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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에 대한 탐구

시인동네 시인선-21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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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70g | 125*204*20mm
ISBN13 9791158966065
ISBN10 115896606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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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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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열었을 때 책상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왜가리였다 왜가리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벽만 보고 있었다 분명 저녁에 수변 길을 산책할 때 마주친 왜가리였다 나는 전혀 아는 척하지 않았고 노란 눈동자에 어른거리던 물그림자도 눈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왜가리는 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이제는 나를 빤히 노려보며 영리하게 보이는 눈을 반짝이고 있다 물풀의 가벼운 흔들림이 손등을 간지럽혔다 일없이 창문 너머 저녁 하늘만 바라보았다 나는 왜가리가 나갈 수 있도록 문간에서 비켜났다 날개를 펼쳐 들었을 때에는 온 방 안이 날개로 뒤덮인 양 나는 몸을 움츠렸다 왜가리는 책상을 부리로 톡톡 두 번 두드린 후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날개를 접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오히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땅거미 내려앉는 하늘에 바람 소리였나 뭔가 등을 두들겼다 나는 끝내 방문을 열지 않았다
---「왜가리」중에서

어제의 발걸음은 간명하여 경쾌하였다. 순전히 아카시아 향내 탓이었다. 흰 꽃들이 저녁 내내 비명을 질러댄 탓도 있었다. 얼굴을 마주 보며 한없이 끌어당기는 흰 비밀이 있었다. 창문을 넘어온 손가락은 길고 힘이 있었다. 손바닥에 얼굴을 묻으니 온통 검은 얼룩뿐이었다. 사용할 수 없는 왼손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다. 어제의 발걸음을 정리하고 목록을 내밀었다. 맨발로 걷고 있었으니 약간의 흉터는 무시하기로 했다.

참고로 어제의 미소는 나의 것이 아니다.
---「어제의 산책자」중에서

나뭇가지를 흔드는 작은 손이 있다
이렇게 가벼운 손을 가진 것은
봄 혹은 빗방울
그렇지만 웅덩이에 떨어지는 물소리는 첨벙첨벙
십 년째 혼자 걷고 있는데 십 년 후에도 혼자 걷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날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리 발자국에 어른거리는 눈물 자국을 따라 걷는다
집이 좁아서 울지를 못하고
눈물을 흘리려면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야 한다
목청껏 울기 위해서는 울산바위에라도 가야 한다
나뭇잎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제 사랑을 잃고 있다
지나가는 계절은 그냥 지나가고
마른풀들은 몸을 흔드는데 꿈꾸는 기분인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는
말채나무의 온기에 손을 녹인다
한바탕 비가 쏟아지면
오리도 나뭇잎도 알맞게 몸을 숨긴다
그리고 울기 좋은 때
함께 우는 것은
봄 혹은 빗방울
---「봄 혹은 빗방울」중에서

누군가 오래전 만들어 놓은 지하실이었다
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렸고
흙냄새와 곰팡내가 섞여 있었다
잊어버렸던 고통을 다시 들춰내는 냄새였다
누군가의 비리를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비릿함이었다
밀폐된 물건들이 그걸 입증해 주었다
별똥별 하나를 집어들었다
위험하게 반짝이는 초록빛이었다
차갑게 빛나는 별이었다
다음 생을 이야기하는 별이었다
나는 지하의 세계가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우리 모두 언젠가 사라진다는 생각에
몰두하였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비리는 계속되었고
지하실은 더 깊이 가라앉았다
나는 별을 잃지 않으려고 온 마음을 쏟으면서
계단을 내려가는 발에 힘을 주었다
---「지하실」중에서

왼편에 있던 슬픔을 오른편으로 옮겨놓았다
모든 게 더 슬퍼 보였다
얼굴빛은 밝은 회색인데 눈빛은 파르스름하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입김을 뿜어낸다
오른편 책장 뒤에 장난감 병정들은 일렬로 걸어가지 않고
총을 어깨에 멘 채 일제히 슬픈 표정이다
책장 뒤의 공터에서 병정들은 제자리걸음을 한다
네 번째 선반에서 슬픔은 몸을 돌려 언덕길을 올라간다
슬픔의 뒷모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속삭임은 치즈케이크 모양으로 선반에 앉아 있고
그 아래 선반에는 어둠의 가방이 있다
물거품으로 변하는 날들이 칭얼대긴 하지만
현관문에서 늘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음악 소리는 슬픔과 어둠의 전쟁이었을까
가방을 흘깃 열어보니 비둘기의 날갯죽지
가방 옆 주머니를 열어보니 왜가리 한 마리
다시 오른편의 슬픔을 왼편으로 옮겨놓았다
---「왼편에 대한 탐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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