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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한국 건축
중고도서

봉주르 한국 건축

: 프랑스 건축가 25인의 한국 현대건축 여행

강민희 저 / 안청 그림 | 아트북스 | 2018년 11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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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620g | 147*210*23mm
ISBN13 9788961963411
ISBN10 896196341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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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책찾사   평점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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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프랑스보다 시간이 몇 배로 빨리 가는 것 같아. 내게는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다른 세상 같아.”
얀의 말처럼 서울의 시간은 파리보다 열 배쯤 빨리 흐르는 것 같다. 파리라는 도시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100년 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네도 많다. 파리가 늘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해온 도시라면, 서울은 어제와 오늘이 다른 도시다. 매년 서울을 여행한다면 아마 매년 다른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 p.35

“경복궁 돌담 정말 좋아. 콘크리트 담벼락에 비하면 얼마나 멋진지!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느라 기와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잖아. 하루 종일 이 돌담만 봐도 재미있겠어.”
리샤르 리프는 끝없이 돌담을 예찬하고, 자크 에스테르는 경복궁에도 가고 싶다며 왜 일정에 넣지 않았는지 물어왔다. 돌담, 궁 등 이 도시의 옛 건축물에 쏟아지는 관심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런가 하면 트럭 한가득 실은 귤을 파는 노점,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도 있다. 다섯 살 아이처럼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일행을 상대하다보니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거리의 모든 것을 덩달아 눈여겨보게 된다. --- p.51

이런저런 구설수가 많긴 했지만, DDP는 결국 서울 시민의 것이다. 실제로 DDP가 완공된 후 초기에는 서울 한복판에 떨어진 UFO 같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제 DDP는 서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으며, 콘텐츠의 부재에 대한 우려는 양질의 전시와 패션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로 차츰 불식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온 일행은 이곳이 결국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다음 세대에 남길 유산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pp.100-101

“청계천 산책로는 정말 놀라운 프로젝트야. 프랑스였다면 이 정도로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계획부터 실행까지 아마 30년은 족히 걸렸을 텐데. 중간에 변수가 생겨서 아예 멈췄을 수도 있고. 너무 빠르게 진행돼 민주적인 절차와 의견을 수렴하고 제대로 토론을 거쳤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의 추진력이 부럽군. 그리고 사실 가장 놀라운 것은 낙서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야. 프랑스라면 온통 낙서로 뒤덮였을 텐데 한국의 공공 공간은 참 깨끗해. 시민들이 지켜줘야 공공에 더 많은 공간을 개방할 수 있는데 서울은 그게 가능한 도시 같아.” --- p.112

얀은 건축가의 ‘생각’이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고 했다. 쌈지길의 경우 건축이 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의 구현이다. 인사동의 매력은 역시 좁은 골목길이 많다는 데에 있다. 골목길에는 작은 가게들이 있고 가게들 사이로 또 새로운 골목길이 있다. 그 골목길로 들어서면 또 새로운 작은 가게들이 나타난다. 건축가는 이 작은 가게들을 어떻게 하면 1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3층으로 자연스럽게 올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래서 1층, 2층, 3층으로 나뉜 건물이 아니라, 여러 층이 길을 따라 연결된 건물을 설계했다. --- p.126

우리는 살갗을 통해 감각을 느낀다. 옷이 두번째 피부라면, 공간은 세번째 피부이자 우주와 접하는 첫번째 피부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공간을 통해 우주를 접한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은 아주 예민하고 아름다운 살갗이다. 미메시스를 몸에 두르면 외부를, 공간을, 우주를 좀더 깊이 감각할 수 있다. --- p.166

두손지중 박물관이 자리잡은 대지에 서면 건물 너머로 산방산이 보인다. 두 손을 모으고 산방산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형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에 개발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이 섬에는 참으로 많은 건물들이 들어섰다. 그중 제주라는 땅이 지닌 가치를 진정 소중하게 여기며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한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수, 풍, 석을 거쳐 두손지중 박물관에 이르면 제주에 인간이 더한 건축물 중 이렇게 마음 편히 대할 수 있는 예가 있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타미 준에게 건축은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바치는 또다른 자연’임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 p.274

추사관을 설계한 건축가 승효상은 추방당한 자를 기리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관람자들이 지하로 내려가면서 격리된 공간으로 향하기를 바랐다. 추사관은 밖에서 보면 「세한도」에 등장하는 작은 집을 닮았다. 「세한도」는 추사가 1년 중 가장 추운 날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을 잘 들여다보면 잣나무 세 그루와 소나무 한 그루, 그리고 소박한 집 한 채가 있다. 추운 날, 늙고 볼품없어진 소나무가 잣나무에 기대고 있는 모습은 어려운 시기에 추사에게 사제의 의리를 지켜준 이상적을 빗대어 그린 것이다. 「세한도」에 등장하는 둥근 창문의 집이 그림에서 나온 듯이 형상화되어 추사관이 되었다. (…) 건축가는 추방된 자의 고통과 정신을 방문객에게 공간을 통해 전달한다.
--- pp.29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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