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메모리 칩 제조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대만은 팹리스와 파운드리 그리고 패키징 및 테스트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두 나라의 산업 발전 과정에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화의 흐름 속에서, 치열한 자유 경쟁이라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각자 독특하고 특화된 방법으로 경쟁 우위를 축적하였고, 그런 방법을 통해 첨단 기술인 반도체 분야에서 다른 선진국들을 앞지를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이 한국과 대만이 크게 자부심을 품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 p.4~5
이 책은 대만의 관점에서, 또는 미국이 아닌 국가의 시각에서 현재 저 세계 반도체 산업을 바라본다는 점이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미·중 대결은 이미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았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를 계속 내놓을 것입니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산업 발전에 대한 중국의 결단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것입니다.
--- p.6~7쪽
반도체는 모든 생활 영역에서 석유보다 더 중요해졌고, 복잡한 공급망 속에서 각국의 반도체 사용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공급망이 복잡하고 여러 국가가 상호 의존하는 상황에서 자급자족은 불가능합니다. TSMC 창립자인 모리스 창(張忠謀)이 예측한 대로 ‘한 국가에서 반도체를 자급자족한다는 환상은 너무 순진한 일’입니다.
--- p.18
미국이 일으킨 세계적인 반도체 전쟁은 제 생각으로는 승자 없는 전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p.27
2019년, 7월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세 가지 핵심 전자 소재를 한국으로 선적할 때마다 정부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새로운 수출 규제 조치를 채택했습니다. 8월 말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90일간의 수출 심사는 사실상 수출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및 패널 산업에 공급망 차질을 발생시키는 위협이었습니다.
--- p.57
최근 미국이 시작한 미·중 대립은 무역 전쟁에서 기술 전쟁으로, 다시 기술 전쟁에서 반도체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수출 통제나 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상황에 엄격히 시행하는 조사와 인수 합병 등이 포함됩니다. 이는 서구 국가의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방지하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p.63
1985년 9월,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및 일본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뉴욕의 플라자 호텔(Plaza hotel)에서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입니다. 플라자 합의 이후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주가와 토지 가격이 3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일본은 거품 경제에 접어들었습니다.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은 곧바로 10년, 20년, 30년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게 되었고 기업들은 이전처럼 반도체나 액정 패널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능력을 잃었습니다.
--- p.86~87
한국이 D램 산업을 도입한 지 불과 3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미국과 일본 간 반도체 무역 전쟁이 발생했습니다. 아직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 한국 제조 업체들에게는 발전 토대를 마련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 p.122
‘K-반도체 전략’의 개발 비전은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공급 체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총 네 가지의 전략 방향이 있는데 첫째, K-웨이퍼 벨트 구축. 둘째, 반도체 시설 지원 강화. 셋째, 반도체 성장 기반 강화. 넷째, 반도체 위기 대응 능력 향상입니다.
--- p.131
이전에 미국이 중국에게 적용한 제재 조치는 주로 무역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술과 국가 안보 문제로 전환되어 중국의 주장인 “미국은 중국의 지배력에 대한 위협을 우려한다.”라는 주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중 대립은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 p.243
2021년 1월 23일, 「이코노미스트」는 20세기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운송선이 전 세계 경제의 병목이었지만 곧 한국과 대만의 소수 사이언스 파크에서 생산되는 반도체가 이와 유사한 병목 현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 p.254
미·중 대립 때문에 대만이 지정학적으로 고위험 지역에 위치하게 되고, 특히 첨단 제조 공정을 비롯한 대다수의 생산 과정이 대만에 집중되며 언론, 정치인, 경쟁업체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가세하는 국제 분위기 속에서 반도체 제조는 국가 및 경제 안보와 관련된 전략적 산업으로 안착했습니다.
--- p.255
미국의 봉쇄는 중국의 발전을 지연시키기만 할 뿐 중국의 발전을 완전히 막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칩, 장비, 기술, 인력 등을 중국으로 수출 제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규제하는 것은 기술입니다. 기술은 일반적으로 사람, 장비, 소프트웨어에 동반되는데 이 중에서도 사람이 핵심입니다. 미국 정부는 모든 사람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미국의 ‘중국 제재와 미국 보호’는 양쪽 모두에게 아무것도 쥐여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 p.296
미국 정부가 대만을 보호하는 실리콘 쉴드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은 여전히 TSMC에 수호신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p.339
종합적인 분석에 따르면 미래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각 다른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상대가 등장하여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양상을 불러올 것입니다.
--- p.379
그동안 우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다양한 방어 조치를 취하는 것만 봤지, 중국이 반격하는 모습은 아직 못 봤습니다. 사실 중국이 반격할 능력이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도 반격할 도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반격 능력을 과소평가했을 수 있는데, 만약 중국이 반격에 나서면 미국은 다른 종류의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 p.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