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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10g | 130*190*30mm
ISBN13 9791167373489
ISBN10 116737348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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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정말로 멋져. 아무런 불평 없이 인간들 발자국을 쏴쏴 씻어주니까. 더러운 얼룩은 가느다란 갈색 선이 되어 옆으로 퍼졌다가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된다. 길켠에는 아마도, 지하도로 이어지는 비밀의 문이 있겠지.
---p.13

접시 얼룩에 묻은 운명을 열심히 해석하고 있는데 비타의 시선이 느껴졌다. 얼굴을 드니 역시 나를 보고 있다. 앞니가 빠져 생긴 가늘고 긴 어둠이 귀엽다.
“우리, 못 읽지라라.”
“난라라, 읽을 수 있어라라.”
---p.15

R은 배가 불룩 튀어나와서는 한 발을 비스듬히 옆으로 내밀고 선 자신만만한 사람이다. i는 어쩐지 어린아이 같다. 작은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공중에 떠 있는 게 걱정스럽지만. 과식해서 살이 찐 g. 배가 아파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e. 병에 걸린 게 아니어야 할 텐데. t는 무덤가의 십자가다.
---p.17

“우리는 모두, 영화 속에 살고 있는 거라라.”
---p.25

별안간 시야가 넓어지며 드넓은 강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두운 수면이 파충류의 피부처럼 어렴풋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p.103

고향이란 여러 개고 상대적인 것이다. 나는 레이캬비크에서 나고 자란 건 아니지만, 레이캬비크는 코펜하겐보다는 고향이다. 하지만 이곳 코펜하겐도 오슬로보다는 고향이다. 그리고 그 오슬로마저도 함부르크보다는 고향이다. 지구에는 구멍도 있지만 연속성도 있다. 그것은 바다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p.125

“망령이라니, 호러 영화야?”
“그렇습니다. 호러 영화입니다.”
---p.127

사랑 같은 건 고풍스러운 세대로부터 남겨진 잔열에 불과하며, 우리는 그것과 완전히 성질이 다른 지평을 내처 질주하듯 살아가고 있으니, 완전히 다른 형태로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Hiruko의 모습이 뇌리에 떠오른다. 자신이 미래의 인간임을 눈치챈 건 Hiruko뿐인지도 모른다. 늘 크누트와 붙어 다니면서도 연인이 되지는 않는다. 달리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도 없다. 그런데도 팔랑팔랑 살아간다.
---p.173

백미러 속은 암흑허무였고 그 대신 도로 가장자리에 늘어선 가로등 불빛이 계속해서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마치 별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지만 명중하는 일도 없다. 부딪힐 것만 같아도 마지막 순간에 별은 반드시 옆으로 비껴가준다. 결국은 빛을 비춰줄 뿐이고 나를 상처 입힐 마음은 없는 듯하다. _176쪽
그러니까 불행한 인간이 행복이라는 이름의 공기에 폭 싸인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돌고래가 털실 스웨터를 입은 것처럼 어울리지 않고, 납득도 가지 않는 것이죠. 그뿐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이걸 벗어던지고 싶다는 마음.
---pp.206-207

이것은 어쩌면 다른 별의 언어인지도 모릅니다.
---p.216

“어릴 때 이런 과자가 있었지, 라거나 이런 장난감이 유행했지, 같은 쓸데없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무척 편안하게 해. 지우개로 마구 지워가고 있는 과거를 그 위에 다시 덧대 쓰는 거지.”
---p.266

“우리는 언어에 매료되어 있어. 언어, 언어, 언어.”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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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언어를 잃어버린 한 친구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친구들이 있다. 친구의 병실에 그들이 도착하기까지 겪는 경로나 혼란, 소소한 기쁨들은 각기 다르다. 꼭 낯선 언어가 다른 낯선 언어에게 가닿는 순간들처럼.

이상하고 아름답고 다소 모험적인 각자의 여로는 모두 개별적인 시점과 목소리로 전해지며, 짧은 여행 동안 그들은 조금씩 다른 존재가 되어간다. 스스로 선택하거나 예측하지 못했던, 깊고 엉뚱한 곳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언어와 기억을 마주한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평소 나라고 굳게 믿었던 것을 버리는 것.’

발음하는 순간 모였다가 흩어져버리는, 그리고 다시 모이려는 이 우정에, 여행에, 언어와 사랑에 나도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
- 김연덕 (시인)
기발한 우연과 풍부한 상상력이 빛나는 실험적 동화이자 오디세이.
- 뉴요커
“기후 변화, 테러리즘, 적대적인 정치 구조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책의 인물들은 내부에 새로운 세계의 씨앗을 지니고 있다. 창의성과 가능성, 사람들 사이의 연결을 찬양하는 쾌활한 디스토피아 소설.”
- 포어워드 리뷰스
“모네의 붓질 하나하나에 색은 계속 변화하지만 풍경은 하나의 전체로서 드러난다는 크누트의 말처럼, 다와다 요코의 인물들은 인상주의적이다. 유동성, 담백함, 덧없음. 희미한 실체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방식으로, 이들은 함께 소용돌이치며 아름답고 평온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 월스트리트 저널
“당신은 같은 언어를 말하고 있더라도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서로를 잘 알아볼 수 있다.”
- Wired
“페이지를 뛰어넘어 실제로 노래하고 있는 다와다 요코의 언어.”
-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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