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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35*205*8mm
ISBN13 9791191478228
ISBN10 11914782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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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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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고 있는 나의 어머니 /바람이 불지 않아도 /무르익어 저절로 떨어지는 /고운 단풍잎이 되기를 빌어 본다 /나의 언어가 /처음에는 작은 초승달 모양이었지만 /반달이 되고 /둥근달이 되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꿈을 꾼다
---「흔적」중에서

날갯짓으로 바위를 닳게 하는 겁의 인연 /동그라미가 그려진 숫자도 그만큼 /고추잠자리 날아오른다 /꼬리에 달려서 올라오는 물방울 /그 물방울 따라서 /누워 있던 나무 일어선다 /가을이 선다
---「입추立秋」중에서

다른 것은 심을 수 없다 선인장 키웠던 밭 //갈아엎어야 하나 /꽃피면 귀하다는데 /키워야 하나
---「선인장」중에서

숫자를 세면서 나는 /친구의 아파트 평수가 떠오르고 /나이가 떠오르고 /부자 친척들의 재산이 떠올랐다 /예순 /갑자기 손자가 물었다 /예수님이랑 똑같아요? /나는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서 /한참을 있었다 /내 마음속에 /세속의 숫자가 가득할 때 /다섯 살 어린이의 마음에는 /예수님이 와 있었다
---「숫자」중에서

비가 그쳤다 /사람들은 우산을 접고 걷는다 /나는 우산을 편 채로 그냥 걷는다 /젖은 우산을 말리고 싶다 /내가 꺼내 주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쌓여 있다 /우산에서 /묵은 냄새가 난다
---「비오는 날」중에서

어느 해보다 더 화사하게 /어느 해보다 더 향기 그윽하게 /병을 앓아 죽는 이들이 /마지막 남겨진 순간에 반짝이듯이 /날아온 새들 노래를 부른다 /더 청아하게 /더 아름답게

햇빛 화사한 날 /봄바람 살랑이는 벤치에서 /떨어지는 꽃잎 손바닥에 받아주던 이여 /목련이 피기도 전에 /그렇게 바삐 떠나갔는가

한 집 한 집 /불이 꺼질 때마다 /툭툭 떨어지는 목련꽃 /다시 새봄이 와도 /이제 이곳에서는 피지 못하리 /이제 이곳에서는 노래 못하리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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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 투영되어 그 삶의 본질과 정체성을 밝히는데 그 미시적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거시적으로는 현실적인 삶을 초월하여 신비체험, 그 성스러움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상상력을 요구할 때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나경 시는 어머니로 표상되는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현실 인식을 통해서 전자의 것을 성취하고, 후자의 것은 동·서양의 사상과 자연친화사상으로 구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담대하고 선명한 작가이며 혼돈의 정서를 간명하게 질서화 시키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 메시지를 빈틈없이 전달하는 이지理智의 작가인 이나경 시인은 문학 원론적 개념으로 영어인 포에트(poet)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이 시집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할 것인가.
- 유한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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