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힘)에 관한 역사상 가장 흔한 정의(定義)는 무력을 통해 복종과 굴복을 강요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준으로만 권력을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 역사를 바꾼 비강제적 무형의 힘은 고대부터 있었는데 그리스의 민주주의 사상, 로마 법률과 피정복자들에게 널리 부여된 로마 시민권, 종교, 미국독립혁명과 프랑스혁명을 일으킨 개념들, 나폴레옹법전, 마르크스주의, 민족주의 등이다.
--- p.14, 「머리말」 중에서
냉전 기간의 다수 위기와는 달리 오늘날 당면한 문제 가운데 해결하고 잊어버리기 쉬운 것은 거의 없다. 지난 사반세기의 역사는 여러 도전이 거듭해서 역대 대통령들을 괴롭혀 온 역사다. (……) 북한과 이란이 야기하는 문제는 한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며 그의 후임자가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중국, 러시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테러리즘 등이 야기하는 도전도 마찬가지다. 냉전 이후 네 명의 대통령이 이런 모든 문제에 직면했으며 후임 대통령들 역시 대부분 그런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 p.68, 「1장 권력교향곡」 중에서
모든 대통령이 가끔은 고위 보좌관 전원과 의견을 달리해 자신의 직감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도 사실이다. 2007년 초 부시(43대) 대통령의 병력 증파 결정은 고위 군사보좌관들이 거의 모두 반대했다. 2011년 2월 초 오바마 대통령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즉각 사임을 요구한 것은 백악관 상황실 테이블에 앉은 고위직 여덟 명이 전원 반대했는데도 결정되었다. 제멋대로 하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 대통령 중에서 의사결정 과정이 가장 무질서했다는 점에서 독특하지만 자신의 직감에 따라 보좌관들의 결정을 뒤집은 점에서는 유별나지 않다.
--- p.74-75, 「2장 대통령의 권력 행사하기」 중에서
오바마의 접근법과 마찬가지로 이란에 대한 트럼프의 최대한 압박 전략도 더 가혹한 경제제재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했다. 두 대통령 모두 압박을 가중하기 위해 다른 비군사적 권력수단은 이용하지 않았다. 두 대통령이 모두 이란의 국내 소요를 활용하지 않았고, 정권의 만연한 부패와 학정, 해외의 대리 단체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한 분노를 부추기지 않았으며, 역내 대리 단체에 대한 지원을 막는 조치를 취하거나 비밀 수단을 써서 국내문제를 증폭시키지도 않았다. 물론 경제제재가 효과적이었지만 다른 가용한 권력수단을 사용하는 데는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확실했다. --- p.134-135, 「3장 이란」 중에서
콜롬비아에서의 성공에서 얻은 교훈을 염두에 두고서, 앞으로 미국 대통령은 제3세계 국가의 내전에 개입해 상황을 안정시키거나 거버넌스를 제고하도록 압박을 받을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미국의 파트너가 될 현지 지도자가 강인하고 유능하며 매우 정직한 지도자로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에 충실한가? 재건의 토대가 될 기존의 토착 기관과 역량이 있는가? 미국의 도움이 있다면 현지 국가의 군대와 경찰이 충분히 싸움을 수행할 만큼 강화될 수 있는가? 지원 활동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가? 있다면 미국 대중과 의회가 장기적으로 지지할 전망은 어떤가? 미군이 직접 전투에 개입하지 않고도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미국의 권력수단을 광범위하게 동원할 수 있는가? 미군 주둔 인원을 소수로 유지해 현지인들이 싸움을 수행하도록 만들 규율이 우리에게 서 있는가?
--- p.189, 「5장 콜롬비아」 중에서
필자는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의회가 국방부가 받는 민간인 지원에 대해서는 돈을 주면서 그런 지원을 일차적으로 맡은 기관에는 돈을 주지 않는 것을 보고 화나고 기이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의회가 승인한 특별 프로그램에 따라 국방부는 군사작전과 안정화를 지원하는 민간인 프로젝트용으로 매년 1-2억 달러를 국무부에 교부했다. (……) 이것은 충분한 자금을 가진 국방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였으며 국무부 등 다른 정부 기관은 굶주렸다.
--- p.254, 「7장 이라크」 중에서
필자는 발트 3국을 나토에 가입시킨 것은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소련의 발트 3국 병합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 일관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가 앞서 지적한 대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나토에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노력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본다. 그 두 나라의 지리와 역사를 감안할 때 이들은 러시아 및 서방과 좋은 관계를 필요로 한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 것이 미·러 관계에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양국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은 미국과 서방에 전략적으로 극히 중요하다.
--- p.316, 「9장 러시아」 중에서
필자가 보기에 미국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보장하는 1994년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의 당사국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공약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실행한 것 이상으로 행동할 책무가 있었다.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반전시키기보다 그들의 정치적·경제적 비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행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수단들이 있었다. 2014년 의회는 자유유럽방송과 미국의 소리 방송이 동부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에서 송출을 늘리도록 요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 그들의 도시가 황폐화된다는 사실을 방송했더라면 현지 주민들의 사기와 의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p.366, 「10장 조지아, 리비아, 시리아, 우크라이나」 중에서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 역량과 그 운반 수단을 완전히 포기할 의향이 없다는 점이다. 김씨 3대는 그러한 역량이 북한의 생존에 (그리고 자신들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지난 15년여 동안 발생한 사건들은 그러한 그들의 확신을 굳히기만 했다. (……) 무아마르 카다피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후 바로 제거되었으며,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던 사담 후세인도 죽고 그의 정권이 사라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미국, 영국으로부터 영토 보전을 보장받는 대가로 1994년 약 1500개의 핵무기를 포기했지만 크림반도와 동쪽 영토의 절반을 잃었다.
--- p.399, 「11장 북한」 중에서
중국이 더 부유해질수록 더 자유화될 것이라는 추측은 빗나갔다. 중국이 세계에 제시하는 모델은 모든 면에서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와 상반된다. 40년 전 중국은 미국의 힘에 필적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했으며, 향후 20년 내에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야심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미·중 관계는 평화적 경쟁일 수 있으며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의 협력을 포함할 수 있다. 이를 성취하려면 워싱턴과 베이징 양쪽에서 지혜와 절제를 발휘해야 하고 조정도 필요할 것이다.
--- p.436, 「12장 중국」 중에서
미국인들은 동맹국이 얼마나 독특한 미국의 자산인지 그 가치를 이해한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특히 동맹국이 없는 러시아나 중국과 비교하면 미국이 더욱 돋보인다. 동시에 그 동맹국들도 자신들의 몫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냉전 종식 이후 모든 대통령, 국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이 우리의 나토 동맹국들을 강하게 압박해 그들의 방위비 지출을 늘리게 했다. (……) 튀르키예, 독일 등 일부 동맹국에 대해서는 나토의 중요한 문제, 즉 안보 관련 이슈에서 러시아나 중국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양다리 걸치기는 불가하다고 납득시켜야 한다.
--- p.470, 「13장 교훈 학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