 혀가 밀려나와 그의 입술을 두드리고 있던 그녀의 혀와 엉켜들기 전에…… 뜨겁고, 축축하고, 제어할 수 없는 욕망으로 그의 깊은 단전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오기 전에……. 그러나 단숨에 민준의 입술과 혀를 장악하여 맘껏 유린하고 있는, 그에게 크리스라 불리기 원하는 수정이라는 여자는 그 작은 몸짓으로 그의 몸과 모든 의식체계마저 지배해버려 그가 대화를 시도 할 의지마저 모두 앗아가 버렸다.
그리고 키스를 하며 본능적으로 크리스의 가슴으로 가까워지던 민준의 손을 밀어내며 그녀가 먼저 그 짜릿하고 길었던 키스 타임을 끝냈다. 그의 머리를 짚고 있던 두 손은 여전히 맞잡은 채로 아래로 떨어져 있었고, 붉은 홍조를 띤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은 그의 가슴께에 기대어 거친 호흡을 다듬고 있었다.
“조앤이 집에 있어서 더 이상은 무리일 것 같아.”
조금 전까지의 진한 키스로 생성된 욕망을 가득 담은 민준의 강렬한 눈빛을 올려보며 크리스가 아쉬움을 가득 담은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녀와의 키스로 더욱 복잡해진 머리를 흔들며 눈을 질끈 감아버린 민준에게 크리스가 속삭였다.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다. 아무리 어제 내가 술김이었다지만 쭌은 멀쩡했었잖아. 이렇게 찐한 키스까지 해놓고 사귀는 사이 아니라고 또 발뺌하면 다음엔 아예 덮쳐버릴 테니까 그리 알아.”
이 순간 그가 떠올려야만 하는 민석조차 까맣게 잊은 민준은 그녀의 주문 같은 속삭임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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