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모델은 현존하는 글로벌분업의 구조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패배자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스웨덴경제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의 중앙집권적 단체교섭과 공동결정 제도는 새로운 포스트포드주의적 생산제약 내에서 훌륭한 미시경제적 성과를 낳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제도적 복지국가가 경쟁부문을 반드시 '몰아내는'(crowd out)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스웨덴에서 70년대에 복지국가를 확장하려는 시도와 80년대에 보상적 자유주의(compensatory liberalism)를 통해 복지국가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그것은 주로 수출부문의 부적절한 성과 때문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1985년의 자본 및 화폐 시장의 탈규제화 조치이다.

1985년 스웨덴정부는 '규준에 기초한' 화폐정책을 채택하여 노조와 사회서비스 분야 종사자 같은 집단적 행위자에게 시장규율을 부과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고자 했다. 중앙은행은 자본시장을 자유화했고 자금조달을 위해 해외에서 더 이상 차입을 하지 않고 국내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차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의 전일적 지배, 시장의 폭력으 특징으로 한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의 비인간성과 맹목성에 대한 단순한 비판 차원을 넘어서 대안모델의 제시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현시점이다. 따라서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를 나름대로 구현하고 있는 라인모델에 대한 분석은 그 어느 때보다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br/><br/>이런 관점에서 이 책의 서장에서는 세계경제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정에서 나타나는 미국 자본주의의 근본적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제1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금융주도 자본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자기파괴적 경향과 구조적 한계저을 명료하게 밝히면서 그와 동시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모델과 스웨덴모델을 검토한다. 제2부에서는 사회민주적 자본주의와 라인형 자본주의 모델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독일을 중심으로 라인형 자본주의의 주요한 제도적 특징과 장단점을 분석한다. 그리고 제3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에 대한 사회민주적 대응의 필요성과 그 조건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한다.<br/><br/>이 책은 시장독재, 국민 다수의 희생을 수반하는 구조조정 그리고 투기로 점철된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에 대항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진보진영 내에 활발하고 건설적인 토론과 연구풍토를 북돋우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