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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연주를 전해줄게

너의 연주를 전해줄게

우진 | CLB BOOKS | 2023년 09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6건 | 판매지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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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28g | 133*200*30mm
ISBN13 9791169687386
ISBN10 116968738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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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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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내 손으로 만들고 직접 해내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그런 종류의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내 복귀 여부에 목을 매고, 다음 투어 예매가 언제쯤 열릴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거야. 하지만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듣게 될 연주는 나의 음악이 아니야. 너와 내가 만들어낸 것이지, 그건 절대로 내 것이 아니야. 쌍둥이도 조금씩은 달라. 나는 이 세상에 똑같은 음악은 둘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누군가 사라져야 한다면, 유효기간이 더 짧은 쪽이 물러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연주회까지 기다린 이유는, 강해온 박사의 노고가 절대로 헛되지 않았다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하고 싶어서였어.

손이 떨리고 있구나. 왼손은 떨고 있지 않은데. 슬퍼하지 마. 우리가 같이 꾸었던 꿈을 기억하니? 사실 난 꿈속에서 네가 어떤 모습인지 정확하게 봤어. 너는 새였어, 몸은 없고 날개만 있었지. 그래서 말해주질 못했어. 강 박사에게는 네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의수였다고 말할 거야. 너를 만난 사람은 예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인생을 살게 되겠지. 나는……. 여행 첫날부터 운 나쁘게 만난 비구름이라고 생각하자. 너는 아직 여행을 시작하지도 않은 거야.
--- p.35

태오는 타고난 악력이 세서 스타카토를 섬세하게 표현하는데 애를 먹었다. 음을 짧고 가뿐하게 끊어줘야 하는데 힘을 너무 싣는 나머지 도장처럼 꽝꽝 내리찍는 식이다. 듣다 못한 내가 태오의 연주를 멈추고 끼어들었다.
―아니지, 아니야. 이연우는 그 부분을 작곡할 때 물새의 발톱이 출렁이는 물결 위에 살짝 입을 맞추는 것을 떠올렸다고 해. 하지만 태오 네 연주는 물속에다 바윗덩어리를 마구 던지는 것 같잖아.
내 말을 들은 태오는 갑자기 두 손바닥으로 쾅, 소리가 나게 건반을 내려치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내 손이 앙증맞은 물새가 아니라 바윗덩어리인 걸 어쩌라고. 이연우도 다른 사람이 자기랑 똑같이 연주하면 싫어할걸? 남이랑 같은 옷을 입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태오는 인사도 없이 창고를 떠나버렸다. 나는 태오의 마지막 말을 곱씹으며 차가운 건반 위에서 사위어가는 오후 햇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세상에 똑같은 음악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말, 태오의 입으로 듣기 전에도 나는 이미 그 말을 접한 적이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연우의 유언을 통해서.
--- p.263

"나는 인형 놀이를 한 거야. 태오한테 이연우의 추억을 입히는 놀이에 빠져있었던 거야, 나는……."
고리타분하게 잠겨있던 전뇌가 번쩍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하마터면 피아니스트 한 명의 미래를 망칠 뻔했다. 제이의 말대로, 내 추억이 태오의 앞길을 가로막게 할 수는 없었다.

다음날, 태오는 어김없이 나보다 일찍 체육관 창고에 왔다. 얼굴은 여전히 부루퉁했지만 내가 오기 전에 걸레질을 했는지 피아노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는 태오의 옆에 앉기 전에 한 손을 먼저 내밀었다. 화해의 악수를 의도한 것인데, 태오는 영문을 몰라 내 손을 멀뚱멀뚱 내려다보기만 했다. 내가 입을 뗐다.
"태오 네 말이 맞아. 너는 이연우랑 똑같이 연주할 필요가 없어. 하지만 스타카토는 건반을 두들겨 패라는 뜻이 아니야. 이연우라도 너처럼 건반을 쾅쾅 후려쳤다간 손목이 먼저 부러지든가 건반이 부서졌을 거야. 그것만 지킨다면, 이젠 네 연주력도 안정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너만의 개성을 살려도 괜찮아."
그제야 태오는 멋쩍은 얼굴로 내 손을 잡아쥐었다.
--- p.26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인공지능(AI) 연우. 풍부한 감정표현과 월등한 의사소통 능력을 일찍이 인정받아, 오른팔을 잃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이연우’의 전자의수를 가동할 AI로 선택된다. 느닷없이 이연우가 스스로 삶을 포기하면서 갈 곳이 없어지자, 인간형 로봇으로 개조되어 고등학교의 학습 도우미 로봇으로 일하게 된다. 항상 옛 주인 이연우를 그리워하면서 지내다 우연히 ‘안태오’라는 소년에게 음악을 향한 적성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태오는 다부진 겉모습 때문에 사이클이나 복싱 등 꾸준히 스포츠를 권유받고 선수로도 활동해왔지만, 사실은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주위에서 받는 기대와 적성 사이의 괴리감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우연히 학습도우미 로봇 ‘연우’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는 온몸이 전율할 정도의 감동을 받아, 연우에게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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